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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 올스톱 된 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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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26년 만의 현역 의원 피살… 큰 충격에 빠진 영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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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장일현 특파원
오윤희 기자
입력 : 2016.06.18 03:00
- 세계 곳곳서 추모·애도
피살된 의원 남편 "아내를 죽인 증오에 맞서 하나로 뭉쳐 싸우자"
캐머런 "국민투표 관련활동 중단"
"총격범, 정신병 앓았던 외톨이… 新나치주의 단체 열혈 지지자"
조 콕스 의원 사진
"아내는 세상이 좀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매일 그것을 위해 싸웠다."
괴한의 습격으로 숨진 영국 노동당 조 콕스(41·사진) 의원의 남편 브랜던 콕스는 16일 오후(현지 시각) "하늘에 있는 아내는 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쳐 그녀를 죽게 만든 증오에 맞서 싸우기를 바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현역 의원이 대낮에 지역구 활동을 하던 도중 괴한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에 영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시민들은 범인 토머스 메어(52)가 여성 의원에게 총을 세 번이나 쏘고 칼로 여러 차례 찌른 뒤 발길질도 했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 콕스가 숨진 날은 그의 42번째 생일(22일)을 6일 앞둔 시점이었다. 영국에서 현역 의원이 살해된 것은 1990년 이후 26년 만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오늘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고, 가디언은 사설에서 "인류와 이상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다.
콕스 의원 사망과 함께 치열했던 브렉시트 찬반 논쟁은 전면 중단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콕스 의원의 피격 소식을 들은 뒤 "국민투표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는 게 맞다"고 했다. 대표적인 브렉시트 찬성론자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도 버스 투어 캠페인을 중단했다. BBC는 "여론조사 기관 BMG도 브렉시트와 관련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18일로 하루 연기했다"고 전했다. 언론 역시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 찬반 투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전국 곳곳에서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콕스 의원이 사망한 영국 중부 웨스트요크셔 버스톨 지역의 교회에는 16일 밤 400여명이 모여 그를 애도했다. 콕스 의원이 의정 활동 때 머물렀던 런던 템스강가의 선상 가옥도 꽃으로 뒤덮였다.
콕스 의원 남편, 두 딸과 보트 타고 ‘EU 잔류’ 캠페인 - 16일 피습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조 콕스 영국 노동당 의원의 남편 브랜든 콕스와 두 딸이 런던 템스강에서 보트를 타고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보트에는 ‘유럽연합 안에 남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IN’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콕스 의원 남편, 두 딸과 보트 타고 ‘EU 잔류’ 캠페인 - 16일 피습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조 콕스 영국 노동당 의원의 남편 브랜든 콕스와 두 딸이 런던 템스강에서 보트를 타고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보트에는 ‘유럽연합 안에 남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IN’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조 콕스 트위터
집권 보수당의 캐머린 총리와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17일 오후 피격 장소를 함께 방문해 헌화했다. 캐머런 총리는 "우리 정치와 공동체에서 증오와 분열, 편협함을 몰아내야 한다"고 했고, 코빈 당수는 "이번 살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영국 의회는 20일 콕스 의원을 애도하는 특별 회기를 소집하기로 했다. 집권 보수당도 콕스 의원 지역구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 애도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슬프고 끔찍한 소식"이라며 "우리의 마음은 항상 콕스 의원의 가족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범인 토머스 메어의 실체도 밝혀지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메어의 동생 스콧 메어(49)와 이웃들을 인용해 "메어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적이 없으며 과거 정신병을 앓았던 '외톨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메어는 이웃과 격리돼 조용히 살았으며, 주로 이웃의 잔디밭을 정리하는 일을 했다"고 했다. 그는 결혼한 적도 없으며 1996년 할머니가 숨진 뒤 줄곧 혼자 살았다. 그의 이복동생 듀안 루이스(41)는 "형이 평소 인종차별주의적인 견해를 밝힌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메어가 인종차별적 사고를 가졌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10년 전 개인 블로그에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 지지 단체가 만든 잡지의 구독자이며 이 단체 지지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미국 인권 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홈페이지를 통해 "메어는 미국 내 신나치주의자 단체인 '국가동맹(NA)'의 열혈 지지자"라며 "1999년 사제(私製) 총 만드는 방법이 포함된 NA의 책자를 구입했다"고 했다. 목격자들은 메어가 범행 때 집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사제총을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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