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듣고 “평생 민주화 동지를 잃었다” “너무 슬프다. 큰 충격이다” “민주정권 10년을 같이 했던 사람으로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 라며 매우 침통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그는 “그 동안 (검찰의)조사과정에서 온 가족에 대해 매일같이 혐의가 언론에 흘러나와 그 긴장감과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신 것 같다”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나는 DJ의 그와 같은 발언이 향후 정국의 혼란을 부추키는 사특한 이간질로 보여진다.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고? 아니 언제부터 DJ가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을 한 몸으로 여겼나? 기가 찰 노릇이다. DJ와 노 전 대통령의 관계는 2003년, 열린우리당의 창당과 더불어 끝났다고 봐야한다. 당시 민주당은 호남의 몰표에 힘입어 당선된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박차고 나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자 배신자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좋아서 찍었나? 이회창이 싫어서 찍었지”라고 맞받아쳤다. 맞는 말 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열린우리당은 몰락하고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부상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지역주의를 비난했고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배은망덕(?)을 비난했다.
DJ와 노 전 대통령은 ‘반미친북’이란 점에서만 닮은꼴이었을 뿐 실제적으로는 앙숙관계였다. DJ는 노 전 대통령 재임시 툭하면 병원에 드러누워 몽니를 부리곤 했다. 사실이 이렇거늘 “민주정권 10년을 같이 했던 사람으로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 너무 슬프다”고 유별을 떠는 DJ에게서 위선자의 악취를 맡는다.
DJ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 검찰의 압박수사를 우회적으로 연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검찰의 압박수사 때문인가? 물론 그게 힘들긴 했겠지만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은 손상된 명예, 그로인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못 이겨 자살한 것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없는 비리를 날조하여 퍼뜨린 게 아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혔을 뿐이다. 문제는 너무 세세하게 까발렸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는 점이다. 그러나 검찰의 입장에서는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범법사실을 묵과하거나 은폐할 수도 없지 않은가?
실례로 박연차 회장은 주었다는데 노 전 대통령은 모른다고 하니 진실을 가리기 위해 대질심문을 하게 됐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노 전 대통령을 너무 힘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의 범법 사실에 비추어 그의 명예가 지나치게 훼손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동정을 할 수는 있겠으나 검찰의 수사,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래도 명색이 전직 대통령인데 그 정도의 식견도 없을까? 그러나 DJ는 검찰의 압박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 몬 것처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런 DJ에게서 어떡해든 꺼진 촛불을 재점화시키려는 안간힘을 보는 듯 하다. 촛불시위대가 “이명박 정권의 검찰이 노무현을 죽였다아!” 하고 외치며 청와대로 진격하는 장면이 얼핏 눈앞에 떠올랐다.
노무현 탄핵의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은 거의 해체위기에 놓였었다.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당시의 광란을 예고케 한다. 현재는 폭풍전야처럼 고요하지만 이 땅의 반체세력들은 이 호재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최악의 국면을 맞았으므로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인터넷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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