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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의사설] 국제 金融 질서 재편, '통일 後'까지 생각하며 적극 참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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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19 03:23
중국이 주도해 만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영국에 이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가입 여부는 주권국이 결정할 문제"라며 종전의 강경한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중국은 올해 말 AIIB 출범 전에 더 많은 회원국을 확보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달 말까지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재촉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육·해상에 신(新)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는 '이다이이루(一帶一路)' 전략을 국가 어젠다로 내세웠다. 중국에서 아시아·중동을 거쳐 유럽·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육·해상 교역로에 도로·철도·항만 등 인프라를 구축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경제적 영향력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유럽·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선 중국의 발언권이 잘 먹히지 않으니 별도의 국제금융 기구를 출범시키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런 중국의 속셈을 충분히 알면서도 실리(實利)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AIIB 참여를 결정했다. 영국은 5월 하원 총선거를 앞둔 캐머런 정부가 중국과 교역 확대를 요구하는 경제계의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영국은 지난달 이미 미국에 AIIB 참여를 통보한 뒤 미국의 반대를 뿌리치면서까지 중국판(版) 국제금융 기구 가입을 결정했다.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가 AIIB 창립 멤버가 된 것은 기존 국제금융 질서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선진국들의 참여로 당장 AIIB가 발행하는 채권은 국제시장에서 최우량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중국 위안화의 위력(威力)은 점점 더 강해질 게 틀림없다.
무엇보다 그동안 국제금융 질서를 지탱해오던 G7 체제에서 미·일·캐나다를 제외한 4개국이 이탈했다. 4개국은 G7과 AIIB 사이에서 양쪽 이해관계를 모두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에 서게 됐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가상(假想) 통화인 특별 인출권(SDR)을 구성하는 4대(大) 통화 가운데 유로화와 파운드화(貨)가 AIIB에 끼어들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G7 체제에 중국을 추가하거나 SDR 통화에 위안화가 가담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금융 질서 재편은 20~3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게 마련이다. 우리는 AIIB의 지배 구조를 논의하는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참여해 우리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AIIB에 북한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핵(核) 포기를 전제로 AIIB를 통해 북한의 낙후한 인프라 개발 사업을 추진할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AIIB 참여 여부는 단지 한·중(韓·中) 관계나 한·미(韓·美) 관계의 틀 속에서만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국제금융 질서의 재편이라는 커다란 물결 속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출처;조선닷컴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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