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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놀이터' 벗어난 SM6, 제네시스에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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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 준대형 가격대 상위 트림 판매 44.4%…차급 경계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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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중형 세단 '제네시스 G70' 가격 이질감 완화
등록 : 2016-05-08 09:00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SM6.ⓒ르노삼성자동차
“한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가 만들어놓은 시장이다. 현대차의 놀이터에서 우리가 놀고 있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하는 대로 하진 않겠다.”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지난 1월 13일 SM6 미디어 사전공개를 겸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말로 현대차 주도의 시장 질서를 깨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4개월가량 지난 지금. 박 사장의 당시 공언은 적어도 SM6와 관련된 차급에서는 사실상 현실화됐다.
8일 르노삼성자동차에 따르면, SM6는 판매 첫 달인 3월 6751대에 이어 4월 5195대가 판매됐다. 전월 대비 판매 감소 원인이 일부 트림의 ‘공급부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조세는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공급부족의 원인이 ‘최고급 트림이 잘 나가서’라는 점이다. 르노삼성은 전체 SM6 주문량 중 최고급 트림에 44.4%가 몰리며 8.7인치 S-링크 등 고급 사양 부품 수급 문제로 SM6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통상 자동차 회사들은 모델별 트림 구성에서 중간 정도의 가격대를 ‘주력’으로 분류한다. 실제 판매량도 절반 이상이 중간 트림에 몰리는 게 보통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SM6 트림별 판매 비중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SM6의 최상위 트림은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2.0 가솔린 RE 트림은 2995만원, 1.6 터보 RE 트림은 무려 3250만원에 달한다.
3000만원은 중형 세단에 있어 사실상 심리적 저항선이다. 이걸 넘어서면 상위 차급인 준대형과 겹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 그랜저 2.4 가솔린 모델은 기본트림이 2933만원, 상위 트림도 3033만원에 불과하다. SM6 못지않게 ‘신상’의 포스를 풍기는 기아차 K7도 2.4 가솔린 모델을 3033만원짜리 단일 트림으로 묶어 놨다.
쏘나타의 경우 고성능 모델인 2.0 터보 외에는 3000만원을 넘거나 근접하는 가격대의 트림이 없다(K5와 신형 말리부 역시 마찬가지다). 쏘나타 2.0 가솔린과 1.6 가솔린 터보 최상위 트림이 각각 2901만원, 2819만원이다. 더구나 전체 판매량 중에서 이들 트림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동안 현대차가 구축해온, 그리고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따라온 이른바 ‘놀이터의 법칙’이다.
SM6의 트림별 판매 구성은 이 법칙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2995만원, 혹은 3250만원짜리 SM6를 구매한 소비자는 상위 차급인 그랜저나 K7을 살 수 있음에도 SM6를 택한 것이다. 그런 소비자가 44.4%에 달했다는 것은 SM6가 차급의 경계를 뛰어넘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실 SM6는 최저트림을 2000만원대 중반으로 책정하며 경쟁 차종에 비해 크게 비싸지는 않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 위부터의 트림별 가격을 보면 결코 ‘착한 가격’을 제시하는 모델은 아니다. 2.0 가솔린 PE(2420만원)를 제외하면 모두 2000만원대 후반 가격이며, 1.6 터보 모델은 최저 트림도 2805만원에 달한다.
경쟁차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대가로 르노삼성이 내놓은 것은 8.7인치 세로형 모니터, 주행모드에 따라 계기판 색깔과 엔진 사운드가 바뀌는 멀티센스, 마사지 기능을 갖춘 시트 등 최고급 편의사양과 유럽 스타일의 탄탄한 주행감이다.
여기에 더해, SM6가 기존 국산 중형차와는 차별화되는, 수입차와 경쟁하는 모델이라는 이미지마케팅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과거 폭스바겐코리아를 이끌며 중형차(파사트)에 4000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 고객을 많이 상대해 본 박동훈 사장의 경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결국 박동훈 사장은 차급별로 익숙한 가격(시장 지배자인 현대차의 차급별 가격표) 이상을 국산차에 지불하는 데 인색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차급을 넘나드는 가격’을 제시해 놓고도 SM6를 성공시켰다. 스스로 공언한 대로 ‘현대차의 놀이터’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 것이다.
▲ 제네시스 4도어 스포츠 세단형 콘셉트카 '뉴욕 콘셉트'ⓒ현대자동차
재미있는 사실은 현대차의 놀이터를 벗어난 SM6의 존재가 반드시 현대차에게 골칫거리 역할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대차에게 있어 쏘나타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보다 중요한 과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적 안착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신규 모델을 성공시키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는 ‘럭셔리’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가격을 받아들이도록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기존 EQ900(G90)와 제네시스(G80) 외에 2020년까지 4종의 신규 개발 모델을 추가할 예정으로, 당장 내년 하반기에 중형 럭셔리 세단인 G70이 나온다.
기존 EQ900나 제네시스야 원래부터 차급 자체가 고가에 속했으니 새로운 브랜드가 붙어도 큰 이질감은 없지만, 중형 세단은 얘기가 다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대차가 만든 또 다른 중형 세단에 쏘나타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표가 붙는 셈이 된다.
아우디-폭스바겐의 경우 같은 회사에서 만들고 심지어는 부품의 상당수를 공유해도 아우디 A6와 폭스바겐 파사트에 다른 가격이 붙는 게 자연스럽지만, 제네시스가 당장 그런 대접을 받긴 힘들다. 특히 대중 브랜드로서의 현대차의 색깔이 강한 국내 시장에서는 더욱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SM6가 ‘프리미엄 중형 세단’을 표방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기존 중형차보다 높은 가격을 인정받는 데 성공한 전례는 내년 하반기 제네시스 G70이 나왔을 때 가격적 이질감을 어느 정도나마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3000만원대의 중형차 상위트림이 잘 팔린다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차일지라도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그만큼의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중형 차급을 내놓아야 하는 현대차에게 결코 나쁜 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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