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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해져가는 미국? 모든 나라가 이제 각자도생<호호당의 세상읽기>좋든 싫든 장사꾼 트럼프와 협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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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7 08:18
김태규 명리학자
영국의 브렉시트를 필두로 미국은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당선시켰다. 이탈리아는 상원 개혁을 골자로
하는 국민투표가 부결된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임했던 렌치가 집권 민주당의 당대표 경선에서 압도
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다시 총리직이 유망해졌다.
프랑스는 양당 구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그야말로 새로운 정치판이 등장할 조짐이다. EU의 맹주 독일
역시 올 가을 총선에서 어떤 변수가 등장할 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구제 금융을 받고 있는 그리스는
대폭적인 연금추가삭감과 세수확대에 나서야만 하는 입장이다.
보호주의 혹은 고립주의라고 말해지는 흐름이 일거에 글로벌을 휩쓸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면 각자
도생(各自圖生)이라 보면 된다.
병법(兵法)의 가르침 중에 ‘이기려면 뭉치고 살려면 흩어져야 한다는’ 것이 있다. 전황이 불리해지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일단 살고 봐야 할 것이니 각자 뿔뿔이 흩어져서 갈 길을 가는 것이 바로 각자도
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알게 된 사실은 이제 통화량 증가를 통한 고속 성장의 시대가 끝났다
는 점이었다.
1971년 이후 미국이 달러를 자유롭게 찍어낼 것을 선언한 뒤 세계경제는 장기호황국면에 들어섰다. 하
지만 뭐든 영원한 것은 없는 법, 금융위기를 넘긴 뒤 종전보다 더 많은 돈을 찍어서 시장에 공급하는 양
적완화라는 극단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되살아나지 않았던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양적완화가 무려 7년 이상이나 지속되었음에도 아무런 효과가 없고 새로운 리스크
만 늘어나게 되자 글로벌 경제는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에 새로운 현실 인
식을 하게 되었으니 ‘이제 성장의 시대는 당분간 없다는 고통스런 자각’이었다.
어려워지면 더불어 먹고 사는 군식구를 줄이게 된다. 그게 상정(常情)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사랑으
로 포용해야 한다고 연신 설법(說法)을 펼치지만 그건 그거고 현실은 그와 반대인 것이다.
이에 2015년 중반부터 온 글로벌이 저마다 떨쳐내고 뿌리치고 있다. 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여전
히 유럽의 이방인으로 머물고 있는 이슬람 사람들이 극단적인 테러를 자행하면서 더욱 더 편을 가르기
에 좋은 명분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세상일은 맞물리는 법이다.
이에 툭 하면 유로 탈퇴를 외치는 남유럽 국가들이고 이에 영국의 브렉시트로 해서 유럽연합(EU)의 장
래까지도 뿌리에서부터 뒤흔들리고 있다. 뭉치기 싫다는 것이고 각자 갈 길을 가자는 유럽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우아하지만 실속이 없는 글로벌 리더 노릇 따윈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을 취임식 연단
에서부터 너무나도 명백히 표명했다. 언론과는 적대 관계인 탓에 트위터가 트럼프의 정치 홍보 도구가
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한 가지 전례 없던 일이 일어났다. 산유국의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말았다는 점인데, 바로 셰일
가스 때문이다.
1961년에 신설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1970년대 들어 글로벌 경제의 급속 발전으로 수요가 급격
히 증가하자 1973년과 1978년 두 차례에 걸쳐 이른바 ‘오일 쇼크’를 발동시킴으로서 글로벌 경제에 엄
청난 타격을 가했다.
미국을 비롯하여 모든 선진공업국들이 산유국으로 달려가 굽실대기 바빴으며 당시 개도국이던 우리 경
제에도 엄중한 위기국면을 유발했다. (당시 사람들 입에 크게 회자되었던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란 말이 기억난다.)
하지만 이제 미국에선 무지막지한 규모의 셰일 가스가 발견되었고, 이에 졸지에 석유수출국으로 돌아
섰다.
가스와 오일 수출로 외화를 벌던 러시아도 일거에 옹색해지고 말았으며 오로지 석유수출에만 기대던
베네수엘라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돈 많은 사우디 왕자’란 말로 대변되던 거대 산
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들어 국제사회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거대 산유국 이라크마저 이제는 성가신 존재가 되고 있다.
최근 이슬람 테러국인 ISIS에 대해서도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은 최대한 개입을 자제하고 있을 정도이
다. 그곳에 있는 기름이 이젠 그다지 중차대한 문제가 아닌 까닭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한 때 배
럴 당 150 달러를 상회했던 고유가를 이제 어쩌면 장구한 세월 동안 다시 볼까 싶다.
(오일의 비중이 줄었으니 이제 이슬람 세계 또한 장차 평온해질 것도 같다. 어쩌면 그게 더 다행한 일
인지도 모른다. 외부의 힘 있는 나라들이 개입을 줄이면 이슬람 내부가 자체 개혁을 통해 글로벌 세계
로 나오는 그날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1970년대 초반 달러의 무제한 발행으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의 고속성장과 호황의 시대는 2008년 금융
위기를 계기로 막을 내렸고 덩달아 셰일 가스의 출현으로 오일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 양적완화 또한
더 이상 종전의 호황으로 되돌릴 수 없음이 명확해졌다.
이제 길고 긴 불황과 정체의 시대가 글로벌 전체로 확산되면서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그 확실한 증거라 하겠다. 그러니 보호주의인 것이고 고립주의가 만
연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 얘기할 차례이다. (호호당의 모든 글은 결국 우리 자신에 관한 것이다.)
며칠 전 트럼프는 한미방위조약 또는 한미동맹이 미국에게 있어서 일방적 비용항목으로 둘 수만은 없
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사드 배치 비용에 관한 발언이 그 대표적이다. 이러다가 조만간 칼 빈슨 항공모
함의 출장비도 내놔라 할 판국이다.
물론 지금도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우리가 상당액 분담하고는 있지만 그것으론 태부족이니 더 받아내어
야 하겠다는 트럼프이다.
우리로선 미국이 사드를 국내에 배치하면 그 레이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이익에 더 부합한다, 따라서 좀 반대하고 태클을 걸어도 된다는 정서, 특히 중국의 보복도 있으니 쉬운
일이 아니다 식의 정서가 있어왔다.
그런데 상황이 일순에 변했다. 트럼프는 무슨 소리? 한국을 방어해주기 위해 배치하는 것이니 돈을 내
라 하는 식이니 말이다. 갑자기 분위기가 서늘해진 형국이다. 상당수 우리 국민들도 기분이 언짢을 것
이다. 하지만 그와 관련해서 얘기를 하면 이렇다.
며칠 전 신문에 어느 한미관계 전문가 말하길 우리 국민들이 소망적 사고, 즉 wishful thinking 에 빠져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었다. 우리 입장에서만 상대를 바라보면서 현실과 바람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얘
기였다. 이렇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은 무엇보다도 대중에 영합해서 먹고 사는 우리 미디어들의 잘못이
크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까닭에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전무한 심상정 대표 정도야 사드 싫다, 도로 가져가라 하고 막
무가내로 나갈 수 있겠지만 그를 제외하고 현실감각이 있고 국정을 이끌어갈 정치인이라면 좌우를 떠
나서 그렇게 막 나갈 순 없는 노릇이다.
물론 트럼프는 전형적인 미국 상인의 협상술을 발휘하고 있다. 일단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를 제시한
다음 상대와 하나씩 주고받기를 통해 딜을 이끌어내는 방식 말이다. 모두가 공개되는 일은 없겠지만 미
국이 우리에게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실로 다양하다.
(이런 얘기 정말 하기 싫지만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우리 대한민국의 생사여탈권을 미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사실이다. 왜냐면 우리 대한민국은 안보 문제를 떠나서 무역을 통해 먹고 사는 나
라인데 미국이 우리를 정말로 버릴 것 같으면 다른 나라와의 교역 또한 길이 막히게 되는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로선 싫든 좋든 트럼프의 협상 요구에 최선을 다해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제 정리하자.
미국을 필두로 해서 글로벌 전체가 까칠해지고 있고 깐깐해지고 있다. 각자도생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 대한민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무역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나라이
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우리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고 그를 통해 수출입을 신장시켜감에 있어 종전에
없던 적대적인 환경과 맞닥뜨리고 있다는 말을 한다.
지금의 보호주의와 고립주의 흐름은 한동안, 꽤나 긴 시간, 아마도 최소한 10년 정도? 이어갈 것이다.
그러고 나면 또 다른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고 글로벌 경제 또한 그 사이에 커다란 개변을 하게 될 것이
다. 어쩌면 그때가 더 문제일 지도 모르겠다.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한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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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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