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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비노 갈등에 불지른 추도식..."함께 정치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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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이메일libai@chosun.com
입력 : 2015.05.24 14:40 | 수정 : 2015.05.24 17:17
4·29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으로 불거진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간 깊은 갈등의 골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또 한번 확인됐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비노 진영 의원들은 일부 친노 성향 참석자들로부터 물 세례를 맞거나 욕설을 당하는 등 봉변을 당했다. 이 때문에 비노 진영에서는 친노 진영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감정적 대립이 극대화된 상태”라며 분당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추도식에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 친노 진영 인사들은 물론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비노계 인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김한길 전 대표를 향해 일부 참석자들은 “야 이 XXX야”라는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거나, “너만 살겠다는 거냐” “철좀 드세요” “한 길로 가라”라고 비난했다. 김 전 대표는 일부 참석자가 뿌린 물 세례를 맞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광주 서을 4·29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향해서는 “우우~”하는 야유와 함께 “당을 분열시키지 마라” “친노 1호, 원조 친노가 잘해야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와 맞붙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는 “뒤에서 욕하고 다니지 말라”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서도 야유가 터져나왔다.
문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제발 분열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드린다. 더 이상 고인을 욕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편하게 놔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썼다. 문 대표는 또 “우리 당 안에서만큼은 더 이상 친노·비노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용어조차 쓰지 말자. 고인의 간곡한 바람일 것”이라며 “그 누구도 노무현 이름을 정치마케팅으로 팔지 말아야 한다. 친노라는 이름으로 이득 보려는 사람도 있어선 안 되고 친노·비노 프레임으로 재미 보려는 사람도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비노 진영의 ‘친노 패권정치 청산’ 요구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추도식에서의 봉변에 이어 문 대표가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리자, 비노 진영은 부글부글 끓었다.
김한길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대표의 글을 다시 반박했다. 김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을 앞세워 분열을 조장하는 일이 더는 없으면 좋겠다는 문재인 대표의 말씀에 백번 동감”이라며 “노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라는 문 대표의 말씀이기에 더 기대가 된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또 “‘링컨이 백인이라는 사실이 흑인들의 영원한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다”며 “흑백차별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건 백인이듯이, 우리당 계파패권의 벽을 허물 수 있는 건 바로 지금의 당대표와 그 주변 사람들이다. 우리당 혁신의 출발은 패권정치의 청산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우리당에는 ‘친노’와 ‘친노가 아닌 사람들’이 있을 뿐”이라며 “‘친노’ 라는 분들이 스스로 벽을 허문다면 우리당의 ‘친노’니 ‘비노’니 하는 분열상은 곧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세간에서 친노의 좌장이라고 불리는 문 대표의 결심에 달린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또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누구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욕하고 삿대질해대서야 되겠는가”라며 “천정배와 김한길이 없었던들 노무현 대통령도 없었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추도식에서 봉변을 당한 데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비노 진영의 한 의원은 “자신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이런 식으로 매도하고 비난하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자신들만이 ‘절대선(絶對善)’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함께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진 이유 중 하나가 ‘싸가지 없는 정당’이란 것이었는데 대체 정권 교체를 할 뜻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한동안 숨죽이고 있던 원조 친노의 적대적·배타적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의원은 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아무리 사전 협의 없이 추도식에 참석했더라도 많은 국민들 눈에는 ‘화해를 요청했으나 핍박받는 모습’으로밖에 더 비치겠느냐”면서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가 확보하지 못한 3% 중도 보수층을 끌어안아야 하는데, 이런 노사모식의 ‘아(我)와 피아(彼我)와의 전쟁’ 식의 대응이라면 지지율은 더 하락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친노 진영의 한 의원도 “일부 추모객의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정파(政派)를 떠나 추모식에 참석한 사람들에 대해 예의가 아니었다”면서 “이래서야 국민들 눈에 우리 당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겠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친노와 비노 진영의 싸움에 대해 당내 의원들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최재성 의원은 트위터에 “봉하마을에 왔는데, 구(舊)정치의 맏형들이 여전하다”며 “대통령님으로 방패를 삼는 사람들이나, 창을 드는 사람들이나 구정치다.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썼다. 박범계 의원도 트위터에 “그분(노 전 대통령)께 창피스럽지 않게 살자”고 썼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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