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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며 떠난 '세월호 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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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투병하던 김홍경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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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보운 기자
입력 : 2015.07.06 03:00 | 수정 : 2015.07.06 09:58
"생면부지의 사람들까지 따뜻한 정성 보내줘 감동… 한국은 아직 살 만한 나라"
작년 4월 세월호 침몰 때 안산 단원고 학생 20여명을 구해 '세월호 의인(義人)'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던 김홍경(59)씨가 지난 2일 밤 11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위암과 폐렴 등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가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중순 병세가 잠깐 호전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다.
김씨는 숨을 거두면서 가족에게 "가족들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나중에 투병 생활에 도움을 주신 분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리라"는 유언을 남겼다. 유가족은 유언에 따라 서울 서대문구 적십자병원에서 가족·친지들만 불러 조용히 장례를 치렀고, 지난 4일 발인했다.
김씨의 아내는 "그동안 생면부지(生面不知) 남편을 도와주셨던 많은 분께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남편도 마지막까지 그분들께 감사하며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작년 4월 16일 일거리를 찾아 세월호에 승합차와 배관 장비를 싣고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김씨는 배가 침몰할 때 맨 꼭대기 5층 오른쪽 끝방에 있다가 3~4층 객실에 남은 단원고 학생들을 또 다른 세월호 의인 김동수(51)씨 등과 함께 구조했다. 이 사고로 승합차와 장비 등 재산을 잃은 그는 위암까지 발병해 병원비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투병해왔다.
세상에서 잊힌 채 외로이 투병 중인 김씨 사연은 지난달 11일 본지를 통해 보도됐다. 김씨는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가 정쟁에 휘말리면서 생존 피해자들의 삶이 뒷전으로 밀린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불쌍해서 유족들이 충분히 자기 주장을 펼 수 있도록 기다렸는데, 모든 게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며 "한국에선 목소리가 커야 하는 것 아닌가 후회가 된다"고 했었다.
김씨의 소식이 알려지자 그가 입원한 국립암센터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병원비의 95%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고, 나머지 5%도 병원기금에서 지원했다. 고양시청 1층 로비에는 모금함도 설치됐다.
시민 100여명도 김씨를 돕겠다고 나섰다. 치료에 써달라며 김씨에게 1000만원을 내놓은 한 독지가는 "김씨의 의로운 행동에 감명받았고, 우리 사회가 투병 중인 의인을 돌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아내는 "남편은 누굴 원망하기보다 약자의 억울한 사정을 알아달라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던 것인데 그 뒤로 아주 많은 분이 따뜻한 온정을 보내줬다"며 "남편과 나는 세상 사람들의 응원에 감동해 손을 맞잡고 울었다"고 했다. 병세가 악화하기 전 김씨는 아내에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죽어가던 우리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살 만한 나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달 말 본지 통화에서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꼭 병을 이겨내겠다"고 말했지만, 끝내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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