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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전 독일수상에게서 변화와 개혁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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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두려워하는 인물은 절대로 개혁에 동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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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중 칼럼니스트 ㅣ 기사입력 2015/05/23 [12:53]
▲슈뢰더 독일 총리 ©CNN
슈뢰더(Gehard Schroder) 전 독일 수상이 제주포럼(5월 21일)에 참석차 방한하였다. 그리고 이후 여러 단체들에서 초청강연을 계속하고 있다. 필자가 독일에 유학시절에 수상직에 올랐던 인물로서 당시 TV에서 매일 보아왔던 슈뢰더가 갑자기 국내 뉴스에 등장하지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 수상을 역임했다. 그가 1944년 출생이니 만으로 54세부터 61세까지 수상 직에 재임했다.
그는 독일의 니더작센(Niedersachsen) 주의 조그마한 도시에서 태어나 홀어머니를 모시고 고학으로 변호사가 되었던 인물이다. 괴팅엔(Gottingen)대학시절에는 ‘사회주의 청년연맹’(Jungsozialisten; JUSO)의 전국 의장을 역임했다. JUSO는 청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으로 급진적인 조직이며, 전 유럽 청년사회주의 연맹의 독일 조직이다. 당시 함께 유럽 청년사회주의 연맹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Anthony Charles Lynton Blair) 전 수상과 프랑스의 죠스팽(Lionel Jospin) 전 수상 등이 있으며, 이들 세 명은 공교롭게도 동 시대에 자국의 수상을 역임했다. 이들 세 명의 친분관계는 ‘아침은 베를린에서, 점심은 파리에서, 저녁은 런던에서’ 함께 먹는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가까웠다.
젊은 시절 슈뢰더는 급진적인 막시즘에 빠지기도 했던 좌파 운동가였다. 그리고 정계에 입문해서는 사민당(SPD)의 당원으로서 시의원, 주의원, 주지사를 거쳐서 수상에까지 오르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그의 정치 성향은 점점 책임 있는 자리로 이동할수록 변하기 시작했다. 그가 니더작센의 주지사로 재임 중이던 시절에 독일 사민당에서 가장 유력한 수상후보는 라폰텐(Oskar Lafontaine)이었고, 라폰텐은 급진적인 사회주의 노선을 추종했던 인물이었다. 독일의 경제계는 라폰텐의 집권을 두려워할 정도였다. 이에 반해 슈뢰더는 친 기업적인 정책을 표방하며 이른바 ‘제 3의 길’을 주창했다. 그래서 그는 집권 보수당이었던 기민당(CDU) 보다도 더 기민당 같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중도 노선을 고집했다. 이러한 여론과 16년만의 정권교체라는 대망론에 밀려 라폰텐은 수상후보 자리를 슈뢰더에게 양보했고, 사민당은 결국 녹색당(Die Grune)과의 연정으로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민-녹색 연립정권이 수립된 직후, 재무장관이었던 라폰텐이 과도한 복지지출(집세보조금 100% 인상 등...)을 하기 시작했다. (필자도 그 당시에 기숙사비 보조금이 두 배로 입금되어 유학생활에 보탬이 되었다) 하지만 과도한 재정지출로 인하여 유럽전체의 금융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급기야 영국의 한 일간지(일간지 이름과 날짜는 기억이 안남)는 라폰텐의 파안대소 사진을 게재하며,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상 슈뢰더는 아직도 당내의 지분을 제일 많이 갖고 있는 라폰텐과 독대를 신청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전격적으로 라폰텐이 재무부장관직을 사임했다. 그날 당시 필자는 독일 외무부의 문서고에서 사료작업 중이었는데, 그 곳의 공무원에게 들으니, 슈뢰더가 라폰텐에게 “당신이 물러나지 않으면 내가 물러나야 한다”고 담판을 지었다고 한다. 그리고 라폰텐의 후임으로 재무장관에 오른 아이헬(Hans Eichel) 헤센 주지사는 라폰텐의 복지지출을 만회하기 위해서 3백억 마르크(당시 환율로 약 22조 5천억 원)를 삭감하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유럽 주변국들의 우려를 무마시켰다.
▲ 권오중 ©브레이크뉴스
또 한 가지 기억나는 사건은 2001년 7월에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G8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을 당시에 슈뢰더가 했던 발언이다. 당시에 G8정상회담과 세계화에 반대하는 각국의 대학생들이 제네바에 집결하여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었고, 그래서 안전상의 이유로 회담도 정박되어 있던 페리 선박에서 진행했었고, 각국 정상들은 숙박도 그 선박에서 해결했었다. 그리고 G8정상들이 회담 직후 선상에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부두에 몰려왔던 대학생들이 갑자기 바지를 내리고 뒤돌아서서 G8 정상들을 향해 엎드린 채 엉덩이들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그들의 엉덩이에는 세계화를 반대한다는 문구의 알파벳들이 하나씩 씌여져 있었다. 그런데 이를 본 후 슈뢰더 당시 독일 수상은 독일 TV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20년만 젊었다면, 나도 저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라고 웃으면서 말했고, 이 인터뷰는 전파를 타고 전국에 퍼졌다. 필자도 그 발언을 TV에서 보는 순간, 정치인의 참모습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누구나 개인적인 정치성향이 있고, 그것을 옳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국민을 대표하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다면, 자신 개인의 정치성향보다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 해야 하는 모습을 슈뢰더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치인은 자신의 생각보다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 슈뢰더와 동지적 친분을 나누었던 토니 블레어 영국수상은 슈뢰더의 독일이나 죠스팽의 프랑스가 모두 반대했던 이라크 파병을 홀로 찬성하며 미국의 편에 서 버렸던 경우도 역시 좋은 사례이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주의 이념을 가지고 전쟁을 반대하지만, 영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과 함께 이라크에 파병해야 한다는 당론을 만들고 추진했던 블레어는 슈뢰더나 죠스팽과 같은 동지를 잃어도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정치인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여당과 야당은 다른 의견을 낼 수 없어야 한다. 그것이 경제문제이건, 복지문제이건, 교육문제이건, 안보문제이건 상관이 없다.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상대방을 무조건 비판하는 정치는 국민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적인 패싸움에 불과하다. 슈뢰더가 수상재임시절에 성사시켰던 ‘하르츠 개혁안’(노동시장개혁)은 사회주의 노선의 정치인도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노조의 비판을 감수해야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결국 전체 국민과 국가경제 회복이라는 ‘전체의지’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소수의지’보다 중요하다. 슈뢰더는 사회주의 노선을 추종하는 정치인이었지만, 전체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 하여, 과도한 복지지출이나 노조의 기득권 인정 등의 급진 좌파적 정책 대신에 전체 독일경제를 건전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개혁을 시도하고 성사시켰다. 어쩌면 보수 우파의 정책과 유사할 수 있으나, 그의 선택은 자신의 정치노선이 아니라, 언제나 전체 국민의 이익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정치인은 본인들이 원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따르라고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어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정치인의 의무이다. 개혁에는 반드시 반대세력이 존재한다. 반대 이유는 개혁을 통해서 자신들의 기득권이 축소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물은 절대로 개혁에 동참할 수 없다. 그리고 정치인은 변화와 개혁을 절대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정치를 한다면, 그는 정치인이 아니라 사기꾼에 불과한 것이다.
독일은 통일이후 복지와 노동 그리고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 등 여러 가지 문제들에 직면했었다. 만일 독일정부가 집단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개혁에 실패했다면, 오늘날의 독일은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정부는 저마다의 이익집단들의 소수의지를 전체 독일경제라는 전체의지에 종속시키는 개혁을 통하여 개혁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가고 있다. 특히 슈뢰더 수상 재임시절에 성사시켰던 ‘하르츠 개혁’을 사회주의 노선의 집권여당에서 추진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정말로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도 복지와 노동,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정책 실현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우리가 독일식의 모델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그리스식의 모델을 따를 것인지는 우리 정치인들이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한다면, 절대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필자/권오중.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Philipps- Universitat Marburg) 철학박사 (현대사/정치학 전공).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민주평통 정치외교분과 상임위원 역임.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 출강. 현재 사단법인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칼럼니스트.
출처;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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