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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의원들 ‘이완구 트라우마’에 벌벌…수시로 ‘녹음’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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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거 하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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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백건 기자
입력: 2015.04.01 11:30
지난달 27일,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국회의사당 인근 일식당에 들어선 새누리당 A 중진(3선) 의원은 기자들을 보자마자,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을 엄지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이같이 말했다. 식사 중 자신의 발언을 휴대전화로 녹음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A 의원의 말을 들은 일부 기자들은 무심코 식탁 위에 올려놓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호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이 중진은 이후에도 식사 중에 “녹음 하는 건 아니죠?”라고 물기도 했다.
월요일이었던 지난 30일 점심 때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졌다. 초선 비례대표인 B 의원과 몇몇 기자들이 식사를 하던 중 이완구 총리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B 의원은 “이 자리는 녹음하고 그런 분 없죠? 요즘 불안해서 말도 편하게 못하겠어요”라고 했다.
이완구 총리는 적지 않은 논란과 의혹이 있었지만, 어쨌든 지난 2월 국회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여의도를 떠나 정부청사에 입성했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이 총리를 가장 곤혹스럽게 했던 ‘휴대전화 녹음’ 사건의 여파는 여전히 여야 의원들에게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남아있다. 이 총리는 인사청문회 직전 일부 기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언론외압 의혹’ 발언 등을 했는데, 이 발언이 녹음된 음성 파일이 야당에 넘어가 공개되면서 낙마(落馬) 위기까지 몰렸다.
이완구 총리가 지난 2월 국회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조선DB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혹시 이게 녹음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섬뜩해질 때가 있다”며 “기자들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정치인과 기자 간 신뢰가 약해지면 결국 언로(言路)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또다른 수도권의 한 여성 의원은 “최근 한 지인이 나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줬는데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올해 초 내가 기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편하게 한 말이었는데 카카오톡을 통해 돌고 있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누군가 내 발언을 휴대전화로 녹음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사석에서 정치인의 발언을 녹음하지 않는다.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반응은 ‘이완구 트라우마’로 인한 과민 반응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는 “일부 기자들은 식사 도중의 발언을 녹음해, 그 발언 내용을 자신과 친분이 있는 기자들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전송하고 공유하는 경우도 있는 걸로 안다”며 “발언이 삽시간에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은 스스로 입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출력;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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