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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사설] 일본서 "독일은 역사와 똑바로 마주했다"고 한 메르켈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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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2차 대전 후) 유럽에서 화해가 진전될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 과거와 똑바로 마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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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록 기자
입력 : 2015.03.10 03:00
메르켈 총리는 이틀 방문 일정으로 이날 일본에 도착했다. 메르켈 총리는 강연 후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독일은 2차 대전 후 연합국이 주도한 뉘른베르크 전범(戰犯) 재판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는 것을 확실히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다시 국제사회에 받아들여진 것은 행운이었다"며 "(침략을 당한) 프랑스의 관용과 (침략한) 독일의 진정한 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독일 정상으로서는 7년 만에 일본을 찾은 메르켈 총리는 이날 강연 후 저녁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정 국가 정상이 외국 방문길에 상대국에 부담이 될 만한 발언은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특히 동아시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내에서 공개 발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부에 대해 "끔찍한 인권침해"라고 한 것도 한국에서였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바로 일본에서 '전범국가의 진정한 반성'을 언급했다. 그는 정상회담 후 공동회견에서도 "과거를 정리하는 것이 화해를 위한 전제"라고 말했다.
독일과 일본은 똑같은 2차 대전 전범 국가이면서도 이를 청산하는 노력 측면에서는 상반된 길을 걸어왔다. 독일 정치 지도자들은 나치 독일이 저질렀던 범죄에 대해 흐트러짐 없이 사죄에 사죄를 거듭해 왔다. 독일 사회에선 좌·우파 가리지 않고 '나치 범죄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독일 사회 전체의 집단적 책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메르켈 총리도 지난 1월 26일 아우슈비츠 해방 7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나치 만행을 되새겨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의 항구(恒久)적 책임"이라고 했다. 지금 독일을 나치의 후신이라고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은 이런 노력이 쌓인 덕분이다.
그러나 일본은 사과와 번복을 거듭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특히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총리 내각은 이전 내각의 사죄조차 부정할 정도로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훼손했고, 무라야마 담화에 담긴 '침략'이라는 표현을 거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이어 총리 주변 사람들은 전범을 단죄한 도쿄 재판의 합법성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말도 여러 번 했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나치 전범, 도쿄 재판은 일제(日帝) 전범을 단죄한 국제 재판이다.
일본 사회에는 몇 년 전부터 한국에 대해 "언제까지 사과하라는 말이냐"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일본에 몰아치고 있는 혐한(嫌韓) 정서의 뿌리도 여기에 닿아 있다. 한국도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하고 메르켈 총리가 말하는 '관용'도 한국이 베풀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꼬일 대로 꼬인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가해·피해 관계'라는 말 자체가 의미 없어질 정도로 역사 인식에 대한 상호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아베 정권은 이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출처;조선닷컴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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