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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사태, 경찰이 뭘 잘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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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라인 지키기 등 시위문화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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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현재 소통불능의 나라다. 명절의 교통체증만큼이나 우리 사회는 소통불능에서 오는 체증으로 중병 직전에 와있는 상태다. 대화와 토론의 장은 수시로 열리지만, 정치와 사회, 문화 등 사회의 모든 이슈는 이념과 정파에 갈려 공론을 모으는 것조차 힘에 부칠 지경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또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각각의 프리즘을 통해 소통의 입구를 틀어막고 각기 자기 목소리 높이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삿대질을 하기 바쁘다. 왜 소통하지 않느냐고 흥분하기 일쑤다.
상충된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충돌하는 시위 현장은 물론,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조차 멱살잡이와 목조르기, 해머와 전기톱이라는 공포영화 살인무기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원에 대한 시민의 물리적 폭행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하고, 국회의원이 공권력을 발길질 하는 진기한 광경도 목격되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이명박 정부1년, 대한민국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소통불능상태, 소통의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그것’, 지난 해 촛불시위를 거쳐 최근의 용산사태와 국회파행의 풍랑 속에서 흉물을 드러낸 ‘폭력’ 그 화두를 던져보았다. 과연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년도 안된 사람을 그렇게 흔들어 대서 뭘 어쩌자는 것이요. 뽑아놨으면 최소한 2~3년은 지켜보고 난 뒤에 평가를 해도 해야 되는 것 아니겠소”라며 77세의 오 모씨는 기자에게 되물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향(同鄕)에 스스로 팬이었다고 소개한 이 시민은 용산사태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용산사태 때 아까운 생명이 가고 그랬지만, 상부에서 생계대책은 강구해놓고 철거했다고 봅니다. 정부가 절대로 무작정 철거 안할 겁니다. 철거민들이 무엇을 더 요구했던가 해서 분란이 일어난 모양인데, 경찰이나 당국자들이 나쁘다고 안봐요. 철거민이 버티고 있다가 희생이 됐지만 끝까지 그렇게 버티고 있던 사람들, 틀림없이 보상을 더 요구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그 사건으로 공권력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많았다는 기자의 말에 오씨는 “공권력 제대로 사용한 겁니다. 철거민에게 얼마나 충분한 보상을 했는지는 몰라도 살게끔 해주고 철거했을거 아뇨? 사사건건 정부 하는 일만 물고 늘어지려고 하는건 민주당이 뒤에서 사수를 하니까, 바람을 넣으니까 그런거지”라고 야당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오씨에게 DJ는 왜 현재형이 아닌 과거형일까? “민주당에서 이명박처럼 일할 사람 누가 있소? 정세균? 택도 없다. 이렇게 밀어붙이고 하는건 이명박 밖에 없다”면서 “내가 그 사람들 안좋게 생각해. 그 사람 IMF다 뭐시다 금붙이 모아서 김정일에게 갖다 바쳤잖아? 김정일이 뭘 만들었나. 핵폭탄 핵무기로 무장했어. 그걸로 노벨상 탄게 그것이 잘한거요? 평양 가서 꽃다발 바치고 그게 잘한거요? 내 고향 사람이지만 그건 미친 짓이지”라고 말하는 그의 격한 호남사투리가 오히려 기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광화문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40대의 여성은 할말이 많아 보였지만, 처음엔 기자와의 인터뷰를 극구 거절했다. 하지만 시위가 빈번한 광화문에서 목격한 폭력의 모습은 결국 그의 입을 열게 했다. 그는 “이 동네 분들이 이런 부분에(인터뷰) 정말 예민하다”며 “타켓이 돼서 쉽지 않다”고 가게이름과 위치 이름이 노출되는 것을 거부했다.
“전경들이 다쳐서 오고 자기들끼리 말하는 걸 많이 봐요. 또 전경 엄마들이 울고 다니는것도 많이 보게 되고...”라던 그는, 그 같은 모습을 보고 “우리 아들 전경 보내면 안되겠다. 현역 가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침뱉고, 할퀴고, 몸싸움 하고 전경들이 많이 다쳐요. 똑같은 입장에서 대치하는데 젊은 혈기들이 참을 수 있겠어요? 못 참죠. 그 사람들 시위를 참 지능적으로 하죠. 맞는 것도 교묘하게 맞고, 때리는 것도 교묘하게 때리는 거 아니겠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주의라는게 싸움이 아니지 않냐”며 “시위 때나 국회에서 때리고 맞고 하는 것 보면 맘에 정말 안든다. 싸우지 말고 국민 위해 일해 달라는 것 아닌가요. 꼭 저렇게 싸워야 되는가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친구와의 약속 장소를 찾아가는 중이라던 21세의 대학생도 “시위를 하는 건 좋은데, 굳이 폭력을 써 가면서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거침없이 답했다. 현재 의류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그는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폭력시위는 자제해야 한다”면서 “저번에 뉴스에서 보니까 국회의원들이 엎어치기 하는 걸 봤는데 어이가 없었다”고 비판하면서 끝으로 “폭력 시위를 통해 어필 할 수 있는 건 없다. 평화적 시위로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기자와 만난 손혜연(32세)씨는 사회의 폭력이 심해지는 현상을 의사소통의 불능이란 관점에서 바라봤다. 손씨는 “궁극적으로 피해야 할 폭력사태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소통이 안되기 때문이고 서로가 소통할 길을 잘 찾으면 극단적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겠냐”면서 최근의 시위문화에 대해서도 “근간에 시위문화가 갑자기 폭력적으로 바뀌는 것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당황스럽다. 그렇게 해서 과연 무엇이 해결 될 것인가라는 점에서 회의스럽다”고 말했다. 손씨는 이어 “용산사태는 공권력이나 시위대 양쪽 모두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로, 날로 악화되는 그런 시위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판대에서 물건을 고르던 김모씨(66세)는 시위 자체에 염증이 난다고 진저리를 쳤다. 그는 “시위 자체가 없었으면 좋겠어. 폭력시위 그런 건 말도 안되고 의법 처단해야 된다고 봐” 그는 또 용산사태와 관련한 공권력 비난 여론에 대해서도 “용산사태? 경찰 잘못했다고 안봐요. 모여서 데모만 하면 다 보상해준다 그건 이치에 닿지 않는 얘기고 그것도 당연히 의법 조치해야 된다고 보는 것이지”라고 했다.
그는 격해지는 시위문화에 대해서도 “시위하는 사람들이 폴리스라인을 넘어오지 않고 평화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면 됩니다. 폭력을 한다거나 법을 어긴다거나 하는 것은 있어선 안되는 일”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시위문화가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이유는 공권력의 과잉대응 때문이라는 시민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공권력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지나친 강경대응 탓에 폭력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시위 양상을 볼 때 요즘 시위가 그렇게 과거에 비해 과격적이란 생각은 안한다”는 김씨는(40세) “(경찰이) 격하게 진압을 하니까 거기에 맞대응해서 시민들이 다치지 않기 위해 자기 방어적으로 하다보니까 그런 양상으로 보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용산사태와 관련해서도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경찰의 절대적 잘못이 아니었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거라고 본다”며 경찰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폴리스 라인이라든가 경찰에서 정확한 시위문화를 정착시킨다면 시민들도 그거에 따라서 충분히 움직일 거라고 본다”며 무질서하고 폭력적인 시위문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동의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의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고, 또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인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시민의식이 성숙했다고 흔히들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정권이 바뀌었다고 또 이익집단의 이해관계가 달라졌다고 해서 과거 평화로웠던 시위가 한순간에 폭력시위로 돌변하고, 공권력이 인권을 죽이는 ‘살인마’로 돌변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비정상이라는데 이의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성취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오늘 기자가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는 민주사회를 사는 시위대들의 시위권을 인정하면서도 공권력 매도와 폭력문화에 대해 ‘민주주의의 당연한 권리’라는 일부 목소리 큰 사람들의 주장에 의문을 던짐으로써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화두를 던졌다. (독립신문=박주연 기자)
출처[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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