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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취임 1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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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 모레면 이명박 정부가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입 달린 사람들은 너도나도 인터넷과 언론에 대고 지난 1년을 평가한다..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부정적인 평가가 넘쳐난다.. 한나라당 책사 노릇을 하며 이회창을 두 번 물 먹인 윤여준씨는 이명박 정부를 준비가 안 되었다고 힐책한다.. 뭐 대권 삼수 정도는 하면서 준비를 해야 옳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복거일씨의 주장도 재미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주의 개혁에 소홀했고 권력을 분산시키지 않아 실패를 했다고 주장한다.. 나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평소 자유주의자임을 자처하던 그가, 히틀러나 루즈벨트 모델을 이명박에게 권했다는 사실은 나를 당혹하게 한다.. 또 독재자들의 막강권력을 권력분산의 결과로 보는 단순한 비약도 우습다..
내가 보기에도 지난 1년,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잘 한 것 같지 않다.. 강부자, 고소영 시비부터 시작해서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작금의 경제위기까지, 단 한번도 국정의 주도권을 잡아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집권 1년간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국정 주도권의 장악이란 점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의 지난 일년은 낙제점을 면치 못할 수준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4년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그 남은 4년을 잘만 한다면 집권 초기의 실책은 얼마든지 만회하고 성공한 정권으로 역사에 남을 수가 있다.. 물론 잘 했을 때의 얘기다.. 그게 국가도 살고 국민도 사는 방법이라고 볼 때, 합리적인 여론이라면 어떻게 남은 4년을 잘 할 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사실 나는 큰 틀에서의 이명박 정부의 정책노선엔 별로 불만이 없다.. 자유무역, 감세,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자유주의 개혁에는 대부분 공감을 하고 지지를 한다.. 외교, 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만족하는 편이다.. 너무 경직되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와 공조하며 충분히 강단 있게 대처해 나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국 주도권을 잡고 그 옳은 방향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력의 부재에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손자는 자기를 알고 적을 모르면 백중 오십 번은 이기고, 자기도 모르고 적도 모르면 백전백패라고 했다..
정치를 서로 다른 세력의 대립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지난 일년간 이명박 정부는 백 번 싸워 백 번 졌다.. 손자의 논리를 빌리자면 이명박 정부는 자기도 모르고 적도 몰랐다는 말이 된다.. 지리산에 피아골이라는 동네가 있다.. 6.25 때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모르고 싸웠다고 해서 붙여진 재미있는 이름이다..
안타깝게도 청와대는 피아골이었다.. 사방에서 정치적 공격은 날아드는데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도 구분하지 못한 체 고군분투를 한 것이 지난 일년간의 청와대였다.. 반면 상대는 반 이명박 정부라는 단일대오를 형성, 치밀하고 집요하게 공격을 했다.. 그러니 일년 동안 백 번 싸워 백 번 지고 정국 주도권을 못 잡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럼 어찌 해야 하는가.. 먼저 적을 구분해야 한다.. 세상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로 인해 손실을 보는 사람들은 생기게 마련이다.. 그들조차 챙겨서 자기편으로 만들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웃기지도 않은 망상이다.. 이명박 정부가 피아를 구분 못한 데에는 그 망상이 한 몫 했다..
개혁의 대상은 철저하게 외면해야 한다.. 그들은 어차피 이명박 정부의 편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개야 짖어라! 기차는 간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개혁의 대상들은 바로 철밥통들이다.. 지난 십 년의 정권이 만들어 낸 우리사회의 신 기득권 세력, 평균 연봉 1억 원의 신의 직장에 종사하는 자들이다..
적을 먼저 규정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전선을 형성해야 나머지가 모두 아군이 되기 때문이다.. 일명 '전선의 효과'다.. 지난 일년간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당했다.. 상대는 집권 초부터 이명박 정부를 고소영, 강부자라는 틀에 가두어 놓는데 성공을 했다.. 그렇게 전선이 형성된다면 고소영, 강부자가 아닌 모든 국민은 정부의 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남은 4년 동안 뭔가 하고 싶다면 이제는 그 틀을 깨야 한다.. 오히려 상대를 작은 틀에 가두고 나머지를 규합시키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정부의 모든 홍보기능은 개혁의 수혜자들에게 집중이 되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철밥통들이 어떻게 수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며, 자유주의 개혁이 그들에게 어떤 수혜를 주는지에 집중돼야 한다..
지난 일년, 이명박 정부의 편이 되어야 할 수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비토세력으로 변질되었다.. 이제 다시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 글이 국민간의 편가르기를 종용하는 나쁜 글이라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지금 반정부 진영이 하는 행위는 선한 방법, 선한 방법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위로 판단되기에 고민 끝에 이 글을 쓴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은 30% 중반 대에서 안정이 되었다.. 이 것은 집권 초에 좌파진영이 형성한 전선이 어느 정도 붕괴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말은 지금이 반격의 시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때를 놓친다면 남은 이명박 정부의 4년도 고단해 질 수 밖에는 없다.. 취임 일년을 맞아 답답한 심정으로 한마디 했다..
시대유감
출처 엔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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