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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運轉보다 서툰 운전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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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 절박한 건 정권 業績 쌓기와 이미지 쇄신 원내대표 退出 드라마 관객 意表 찌르는 결말 맺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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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논설고문
입력: 2015.07.03 22:18 | 수정 : 2015.07.04 02:40
강천석 논설고문
대통령과 집권당 원내대표 사이의 반목(反目)과 불화(不和)를 다룬 드라마의 끝은 시작할 때 이미 정해졌다. 원내대표가 도중하차(途中下車)하는 것이다. 버스 운전사와 차장이 다투면 차장이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는 이치와 한가지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떠나느냐만 남았다. 이 대목에서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이번에는 정말 가만 있지 않으려 했다. 잘해달라"며 어깨 툭 쳐주고 돌려보낸다면 드라마는 대반전(大反轉)이다. 대통령 키는 두 배 커지고, 원내대표는 그 앞에서 어리광 부린 처지가 되고 만다.
상식적 득실(得失) 계산법으론 대통령은 원내대표를 몰아내는데 성공해도 타격을 받고, 실패하면 더 큰 타격을 입는다. 손해가 더하느냐 덜하느냐 차이가 있을 뿐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일은 없다. 대통령의 이익이란 집권당의 단합된 뒷받침을 배경으로 국정과제를 해결해 정권의 업적을 쌓는 것이다. 업적이 쌓여야 국민 지지가 높아지고, 국민 지지가 높아져야 당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돼 다음 총선에서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더 많이 공천·당선시킬 수 있다. 5년 임기의 절반을 넘긴 대통령에겐 이보다 절실한 목표가 없다.
사태는 원내대표가 타의(他意)에 의해 자리에서 내려오는 쪽으로 굳어 가는 듯하다. 대통령 측근 세력의 압력과 사태 장기화에 따른 중도파 의원들의 총선 불안이 합쳐지면 원내대표는 버티려야 더 버틸 재간이 없다. 그 순간 금이 갈 대로 간 새누리당 항아리는 깨진 거나 한가지다. 당분간 공멸(共滅)을 모면하려고 철사줄로 깨진 항아리를 얼기설기 동여매겠지만 새는 물을 막을 도리가 없다.
내년 4월 총선까지 10개월 남았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다수당으로 살아남으려면 정권의 업적 쌓기와 이미지 쇄신(刷新)이 필요하다. 아무리 민주당이 새누리당 못지않게 죽을 쑤고 있다 해도 중간 선거 민심(民心)은 여당에 더 가혹하리라고 예상하고 대비하는 게 정상이다. 정권 출범 첫해는 연쇄 인사 파동, 다음 해는 세월호, 올해는 메르스 사태로 허둥대왔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정권의 치적(治績)과 성과로 뭘 내세울 건지 생각해야 한다.
상지상(上之上)은 지난 2년 반 동안 고개를 처박고 있던 경제가 그맘때쯤 고개를 버쩍 드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중·장기 해법은 구조개혁, 그 가운데서도 노동 부문 개혁 성패(成敗)에 달렸다고 한다. 이 정부가 내세운 4대 개혁 중 가장 힘들다는 게 노동개혁이다. 난이도(難易度)가 제일 낮은 연금개혁 입법을 처리하면서 국회법개정안을 끼워 넣어 오늘의 파동을 빚었는데 노동개혁을 감히 시도라도 해보겠는가.
이번 파동의 전개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대통령 측근 세력은 당(黨)의 다수파가 아니다. 소수파에 가깝다. 당이 하나로 뭉쳐도 노동개혁을 뒷받침하기 버거울 텐데 소수파로는 어림도 없다. 다른 개혁도 마찬가지다. 원내대표 퇴출(退出) 파동이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어느 한쪽이 승리하고 다른 한쪽이 패배하는 제로섬(zero-sum) 게임 방식으로 결판나서는 총선에 득(得)될 게 없다.
우리 정치의 과거 패턴으로 보면 집권당 원내대표가 '증세(增稅) 없는 복지 없다'고 대통령 핵심 공약을 거스르고, 사실상 폐기 처분한 경제민주화 문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정부 경제 정책을 꼬집고, 야당보다 심하게 안보-외교 정책의 난맥(亂脈)을 헤집었으니 '괘씸죄'로 징치(懲治)할 만하다. 원내대표 자리를 개인의 정치 철학 전파에 이용한다고 화살을 맞는 게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 목소리가 그 혼자만의 목소리는 아니다. 소리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상당수 의원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어쩌면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을 버텨내기 위해 이미지 쇄신용으로 그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再活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의 세계에선 이단(異端)도 때로 쓸모가 있다. 실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승리로 이끈 몇몇 핵심 공약의 원산지(原産地)는 민주당이었다. 새누리당이 가져다 사용해서 새누리당의 무기가 됐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었다. 내년 일은 내년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금 내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대통령에겐 반전(反轉)의 계기가 필요하다. 국민 의식 속에서 고정(固定)관념으로 굳어가는 이미지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집권 2년 반이 흐른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 동력(動力)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뻔한 결말을 향해 뻔하게 흘러가는 드라마가 국민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 관객의 의표(意表)를 찔러야 한다.
원내대표를 밀어내는데 성공해도 정치적으론 잃는 것뿐이고, 만에 하나 실패하는 날이면 더 크게 잃을 게 뻔하다면 게임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드라마 마지막 회(回) 대본(臺本)을 새로 써야 한다. 국민은 거친 운전보다 서툰 운전이 더 무섭다. 모래시계처럼 시간은 빠져나가는데 대통령 주변과 새누리당엔 사람이 그리도 없는가.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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