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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시험대 오른 제1야당과 제2야당 力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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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에 박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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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논설고문
입력 : 2016.04.30 00:17
강천석 논설고문 사진
올해를 탈 없이 넘겨야 한다. 그걸 딛고 기를 써서라도 내년 한 해를 더 버텨야 한다. 기적을 바라는 게 아니다. 큰 탈 없이 무너지지 않고 남은 2년을 무사히 건너자는 말이다. 정치 캘린더를 슬쩍 훑어도 대단한 소망(所望)이랄 것 없는 이 소망조차 이루기가 그리 녹록지 않음을 단박 알 수 있다. 공천·탈당·신당 등등 선거 치다꺼리에 몇 번 뒤숭숭하다 싶더니 5월이 내일모레다. 올해도 딱 8개월 남았다. 내년 12월 20일이 대통령선거다. 내년 달력을 넘기자마자 아니 그 전부터 정치가 들썩거리고 여름 문턱에 다가설 무렵이면 세상이 뒤집힐 듯 선거 바람이 나라를 휩쓸어갈 것이다. 우리가 온전할 수 있을까.
나라 안팎 사정은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경제는 어느 불길을 먼저 잡아야 할지 모를 만큼 이곳저곳에서 불길이 타들어 오고 있다. 조선·해운·철강산업 다음의 불황(不況) 희생자가 누가 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조선소 앞 둑은 파도를 맞아 무너져내리는데 부실(不實)을 키운 경영자는 거액의 퇴직금을 챙기고 노조는 일감 끊긴 작업장에서 임금·상여금 인상을 주장하는 마이크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 위세(威勢)에 눌린 청년 실업자들 목소리는 더 풀이 죽었다.
공무원은 나라의 손발이다. 나라가 위중(危重)할 땐 손발이 바빠야 한다. 그래야 수습의 때를 놓치지 않는다. 손발이 풀리거나 따로 놀면 위기는 가중(加重)된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내년 이맘때면 온 나라가 대선 바람에 출렁일 텐데 공무원들 일손이 차분할 수 있을까.
휴전선 이북에선 무슨 일이 터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이상한 정세가 반년(半年) 넘게 계속되고 있다. 단거리·중거리·장거리·잠수함발사미사일 등 갖가지 미사일을 쏴대더니 이제 5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김정은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한다. 북한이 제 칼로 제 목을 베도 그 여파(餘波)는 지진보다 빠르게 남(南)으로 밀려 내려온다. '만약(if)'이라는 가정법(假定法)을 빌려 하는 말이긴 해도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전·현직 미국 고위인사들 발언이 과거와 달라졌다. 듣기 따라선 심상치가 않다.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 때리기'는 트럼프 연설 단골 메뉴다.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주한미군 철수·한국 일본 핵무장 용인(容認) 등 시도 때도 없이 한국을 걸고 넘어진다. 중하층(中下層) 또는 하층 백인 중심이라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런 그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쇠락(衰落)한 경제와 동강 난 꿈에 대한 분노를 발산하고 있다. 광인(狂人)과 예언자는 반보(半步) 차이다. 트럼프는 광인처럼 출발했다. 그는 이제 광인이 아니다. 트럼프 출현은 한국에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놓지 않으면 살아날 길이 있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세상을 알면 사태를 크게 그르치는 법은 없다. 우리는 저마다 위치에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라는 자세로 '나'와 '상대'와 '세상'을 얼마나 정확히 읽고 있을까,
얼마 전 대통령과 언론사 간부 청와대 간담회를 통해 오랜만에 대통령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2013년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그 사이 청와대비서관회의 또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혼자 하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뿐이다. 논란을 부른 건 4·13 총선 결과에 대한 대통령 평가였다. 대통령은 총선 민심(民心)을 양당제(兩黨制) 비판이라 해석했다. '여당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있다'면서도 대통령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으론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국민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안 생각과도 크게 다르다. 세상이 달라져도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건 말 속에 박힌 '한(恨)'과 '비애(悲哀)'와 '허탈감(虛脫感)'이란 단어였다. 대통령의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단어들에 드리운 그늘이 국민에게 새삼스레 어둡게 다가왔다. 대통령 자리도 따지고 보면 강을 건너는 뗏목과 다를 게 없다. 모든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치면 뒤에 둔 뗏목은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지금껏 자신의 재임(在任) 시절을 흡족해한 대통령은 한 사람도 없었다. 대통령은 바꿔야 할 건 바꿔가면서 평상심(平常心)으로 현 사태와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길이 트인다.
야당 역할이 더없이 중요해졌다. 권력은 국회 쪽으로 크게 이동했다. 야당의 책임이 그만큼 무거워졌다. 야당을 판단하는 국민 눈은 더 엄격해졌다. 권력 분포 변화로 대통령·여당·제1야당·제2야당이 경쟁하면서도 협력하지 않으면 풀 수 있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 누구나 혼자 힘으로 나라를 망가뜨릴 수 있지만 누구도 혼자 힘만으론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없는 상황이다. 진짜 시험대에 오른 건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다. 눈치 있는 야당이라면 말과 행동을 가벼이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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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닷컴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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