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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한계(限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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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든 잘 되는 나라의 지도자와 집권 여당은 그 사회의 등불이며, 조타수이며, 희망역할을 한다. 국민들은 모든 결정과 운명을 이들에게 맡기고 이들을 믿고, 이들이 둘러준 울타리 안에서 생업에 종사한다. 이것이 올바르게 짜여진 한 사회의 구조이며 합리적으로 설정된 계약의 관계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그렇다. 그것은 정당의 지도자도 마찬가지며, 집권 여당이라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국민이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이유 중에 하나는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국정안정을 염두에 두고 지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른바 공룡정당, 웰빙정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거대 여당 한나라당의 경우는 그런 국민의 뜻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기능성을 상실한 채 몸집만 큰‘저효율 고비용’정당이 되어 버렸다. 한나라당의 문제 중의 하나는 역설적으로 다수당이라는 데 있다. 전통적으로 집권세력이 다수당이 되면 정치안정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한나라당은‘몸집’이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우선 지휘탑이 불안하다. 지금 한나라당의 지휘탑은 각 분파세력의‘연합사령부’에 불과하다. 대표가 원외(院外)라는 점과 태생적 한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숫자는 많은데 그것을 엮을 지휘체제의 힘이 없어지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확율이 많아진다. 일각에서는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내세워 당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어설프게 흉내만 내면 자칫 집권여당이 집안싸움으로 시간만 낭비할 확율만 높다. 무릇 정치인들은 주장들은 자신들의 모든 정책의지가 선(善)이라는 도그마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한나라당 쇄신위원회와 7人의 소장파의원의 반동(反動)은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불을 지피는 쪽이 있는가 하면 불을 구경하는 쪽이 상존해도 대안부재(代案不在)는 그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어째튼 한나라당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어느 논자(論者)의 표현을 빌자면 한마디로‘비빔밥 정당’같다. 여당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정치인, 여당을 해보기는 해봤는데 권력의 맛을 본 후 그 감각을 잃어버린 정치인, 이념성에 맞지 않아 여당생활을 도저히 견디어 낼 것 같지 않은 비여(非與)체질의 정치인 등 이런 사람들이 소위 다양성입네 하고 모여서‘불협화음’만 내고 있는 것이 한나라당의 현 주소다. 사사건건 지도부를 물고 늘어지는 쪽이 있는가 하면, 지도부의 노선을 이탈해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별하기 힘든 소리를 해대는 쪽도 있다.
한나라당의 집안싸움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나라당이 설정해야 할 정치적 좌표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는 여권이 향유해 온 지지기반이 있다. 한나라당은 그 정당의 이념에 따라 그들 지지층에 대한 대변의 기능을 상기해야 한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자기당의 지지기반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역할은 그것을 국민에게 일깨워 주며 또한 지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더 늦기전에 스스로 반문(反問)해 봐야 한다. 한나라당의 정당 기본이념은 무엇인가? 여러모로 여당(與黨)답지 않은 여당(與黨). 이것이 한나라당의 한계(限界)다.
오 동 추 야
출처 엔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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