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10시간에 걸쳐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기존 입장대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져 검찰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1시 20분쯤 서울 서초동 대검 중수부에 출석, 피의자 신분으로 10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80여 쪽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3시간가량 검토·수정한 뒤 1일 오전 2시 10분쯤 귀가했으며, “최선을 다해 받았습니다”라고 짧게 소회를 밝혔다고 전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조사 후 브리핑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 조사가 충분히 이뤄져 재소환 계획은 없다”며 “새로운 주장이나 자료 제시가 없었기 때문에 수사기록을 정리, 신병 처리에 대한 수사팀의 의견을 포함해 오늘 오후 임채진 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임 총장은 검찰 내부 의견을 취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등 혐의적용 범위를 특정해 다음 주 중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혐의 등에 대해 조사했지만 노 대통령은 기존 입장대로 혐의 대부분을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또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를 보고 일부 진술에 변화를 보였지만 큰 틀에서는 “100만 달러와 12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몰랐으며 500만 달러는 퇴임 후 알았지만 정상적인 투자금”이라며 서면질의서의 답변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가 "채무변제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100만 달러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며 예상된 답변들을 늘어놓았다.
그가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검찰은 오후 11시께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대질카드를 꺼냈으나,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고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대질심문을 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홍 기획관은 “대질 심문이 불발된 것은 아쉽지만,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해 제시했고,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해 혐의 입증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편 검찰은 2006∼2007년 권 여사가 다른 사람을 시켜 30만 달러 이상을 미국에 체류하던 장남 건호씨와 딸 정연씨에게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건호씨 등은 `돈의 출처는 모른다´고 진술했으나 검찰은 박 회장이 건넨 100만 달러의 일부라고 보고 노 전 대통령이 미리 알았는지 조사했으나 역시 모른다고 진술해 의미 없는 공방이 계속됐다.
이에 검찰은 권 여사를 재소환해 박 회장이 건넨 100만달러와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현금 3억원의 용처를 밝히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인터넷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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