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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대북 인권정책 기조 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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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처럼 북한 인권문제를 ‘강건너 불 보듯’ 해선 안돼..국제사회와의 공조 등 북한 인권 증진에 적극 나서야
북한의 참혹한 인권상황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정치범수용소, 탈북자 강제송환, 반문명적인 공개처형, 비인간적인 고문과 인신매매, 비자발적 실종, 성분 차별, 사상․표현의 자유 부재, 만성적인 식량난과 영양실조 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상황을 실증하는 증거는 너무나 많아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2008년 12월 18일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북한인권 결의(찬성 94, 반대 22, 기권 63)는 2005년부터 시작해서 연속 네 번째로 채택된 것이었다. 더욱이 2008년의 경우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국별 인권규탄 결의는 3개국에 불과하였는데, 북한, 이란, 미얀마가 바로 그 나라들이다. 이 같은 사실은 북한의 인권상황이 세계에서 가장 열악하다는 점과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상황에 가장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2008년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는 북한의 인권 침해를 강력한 경고하는 외에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활동 협조, 인도적 기구의 접근 허용, 외국인 납치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였다. 더불어 인권 개선에 있어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유엔의 계속되는 인권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아직까지 馬耳東風의 자세를 고집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권단체인 미국의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금년 1월 12일 ‘2009 세계의 자유’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리비아, 수단, 버마, 적도 기니, 소말리아와 함께 가장 자유가 없는 국가라고 밝혔다. 즉, 북한을 ‘비자유국’(not free)으로 지정하며,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 부문 모두 최하위의 7등급의 점수를 부여했다.
지난 2월 25일 미 국무부는 2008년도 연례 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중 북한 인권실상 부분에서는 “김정일의 절대적 독재 아래 있는 북한은 언론·출판, 여행, 노동권 등 모든 분야에서 주민들의 삶을 통제하고 있으며, 탈법적 살인․실종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에는 자의적 구금이나 체포를 금하는 형법이 있지만 당국이 실제론 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며, “보위부가 정치범을 자의적으로 체포하고 재판 없이 수용소로 보낸다”고 비판했다.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나 프리덤하우스의 북한인권 보고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 10년 기간 동안 좌파 성향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일관성 있는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 남북교류협력에 장애가 조성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대북 저자세를 숨기지 않았다. 내재적 접근론이나 남북관계의 특수성 강조도 따지고 보면 북한 인권문제 제기를 회피하는 소극적 자세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용됐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북한과도 때로는 ‘얼굴을 붉힐 것’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급은 대북인권정책에는 전혀 반영․가시화되지 못하였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북한인권정책은 유엔의 결의안 채택과정에서 갈 之자 행보를 보여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3～2005년간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불참 → 기권 → 기권’ 투표를 했고, 2005년～2007년간 유엔 총회에서는 ‘기권 → 찬성 → 기권’ 투표를 했던 것이다. 일관성을 상실한 이 같은 행보는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를 낳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난 10년간 퍼주기식 남북교류협력을 했지만, 북한의 인권은 거의 나아지지 못하였다. 북한 인권에 침묵하거나 방기한 까닭이다. 무릇 인권은 ‘거론’할 때 ‘개선’이 있는 법이다. ‘침묵’하면 ‘정체’ 혹은 ‘개선이 지연’될 뿐이다. 독재정권이 스스로 자신의 치부인 인권탄압을 시정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류가 체험한 역사적 진실이었다. 따라서 과거 정부처럼 북한 인권문제를 ‘강건너 불 보듯’ 해선 안 된다.
요컨대,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정책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며,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계속 엇박자를 내는 것도 외교적으로 부적절하다. 이런 시각에서 이명박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이전 정부보다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현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인권을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접근하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권은 인류보편의 가치 문제로서 여타 사안과 분리해 그 자체로 다룬다”는 기본입장 아래 2008년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 북한 인권 결의안을 상정할 때 사상 처음으로 공동제안국(co-sponsor)으로 참여했다. 보편적 가치의 구현론은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2008년 2월), 2008년 3월과 2009년 3월에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우리 정부 수석대표의 발언 등에서 잘 나타난다.
이명박 정부는 대결적인 관점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자제한다. 그 반대로 ‘민족자애적 입장’에서 북한주민의 복지 증진 차원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다. 북한 인권 개선은 북한 사회의 건강성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3월 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등장하는 ‘애정어린 비판’이라는 말도 이 같은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기본입장에서 이명박 정부는 인도적 지원에만 치우쳤던 햇볕정책을 지양하고 인도적 지원과 북한 인권 개선을 병행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이것이 균형잡힌 대북정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월 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발표해 정상회담 차 방한한 조시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합의했고, 또 8월 말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탈북자의 강제송환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에 남다른 관심과 열의를 보여주었다.
이 같은 이명박 정부의 자세와 노력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도 전적으로 부합한다. 북한주민은 헌법 제3조에 따라 이들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또 헌법 제10조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의 인권 개선 및 보호 의무를 진다. 게다가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의 평화통일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남북한의 자유민주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가 필수적이다. 7천만 겨레가 상극적인 이념과 체제를 두고 한 울타리 내에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정부가 북한의 인권 증진과 개혁․개방을 통일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다만, 북한 인권문제와 남북관계의 함수관계를 고려해 국제무대에서 다룰 것(공개처형․정치범수용소, 탈북자 문제 등)과 남북대화에서 다룰 것(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을 구분하는 지혜(곧 차별적 접근)는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해 정부와 민간 부문 간에 적절한 역할 분담을 모색하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밖에 6자회담 참가국, 국제기구와의 협력이라든가 민간단체들의 국제공론화를 통한 대북 인권 개선활동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제시민사회의 일치된 목소리는 장기적으로 북한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의 대북 인권정책도 이전보다 더욱 적극성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월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권 향상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 “정부 단독의 차원을 넘어 국제적 노력을 이끌어낼 것” “다른 나라 정부와 비정부기구, 기업, 종교 지도자들, 일반 시민 누구든 인권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일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당장 3월 20일과 21일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과 북한인권호주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제9차 북한인권․난민국제회의가 열린다. 또 4월 말에는 워싱톤에서 북한자유연합이 주최하는 ‘북한자유주간’ 행사가 거행된다. 바야흐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한 목소리 내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국제사회의 수위와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변화하는 전략적 환경을 고려해 조속히 적실성 있는 대북 인권 개선 정책을 마련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시늉하는 적당주의’에서 탈피해 인권 침해 실태 조사와 기록 보존, 정책 제안 등 북한 인권 증진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북한은 기존의 완고한 태도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유엔 결의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문조사를 허용하는 게 절실하다. 북한이 국제인권규범을 존중할 때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함은 물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다. 변화의 거부는 오히려 체제붕괴를 가속화할 수도 있음을 북한의 지도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konas)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출처 코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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