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타파를 최고 정치적 업적으로 손꼽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방송사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결방하는 것은 시청자의 ‘볼권리’를 박탈하는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사들의 이 같은 일방적 ‘추모’분위기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의 소신이었던 ‘권위주의’ 타파와도 배치되는 지극히 권위주의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것.
불행한 죽음을 맞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애도는 분명 필요하지만, 방송사 전체가 일주일 이상 예정된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까지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태를 띄고 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알려진 후 지난 주말에는 KBS 2TV ´1박2일´, ‘개그콘서트’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골드미스가 간다’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우리 결혼했어요,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 등의 대표적 예능 프로그램들이 모두 결방했다.
또 지상파 3사는 장례식 당일인 29일까지 예능 프로그램 대부분을 결방하기로 결정하는 등 노 전 대통령 추모행렬에 본격적인 합류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송사들의 행태에 대해 네티즌들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편, 일부는 “모든 국민이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뉴스만 봐야 하는가”, “대통령이 서거한 것은 슬픈 일이지만 일주일을 기다려 왔던 주말 내내 예능 프로그램이 전멸하는 건 너무하다”는 등의 비판 글을 올리며 이 같은 방송사들의 일방적 행태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24일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남자이야기´ 대신 코미디 영화 ´1번가의 기적´이 편성된 것을 두고 네티즌들은 "그럴 거였으면 차라리 ´1박2일´을 내보내지, 하필이면 코미디 영화를 편성했나´라며 비꼬는 등 방송사의 성급한 결정을 비난했다.
KBS-´1박 2일´ 시청자 게시판의 ‘vezita2’는 “프로그램방송 정상화 해달라”며 “나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할 생각이 없으니 예능프로 정상적으로 방영해 달라.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자살에 대해 이렇게 관대해졌나”고 불만을 제기했다.
아이디 ‘kbh7412’도 “국민을 위한 방송이면 국민들을 위해 방송을 해야 한다”며 “나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안타까운 국민 중에 한사람이지만 이건 좀 말도 안되는 억지”라고 말했고, 아이디 ‘gkdltltm’인 시청자는 “예능 결방은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고 하는 사람들 전두환 전 대통령이랑 이명박 대통령 죽었을 때도 똑같이 (결방주장)하라”고 꼬집었다.
시청자 ‘dudnf53’도 “애도를 강요당한 것 같아 불쾌하다”며 “억울한 일이 있으면 법정에서 당당히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지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 그런 분의 스스로의 죽음에 왜 우리가 즐거움까지 빼앗겨야 하는가”라고 방송사의 결정에 불만을 털어놓았다.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시청자 게시판에도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시청자 ‘jasmine8040’는 “막장드라마는 다 그대로 방송하고 예능만 안된다니 뭔가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사망 당일이야 그렇다 쳐도 월요일부터는 그냥 정규 방송할 수도 있지 모든 방송사가 예능만 쉬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ansdiddn’는 더욱 노골적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한번 제대로 가져봤냐. 그 사람들이 더 불쌍하고 안타깝다”며 “전 대통령이라는 신분 때문에 뭔가 척하는데 꼴사납다. 우리가 정말 슬퍼해야할 건 돼지 같은 인간들이 아니라 정말 열심히 살다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나라 국민들의 죽음”이라며 방송사의 예능 결방을 질타했다.
이 같은 시청자들의 불만이 속속 제기되는 가운데, 방송사들의 일방적 예능 결방사태에 대해 한 미디어전문가는 “방송3사가 일제히 천편일률적으로 추모 분위기를 강제하는 모습이 마치 박정희 정권 권위주의 시대를 보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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