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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式 위기대응법 "다 내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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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공습 중 인질 사망… 신속·투명 초동대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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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나지홍 특파원 이메일
jhra@chosun.com
입력 : 2015.04.25 03:00
시간 끌기보다 정공법 택해
유족들에 먼저 용서 구하고 WSJ 통해 모든 정보 공개
불필요한 의혹·분쟁 차단
23일 오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예고 없이 백악관 브리핑룸에 등장했다. 궁금해하는 기자들 앞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파키스탄 국경 지역의 알카에다 거점에 대한 드론(무인기) 공습 작전 도중 인질로 잡혀있던 미국인 워런 웨인스타인과 이탈리아인 지오반니 로 포르토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들에게 어떤 말씀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안다"면서 "대통령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당시 작전의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 비장한 그의 표정은 2012년 말 26명의 초등학생과 교직원의 목숨을 앗아간 샌디훅초등학교 총기 참사에 대한 대국민 담화 발표를 연상케 했다고 CNN은 전했다.
공습으로 자국민 인질이 사망했다는 치부를 전격 공개한 오바마의 이번 발표는 이례적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알카에다 측이 인질 사망에 대해 아직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 정부가 은폐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 언론들은 이번 발표 배경에 대한 추측 기사를 쏟아냈다. CNN은 처음엔 "월스트리트저널의 취재로 사실이 폭로될까 두려워 오바마 행정부가 관련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발표와 거의 동시에 월스트리트저널이 관련 기사를 웹사이트에 게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악관이 발표 전날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에게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유예)를 조건으로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밝혀지며, 폭로를 우려해 발표를 서둘렀다는 관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전말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는 시간 끌기나 은폐보다 정공법을 택했다. 미군이 드론으로 알카에다 거점을 공습한 것은 지난 1월 14일과 19일 두 차례였다. 당시 미군은 공격 거점에 민간인 인질이 구금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CIA(중앙정보국)는 한 달 후 민간인 인질 사망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후 확인 작업에 들어갔고, 두 달여 만에 사실을 확인했다.
오바마는 지난주 CIA로부터 첫 보고를 받고 "철저한 확인 후 관련 정보를 기밀해제하고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오바마는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이탈리아인 인질 사망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아직 정보가 100%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인질 사망이 최종 확인된 22일, 렌치 총리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관련 사실을 알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엠바고를 요구한 것도 가족들에게 먼저 알려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미 정치매체인 폴리티쿠스USA는 전했다.
오바마의 신속하고 투명한 초동 대처는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의혹과 분쟁을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드론 공습을 비판해온 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 미국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킬 수 있는 드론 공격은 즉각 중지돼야 한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관련 사실을 은폐하지 않고 먼저 투명하게 발표한 것은 분명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대권후보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드론 공격을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부수적 피해는 전쟁의 일부"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옹호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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