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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새 손학규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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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경 완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7년 02월 09일(목) 00:00
구두를 날마다 닦는 멋쟁이들도 있지만 대개 직장인들은 사흘에 한번 꼴로 구두를 닦는다. 오피스들을
돌며 슬리퍼 여러켤레를 팔에 낀 채 닦을 구두를 받아오는 사나이들을 ‘찍새’라고 부른다. 받아온 구두
를 번쩍번쩍 광이 나게, 혹은 굽수선도 해가며 멋지게 닦아내는 사나이는 ‘딱새’라고 불린다. 구두닦이
사업에서 둘 중 누구의 역할이 더 중요한가는 대폿집에서의 오랜 논쟁거리다.
찍새는 외근업무다. 단골손님들의 비위를 잘 맞추며 닦을까 말까 망설이는 고객들에게 기분 좋은 ‘결
단’을 유도한다. 잘 닦인 수십 켤레의 구두를 정확히 되돌려 주는 기억력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현금
을 직접 받는 임무도 수행한다.
딱새는 내근업무다. 빠른 시간 내에 일정한 작업품질을 구현해야 한다. 거울처럼 광을 내야 만족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오염만 제거하고 무광으로 구두약만 먹여달라는 고객도 있다. 가끔 큰돈(대개 1만
원)거리가 되는 수선업무도 처리한다. 가격대비 만족도를 높여야 하는 기술위주 노동이다.
누가 더 중요한가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 불황으로 구두 닦는 비용마저 줄이는 세태에선 찍새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반대로 호황 때는 고객들이 잘 닦는 구두닦이를 찾는다. 딱새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요사이 뉴스의 인물은 손학규일 것이다. 그가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무슨 개혁회의인가와 합쳤다는데
국민들은 입당으로 본다. 대선을 앞둔 정치판의 용틀임이 이로써 시작되는 분위기다. 그가 쓴 몇 권의
책 중에 경기도지사시절 해외기업유치를 위해 지구촌을 뛰던 내용을 기록한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이
란 책이 있는데 두껍지 않아 홀랑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가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찍새 딱새는 바로 경
기도 공무원조직 가운데 해외를 돌며 기업과 자본을 끌어오는 팀과, 그 기업과 자본에게 최선의 행정서
비스를 제공해주는 팀을 말한다.
주로 찍새 역할을 했을 그의 책을 읽어보면 ‘뻥’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감동적이다. 정말 경기도 잘살게
하려고 엄청나게 뛰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통계를 굳이 보자면 그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세계
114개 첨단기업에서 14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다시 보이
는 건 그가 이미 10년도 전에 대한민국의 취업난과 성장동력 고갈을 예측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심
초사했다는 점이다. 지도자로서 선견지명이 있다는 얘기다.
그가 쓴 책 중 가장 잘 알려진 ‘저녁이 있는 삶’은 그가 대선후보 반열에 들어선 2012년, 출마 기자회견
직후 내놓았다. 좌파 스타학자 최장집과 역시 진보적 경제학자 광주출신 장하성이 거창한 추천서를 썼
다. 정치인들이 쓴 책은 대개가 자기자랑 일색이어서 뒤적이다가 내동댕이치게 마련이지만 손의 이 책
은 달랐다. 나 같은 벽촌의 서생도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갈등이 첨예화될 때면 몇 번이고 꺼내어 읽
는 책이다. 이론과 현장을 가장 잘 배합한 일종의 경세서라고나 할까.
가령 이런 대목은 어떤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저녁 먹고 대화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이분법, 내가 잘살기 위해선 누군가는 못살아야 한다는 이분법, 내가 옳기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
시 틀려야 한다는 이분법, 이모든 것에 반대하는 가치가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다” “직업을 구하는 것,
돈을 버는 것, 개인으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행복을 누리는 것, 이 모든 것이 함께 가야한
다는 새로운 가치를 (나는)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권교체를 해야한다는 얘기도 해
선 안 된다. 하늘이 무너져도 해야 할 것은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는 그 수단일
뿐이다”
지금은 다소 묽어졌지만 그에게는 민자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찍혀있다. 그러나 내 생각엔 좌우를
넘나든 그의 이력이 이 시국에는 변증법적으로 더 적합할 것 같다. 더욱이 그가 보수정당을 탈당한 주
된 이념적 이유가 DJ의 햇볕정책을 지지한 때문이라는 점은 호남 유권자들이 잘 알 필요가 있다. 박지
원 대표와 유난히 친한 듯 보이는 것도 대북정책 철학 때문일지 모른다.
나는 10여 년 전 기업유치의 찍새이던 손이 이번 대선국면에서 중도진보개혁인사들을 하나 둘 찍어 한
둥지에 모이게 할 대선후보 찍새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김종인 할배도 곧 동참할 것 같고 정운찬 전 총
리도 찍어오기 바란다.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박원순도 찍어오면 좋겠다. 반기문인들 왜 마다하겠는가.
하나 더, 민주당 경선주자이긴 하지만 안희정 충남지사도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가 하나마나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사라지는 걸 원하는 국민은 완강한 친문세력들 외엔 없다. 찍새가 바쁘게 생겼다.
출처;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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