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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발목잡기 끝짱내고 2015년은 '닥치고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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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칼럼>반기업 정서 확대재생산 안돼 다시 뛰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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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협력과 정책 팀워크 절실 과욕보다는‘우보(牛步)
등록 : 2015-01-01 06:30
인쇄하기조진래 기자(jjr2014@dailian.co.kr)
을미년 양의 해, 2015년 새해를 맞는 대한민국이 불안하다. 2014년부터 본격화된 불황이 그대로 이어져 IMF 환난 이래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정부를 비롯해 많은 예측기관들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3.7% 안팎으로 본다. 2014년 예상치 3.5% 안팎에 비해선 높은 수치다. 그러나 장담하기 어렵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최근 “2014년 성장률이 4년 만에 세계경제 평균치 보다 높아졌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2015년에 다시 평균을 밑돌까 걱정된다.
2015년 한국경제의 가장 큰 고민은 ‘성장을 주도할 섹터’가 없다는 점이다. 세계 경기가 예전만 못해 수출 길이 녹록지 않다. 미국이 그나마 회복세라지만 유럽 등이 워낙 리스키하다. 여기에 믿었던 중국 조차도 자국 산업을 우선 육성한다는 정책 탓에 뚫고 들어가기가 더 힘들어졌다. 장기간의 경기 불황에 가계의 구매력은 땅에 떨어졌다. 1000조원을 넘어 계속 늘어만 가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소비 부진은 더 큰 난제다. 가뜩이나 민간의 소비성향이 떨어지는데 고령화까지 성큼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정부 부문의 지출이 불가피하지만 재정집행도 경기 하락의 몰꼬를 회복 쪽으로 틀기엔 힘에 부쳐 보인다. 재정악화 우려는 늘 발목을 잡는다. 경제 활성화의 으뜸 주체인 기업들은 아직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들에 시장을 선점당하며 갈팡질팡이다.
국내외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대한민국이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근거없는 불평등론을 부추기며 경기회복의 불씨를 오히려 꺼트리는 세력들도 여전하다. 그러나 지금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 힘들지만 흔들려선 안된다. 경제주체들의 ‘팀 워크’가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2015년은 IMF 국난 극복 때 보여 주었던 대한민국의 힘을 다시한번 보여 줘야 할 때다.
경제살리기 첫 단추는 ‘내 옆 일자리’ 만들기 부터
임기 3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신년사에서 경제 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지피는 게 그치지 않고, 불꽃처럼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자신했다.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내수 진작과 투자 활성화를 핵심 아젠다로 설정했다. 서민들의 삶이 더 이상 팍팍해지지 않도록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과 과감한 규제개혁도 약속했다. 정치권과 국회에도 경제활성화를 위한 간절한 도움을 요청했다.
큰 방향은 옳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올해의 약속은 작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살리기 해법을 보면 더욱 그렇다. 작년에도 그렇게 힘 모아 경제살리기에 동참하자고 했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정치는 경제를 돕지 않았고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한계를 드러냈다. 기업은 광속과도 같은 글로벌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잃지 못했다. 국민들은 저마다 ‘네 탓’만 했다.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불러 넣으려면 많은 일자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옆의 아들 딸과 친구들이, 퇴직자와 실직자들이 다시 일을 갖게 해 주어야 한다. 특히 ‘돈되는 일자리’가 절실하다. 비지속성 비정규직 일자리 양산은 통계 왜곡만 불러 올 뿐이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작게는 사회적 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 지원에서부터, 크게는 미래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도 일자리 창출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복지 보다 다시 성장에 맞춰야 한다. 성장만이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 기업의 고용 확대나 신규 투자에 대해 세제 혜택 같은 인센티브를 확대해 줄 것을 주문한다. ‘투자 안하면 과세한다’는 강압 보다 기업이 스스로 뛰도록 동기부여를 해 주어야 할 때다. 지방경제 활성화와 기업 내부 유보금을 연계하는 지원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 2015년 을미년 청양의 해가 밝았다. 경남 남해군 설천면 문의리에 위치한 양모리학교에서 2015년의 주인공 양과 주인이 함께 해를 맞이하고 있다. 온순하고 평화로운 양이 진취적이고 긍적적인 청의 기운과 만난 2015년 을미년에는 대한민국이 밝고 화합하는 나날들만 있기를 소망해 본다. (촬영일시: 12월 23일 여명이 밝을때)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치가 경제를 움직인다...정파 이익 떠나 협력을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세월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까지 무려 6개월이 걸렸다. 의원입법들은 한 달도 안 돼 뚝딱 통과시키던 국회가 그 기간 동안 한 일이 무엇인가. 오죽했으면 ‘무노동 무임금’ 얘기가 나왔겠는가. 목소리만 높이고 책임 전가에만 열을 올렸다. 타협과 조율은 없었다. 때문에 사태 해결의 타이밍을 놓쳤고 국민들의 원성과 정치불신은 심화됐다. 2014년은 ‘정치실종의 해’ 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5년은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다. 재임 기간 중 경제 체질을 바꾸기엔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정윤회 문건 파문에 2015년이 시작부터 지지부진해선 안된다. 조속히 마무리짓고 새 출발을 선도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개혁을 뚝심있게 밀어붙였듯이 산적한 현안들을 과감하게,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해결해 가야 한다.
박 대통령도 남다른 각오로 한 해를 맞아야 할 것이다. 소통의 폭을 크게 넓혀 대통령의 생각을 많은 이들이 ‘제대로’ 알게 해야 한다. 지난 해 두 차례의 규제개혁 대토론회처럼 국민들에게 알릴 것은 직접 알려야 한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어 주어야 한다. 노동과 금융, 연금, 공공기관 개혁 등 구조개혁을 새해 화두로 던졌다면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설득하는 노력도 이제는 필요하다.
지금부터 20년도 훨씬 전의 전경련 회장단 회의 속기록에도 이런 대화 내용이 나온다. “결코 경제가 정치 위에 서려면 안됩니다. 하라는 대로 합시다.” 지금도 이런 갑을 관계는 여전하다. 우리 만큼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나라가 어디에 또 있을까. 경제를 살리려는 마당에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2015년에도 되풀이되어선 안될 것이다.
반기업 정서 확대재생산 안돼...기업을 다시 뛰게 해야
한국 사회에서는 대기업이 어려운 계열사를 지원하면 배임이 된다. 그렇다고 지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근로자 피해를 운운하며 “면책을 위한 꼬리 자르기”라고 매도당한다. 배임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적용 이전에, 뭐든 대기업이 하는 일에는 일단 태클을 걸고 보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자산을 싸게 팔아도 문제, 비싸게 사도 욕을 먹고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된다. 더 이상 이런 일방적인 반(反)기업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기업에 족쇄를 채운 규제들이 해소되고 있는 추세 임은 분명하다. 전경련조차 지난해 정부의 기업규제 개혁 평가에 A학점을 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쁜 규제들이 있다. 기업의 사내유보금 과세 문제만 해도 그렇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위축시키고 자칫 기업들이 면피용으로 부동산 쪽으로 눈을 돌릴 경우 투기를 유발해 거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서민들이 또다시 뒷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보다 탄력적인 운용과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2015년에는 기업들이 더 열심히 뛰게 만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정부의 재정집행 외에는 기업들에게 경제 회복과 활성화의 짐을 떠넘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인 사면과 가석방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에 상응하는 미션을 부여하면 된다. 차제에 과거처럼 당정과 그룹 총수들이 경제현안을 얘기하고 해결책을 찾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경제계와도 소통이 경제활성화의 단초가 될 것이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나 정치권의 전향적인 의식 변화도 요구된다. 세월호 사태 이후 생긴 부작용이 ‘내 밥그릇’ 싸움이다. 관피아 논란 끝에 관료 낙하산이 사라지게 되면서 생긴 일이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금융회사 CEO 자격제한의 모범규준 같은 말도 안되는 규제들이 업종 이기주의 속에서 잉태되고 있다. “기업규제 개혁도 좋지만 제발 새로운 규제나 만들지 말아 달라”던 재계 인사의 하소연을 허투루 들어선 안될 일이다.
노사 협력 절실...무조건적인 불평등의식 없어야
현대차 국내공장의 생산성이 해외공장에 비해 60~70% 수준 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좇는 집단이다. 생산성 높은 곳으로 설비와 사람을 옮기는 것은 당연하다. 산업 공동화의 원인이 회사 측에만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무조건 고용 보장과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노동계의 협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노동계는 극렬히 반대하고 있지만, 정규직의 기득권 일부를 내려놓아 달라는 정부의 주문도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기로 한 것을 ‘4년 고착화 획책’으로 이해하면 답이 안나온다. 지금은 노-사-정 간 대승적인 타협과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와는 형편이 많이 다른 나라지만 스웨덴은 1998년에 이미 기초연금을 폐지하고 저소득 노년층에 대한 선별적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1963년 이후 출생자에 대한 기초연금제도를 폐지해 화제를 모았었다. 우리는 어떤가. 2년 전 대선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복지’를 최상위 공약으로 내세우느라 복지만능 풍조만 만들어 냈다. 감당할 수 없는 보편적 복지는 지금도 우리사회의 불편한 족쇄다. 이해를 구하고 조정해 가야 한다. 정부의 사회 안전망 확충 노력 만큼이나 우리 국민들의 현실 인식도 중요하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골간은 유지하되 과욕은 삼가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초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수출과 내수 균형경제가 골자였다. 4%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최소 3만 달러, 고용율 70% 달성이라는 정량적 목표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달성될 것 같은 목표가 없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할 것이 ‘과욕’이다.
3%대 성장이라도 꾸준히 이어간다면 나쁘지 않다. 경제 볼륨이 커지는 만큼, 3%씩 매년 경제가 성장한다면 괜찮은 나라다. 목표 숫자를 맞추기 위해 과도한 재정투입을 강행한다든가 인위적인 외환관리 등에 매달리다 경제 근간을 흔드는 무리수가 나오면 안된다. ‘임기 내’라는 목표에 너무 함몰되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계속 수정 보완해 갈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고령화와 양극화에 대한 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적절한 대응책이 서둘러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재정의 균형적인 운용이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지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이를 공개해 공감대를 형성케 해야 한다.
소비 진작을 위해선 눈을 밖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좀처럼 외국에 시장을 내놓지 않는 중국에 대해선 한류에 빠진 중국의 소비력 높은 청장년층을 겨냥해 이들 해외 직구족을 껴안아야 한다. 이를 가로막은 규제를 과감히 푸는 게 중요하다. 인도와 동남아 한류 문화권 국가들이 우리 제품을 소비하게 만들어야 한다.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지역과 대상을 찾는 노력도 긴요하다. 그것이 동남아가 될 수도 있고 북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 일자리를 찾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자. 고학력 취업자들에 해외 루트를 열어 줄 필요가 있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다문화 가족 수용도 필요하다. 부자들이 더 쓰게 만들고, 그들의 소비를 비난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15년은 양의 해다. 양은 소과에 속한다. 양의 걸음은 실제로 소처럼 느릿느릿하다. 그리고 온순하다. 그러나 그런 외양과 달리 양들은 용기와 독립성이 강하다. 무리지어 살며 서로를 돕는다. 기독교에서는 신성한 제사상에 바쳐지는 ‘희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양의 해에 양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가볍지 않다.[데일리안 = 조진래 편집인]
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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