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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때문에 방치한 물류대란…결국 4000억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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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하역 중단 피해 포워딩업체에 4000억 지원 하역 정상화에 절반만 투입했더라면 없었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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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12 10:11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미국 롱비치항 한진해운 터미널 전경.ⓒ한진해운
정부가 한진해운 선박에 화물이 묶여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중소 포워딩업체(운송대행 업체)들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이 자금은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을 내리는 데 필요한 비용의 수 배에 달하는 규모로, 전형적인 뒷북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주형환 장관 주재로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긴급 수출 애로 점검회의를 열고 중소 포워딩 업체(운송대행 업체)를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4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자금은 추경으로 확보해 업체당 5억~20억원씩 3분기 현재 금리 2.97% 조건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지원 대상은 한진해운과 계약된 중소 포워딩업체 중 추가 운송비용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 한한다.
현재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이 거점항에 하역된 이후, 다시 최종 목적지까지 수송하려면 당초 계획된 루트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크게 증가하게 되니,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컨테이너선은 원래 여러 항만을 돌면서 중간중간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식으로 운영되지만, 현재 한진해운 선박들은 정상 운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화주나 포워딩업체들로서는 화물을 조금이라도 빨리 처리하려면 당장 한진해운 선박이 입항해 작업이 가능한 항만에 일단 화물을 내린 뒤 다른 선박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운송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선박을 이용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이는 애초에 한진해운 선박들이 싣고 있던 화물을 원래 스케줄대로 기항 항만에 내려놓았다면 소요되지 않았을 비용이다. 일찌감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싣고 있는 화물들은 정상적으로 하역이 가능하도록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한진해운 하역 정상화를 위한 자금은 17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워딩 업체들에 대한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 금액을 조기에 투입했더라면 애초에 포워딩 업체들에게 긴급경영안정자금이 필요할 일도 없었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주요 선박들이 각국 항만에서 억류당하거나 입항이 금지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난 6일에서야 당정회의를 열어 한진해운에 대한 1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그것도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한다는 전제 하에 내놓은 것으로, 사실상 한진그룹에 떠넘기기였다.
한진그룹은 다른 계열사 자산을 담보 잡히기보다는 한진해운 자산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게 낫겠다 싶어 600억원의 자금지원과 조양호 회장의 400억원 사재출연을 대안으로 내놓았고, 그마저도 자금 지원 주체인 대한항공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 10일에야 결론이 났다.
결론이 난 사항도 한진해운의 롱비치터미널 지분(54%)을 담보로 선취득하는 조건이었다. 롱비치터미널 지분은 6개 해외 금융기관에 담보로 잡혀 있는 데다 롱비치터미널의 나머지 지분(46%)을 가진 MSC의 동의도 필요해 언제 지원이 이뤄질지 요원하다.
그 사이 정부는 계속해서 물류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인 한진해운 하역 중단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지원 발표가 나오자 당정협의에서 논의한 1000억원 지원(한진그룹 자산을 담보로 한) 얘기는 쑥 들어갔다. 한진그룹 차원의 지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해도 700억원 가량이 부족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 운송이 지연되면 비용 추가 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과의 신뢰도 하락 등 무형의 손실이 더 크다”면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피해가 발생한 뒤 지원할 예산을 차라리 물류대란을 방지하는 데 투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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