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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석에 선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지사 "돈 받은 사실 없고, 성완종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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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성완종 전 회장에게 돈 받았느냐" 질문에 "아주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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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형 기자
입력 : 2016.01.21 13:11 | 수정 : 2016.01.21 16:49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준표 경남지사가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취재진에게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재판장님, 피고인도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425호 법정.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지 7개월 만에 법정 피고인석에 선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62) 경남도지사가 말문을 열었다. 검은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맨 그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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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기소 내용이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 기록을 보지 않다가, 불법 감청 의혹이 있다는 말을 듣고 기록을 봤습니다. 김석우 부장검사가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처음에 없었는데, 변호인들이 계속 요구하자 검찰이 제출한 것입니다. 저처럼 검사를 하고 정치를 20년간 한 사람도 이렇게 수사를 하는데 일반 국민 상대로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검찰은 통화 녹음 파일에 대해 처음에는 원본인 것처럼 말하다가 이제 갑자기 사본이라고 합니다. 원본을 폐기했다는 것인데 (파일에) 다른 대선 자금 관련 언급은 없었을까요. 해당 전화번호는 통화 보름 전에 개설했다가 녹음 이후 폐기된 것입니다. 이런 불법 수집 증거는 통비법(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정치자금법보다 법정형이 높습니다. (윤승모씨의) 진술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 증거를 수집한 것입니다. 새 검찰총장이 취임했으면 수사 관행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건 검찰이 자체 감찰할 사안입니다. 2시간이나 같이 앉아 있으면서 몰랐다고 하는 것이….”
재판장인 현용선 부장판사가 “피고인이 너무 많이 나간 것 같다”고 하자, 홍 지사는 말을 멈추고 다시 피고인석에 앉았다.
앞서 여섯 차례 진행된 준비기일에서도 증인·증거 채택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검찰과 홍 지사 측 변호인들은 이날도 열띤 공방을 펼쳤다. 검찰의 기소 내용은 홍 지사가 2011년 6월 중하순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으로부터 당 대표 경선자금으로 1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홍 지사 측은 돈을 받는 사실이 없으며 그 시기에 윤씨를 만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씨 측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홍 지사에 대한 악감정이나 유감은 없지만 돈 준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가 보도된 이후인 2015년 4월 11일과 13일 홍 지사 보좌관 출신 엄모(60)씨가 윤씨에게 전화해 진술을 회유했으며, 이것이 홍 지사 혐의를 입증하는 ‘열쇠’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4월 13일 두 사람간 통화 녹음 파일을 갖고 있지만, 법원은 아직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홍 지사 측 변호인은 이날 녹음 파일과 관련 새로운 주장을 했다. 검찰의 수사보고서를 다시 살펴본 결과, 김석우 부장검사가 작년 4월 13일 오후 9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 강남의 영동호텔에서 윤씨를 만났으며, 엄씨가 윤씨에게 전화한 것은 같은 날 오후 10시였다는 것이다. 이용구 변호사는 “윤씨가 엄씨에게 4월 13일 오후 10시쯤 전화하라고 해서 엄씨가 전화한 것”이라며 “윤씨는 변호사와 상의해 녹음했다고 하지만, ‘변호사’를 ‘검사’로 바꾸면 수사 기관이 사인간 통화에 개입한 것으로 불법 감청에 따른 위법 수집 증거”라고 주장했다.
손영배 부장검사는 “윤씨 관련 언론 보도가 이미 나온 상황에서 김 부장검사가 수사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해 윤씨를 외부에서 만난 것”이라며 “어떤 불법적 수사도 없었다. 당시에는 두 사람의 통화 사실을 몰랐고, 진술 회유가 있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보던 홍 지사는 헛웃음을 지었고, 재판장에게 발언권을 요청했다.
홍 지사 말이 끝나자, 손 부장검사는 “엄씨와 윤씨간 통화 녹음은 윤씨가 대화 당사자로서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인 엄씨의 사전 동의 없이 녹음했어도 합법적 증거로 쓸 수 있다”며 “‘위법’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엄씨는 윤씨에게 ‘경선 활동 자금으로 썼다고 하면 안 되느냐’고 전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엄씨는 “윤씨와 20년간 알고 지냈다. 윤씨와 홍 지사 둘 다 안 다쳤으면 하는 생각에서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해 전화했다”며 “통화 전후 홍 지사와 연락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심정이 어떤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치를 오래 하다 보니까 이런 참소도 당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아주 불쾌한 질문이다. 그런 질문은 하지 마라”라며 “(금품을)받은 일이 없고, 성 전 회장도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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