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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황제노조 이끈 ‘민경윤 독재체제’의 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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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권력 향유하며 기업과 국민에게 악영향 끼친 기막힌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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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강성 기득권 노조 집단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이 지적해왔던 바였다. 그래도 내막을 들여다보기 전엔 솔직히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명색이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가입된 국내 최고 대기업 노조가 사실상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될 정도로 이토록 허술하고 봉건적이며 폐쇄적으로 운영될 줄은 몰랐다. 보는 눈이 많으니 노조 조직이 최소한 투명하게는 굴러가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필자의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 강성노조로 악명을 떨치는 현대증권 얘기다. 그런데 한 사람의 권력자를 중심으로 한 장기독재가 궁극적으로 발전에 해롭다는 건 국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이 회사에 입사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아 노조 상근으로 14년을 보내고 그 중 9년을 노조위원장으로 보내면서 ‘직업이 노조위원장’인 한 사람이 노조를 장기독재 한 현대증권이 그동안 얻은 건 ‘노조가 말아먹는 회사’란 이미지요 얻은 건 추락한 경쟁력과 노조 투쟁의 산물인 비대한 몸집뿐이다. 현대증권 매각이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회사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고소당한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이 지난 달 검찰로부터 징역 1년형을 구형받자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현대증권의 앓던 이가 빠진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맞는 말이다. 해외 사업전략을 내놓으면 “불법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는 둥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자신의 회사 상품을 자랑하고 선전하기는커녕 불매운동을 벌이고 음해하면서 온갖 비방으로 회사의 정상적인 영업을 막던 이가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나 우리 경제 전체 입장에서나 그동안 입은 손실을 볼 때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문제에까지 그가 끼친 악영향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1심에서 실형이 떨어져도 그가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으로서 벌인 행적이나 투쟁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현대증권 노조의 배부른 행태가 어느 정도 위험수위까지 다다랐는지 국민 앞에 그 실상이 전부 까발려져야 한다.
필자가 현대증권 노조와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언론보도와 취재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놀랐던 건 귀족을 넘어 황제 수준의 노조 문화였다. 노동계의 노동문화제라는 게 그렇게 고급스럽고 쾌락지향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물론 노동계 전체 이야기는 아니다. 민경윤 노조위원장이 이끌던 현대증권 노조의 행태에 국한된 이야기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초조감으로 사는 대한민국 비정규직과 일용직 근로자들이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를 힘겹고 고되게 보낼 때 현대증권 노조가 노동문화제를 진행한다며 다녀왔다는 곳들을 보자. 강원도 고성 알프스리조트, 금강산, 한라산, 무주리조트, 대명비발디 등등 하나 같이 휴양지들이다. 심지어는 여러 대 전세기까지 동원해 중국 상하이까지 다녀왔단다. 그런 호화스러운 노동문화제를 연다고 들인 돈이 얼마가 될지는 상상조차 안 된다. 물론 돈 많은 노조가 조합비로 혹은 회원들로부터 돈을 따로 갹출해 그런 곳들을 다녀올 순 있다. 하지만 그 돈도 엄밀히 따져보면 현대증권에 투자한 국민의 돈이 아닌가.
새로운 사장이 올 때마다 불신임투표와 설문조사를 한답시고 툭하면 사장 길들이기를 하고, 그런 노조 압박에 못이긴 회사는 과도한 복지와 터무니없는 임금 혜택으로 돌려주곤 했던 게 그동안 되풀이되던 현대증권의 고질적인 행태였다. 현대증권의 복지수준과 임금이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얘기다. 노조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사의 수익창출을 막는 짓을 버젓이 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입혀도 과도한 임금과 복지혜택을 받았다는 건 한편으론 투자자들에게 그만큼 손해를 입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노조로 인해 현대증권 이미지 훼손으로 입은 무형의 손실까지 언급한다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벌이는 작태들로 인해 사회적으로 입는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이 회사와 사장, 임직원을 상대로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모욕을 하면서 벌인 소송전으로 인해 소모된 사회적 에너지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또 어떤가. 민 전 위원장은 현대증권이 불법적 일을 벌이고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틈만 나면 고소했지만 지금까지 검찰 결론이 난 건만 봐도 대부분 회사가 무고하다는 점만 밝혀졌을 뿐이다. 노조측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고의적으로 회사에 치명타를 가하려고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만 드러났을 뿐이다.
필자는 현대증권 내에서 벌어지는 사측과 노조의 갈등 상황을 들여다보면서 솔직히 MBC 언론노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MBC 언론노조가 속한 전국언론노조가 민주노총 산별노조인 것이나 현대증권 노조 꼭대기에 민주노총이 있다는 사실이 그렇고, 새로운 사장이 올 때마다 길들이기에 나서서 겁박을 주고 회사를 노조 손아귀에 넣으려는 꼼수를 부린다는 점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또 허위사실과 과장되고 왜곡된 사실을 유포하여 여론을 선동하고 임직원들을 향해 욕설과 모욕적 언사를 서슴없이 내뱉으며 굴욕감을 안겨주는 식으로 무릎을 꿇리게 하려는 점에서도 그렇다. 노조 집행부의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행태로 인해 대다수 조합원들이 제대로 할 말도 못하고 두려워한다는 점도 이 두 집단의 유사점에서 빼놓을 수 없다. 또 하나 꼽자면 노조 집행부가 대단히 정치적이라는 점도 상당히 비슷하다.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이 이끌던 시기 호사스런 노동문화제에 현대증권 직원들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수호 전 민노당 최고위원과 권영길 전 의원 심지어는 그의 사위까지 초대해 극진히 대접하는 모습은 노동문화제인지 정치행사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노조의 절대 권력자였던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은 회사에서 해고됐지만 그와 그가 십수년간 이끌어온 현대증권 노조가 회사에, 우리 사회에, 나아가 국가에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는 두고두고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노조문화와 비정상적인 권력관계에 대해 국민이 알 수 있고, 그런 국민적 힘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개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기업이나 노조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돼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기업은 자유로운 경영을 통해 수익창출을 이뤄나가야 하고 노조 역시 노동자의 이익과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회사를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불법적이고 비정상적인 편법과 막장 꼼수까지 용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국가와 국민 전체에 부담을 지우게 하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민경윤 전 노조위원장에 대해 내려질 법원의 판단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 결과가 일개 기업의 노사갈등 차원의 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국민의 감시견인 언론의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출처;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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