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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자 동반자 YS-DJ,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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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이 6년 전 세상을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2일 서거하면서 한국 현대 정치사를 이끌어왔던 ‘양김(兩金)’ 시대도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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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필 기자
입력 : 2015.11.22 08:32 | 수정 : 2015.11.22 08:41
두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서는 동지이자 사적으로 막역한 친구였지만, 대권을 건 경쟁에서는 영원한 맞수였다. YS는 지난 2009년 8월 서거 직전 병상에 있던 DJ를 찾은 자리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오랜 경쟁관계이고 협력관계”라며 “세계에 유례가 없는 특수관계였다”고 표현했다.
두 사람의 출발점은 판이했다. DJ는 YS보다 한 해 이른 1926년 전남 신안의 외딴섬 하의도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고교 졸업 뒤 정계에 뛰어들었다.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정치인으로, 일생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경험만 수 차례였다. 반면 YS는 1927년 경남 거제에서 지역 유지의 아들로 태어났고,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51년 장택상 당시 총리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 불과 3년 뒤인 1954년 27세의 나이로 최연소 민의원(오늘날의 국회의원)이 됐다. 이 기록은 6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후 YS는 1980년대 정치규제 조치로 출마하지 못한 11·12대 총선을 제외하고 1992년 총선까지 모두 아홉 번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박정희 정권에서 전두환·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야당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중요한 고비 때마다 협력하고 경쟁했다. YS는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군정에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군정 연정 반대 시위에 참여하다 구속됐으며, 1972년 10월 유신 이후에는 해외 망명을 선택한 DJ와 달리 국내로 돌아와 유신정권에 맞섰다. 그러면서도 김대중 납치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규탄하면서 DJ를 지원했고, 1974년 신민당 총재로 선출된 이후에는 국내에서 선명야당 노선을 걸으며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야권을 이끌었다.
1968년 신민당 원내총무 경선에서 처음으로 맞붙은 YS와 DJ가 본격적으로 격돌한 것은 19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이었다. YS는 당시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1차 투표에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었지만, 2차 투표에서는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이철승 쪽 표가 DJ에게 옮겨가면서 DJ에게 패했다. 그러나 YS는 “김대중씨의 승리는 곧 나의 승리”라며 경선 결과에 승복했고, 이는 후일까지 YS의 정치적 자산이 됐다.
1980년대 군사정권 때에는 두 사람이 함께 군사정권에 정면으로 맞서며 한국 민주화의 두 기둥으로 우뚝 섰다. 두 사람은 DJ가 귀국한 1985년 힘을 합쳐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결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12대 총선을 거치며 야당을 복원한 뒤 직선제 개헌 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주도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1987년 대선에서 결정적으로 갈라섰다. 두 사람 모두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야권은 끝내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고,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선과 민정당 정권 재창출로 이어졌다. 훗날 DJ는 자서전에서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며 이를 자책했다. YS도 DJ 서거 후 인터뷰에서 “천추의 한이 됐다”며 당시를 후회했다.
두 사람은 이후 줄곧 대립관계를 유지했다. YS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자신이 이끌던 통일민주당이 3당으로 내려앉자 1990년 1월 당시 여당인 민자당, 김종필 총재가 이끌던 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을 결행했다. YS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자신의 결단을 옹호했으나, DJ를 비롯한 야권으로부터는 배신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YS는 여당 민자당의 대표최고위원을 거쳐 대선후보로 선출됐고, 1992년 대선에서 DJ와 대결해 먼저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후 DJ는 정계를 은퇴해 영국으로 떠났다가 귀국, 1995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해 정계에 복귀했다.
대권을 두고 DJ와 평생을 걸쳐 경쟁해온 YS였으나, DJ의 당선을 도운 것 또한 그였다. YS는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측이 제기한 DJ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 유보를 결정하는 등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면서 DJ에게 대권으로의 길을 터줬다.
그러나 두 사람의 앙금은 DJ 집권 이후에도 풀리지 않았다. DJ는 문민정부 비리 청산 작업을 밀어붙이면서 YS의 아들 김현철씨 등 YS 측근들을 법의 심판대에 올렸고,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YS는 DJ를 “배신자”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DJ의 노벨 평화상 수상까지 깎아내렸다.
두 사람의 화해는 2009년 8월 죽음의 문턱에 선 DJ를 YS가 전격적으로 찾아가 문병하면서 이뤄졌다. DJ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곧 서거했지만, YS가 DJ 서거 이후에도 동교동계 인사들을 위로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당시 YS는 취재진에게 “이제 화해한 것으로 봐도 좋다. 그럴 때가 됐다”고 했다.
권력에 맞서며 협력하고 권력을 두고 경쟁했던 YS와 DJ. 두 사람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한국 현대사의 큰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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