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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한달' 우리가 이제 보내줘야할 것들...'죄의식' 속에 증오와 무력증 경제는 급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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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국민 집단적 상실감 회복 계기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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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16 08:56
인쇄하기김수정 기자(hohokim@dailian.co.kr)
▲ 세월호 참사 30일째이자 스승의 날인 15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학생들이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낸 세월호 침몰사태가 15일로 한 달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집단적 트라우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역대 최악의 재난사고로 기록될 이번 사고를 통해 그동안 우리사회 내 은폐됐던 각종 사회적 악성종양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국민 대다수가 연일 신음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이 느꼈던 ‘상실감’은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면에서 그 처참한 민낯을 드러냈다.
우선, 세월호 참사가 빼앗아 간 가장 큰 자산은 우리 국민의 고귀한 ‘생명’이다. 더욱이 이번 사고의 희생자 상당수가 이제 막 꿈을 틔우려는 어린 학생들이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느낀 충격은 더욱 컸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죽음으로 우리나라 미래의 희망을 상실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50대 주부 이모씨는 “모든 생명이 똑같이 다 소중하긴 매한가지지만 자식 키워본 사람으로서 아이들 죽었다는 소리에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면서 “나 역시 그 아이들을 못 지켜준 못난 어른들과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이런 사회를 물려준 것에 대한 도외적인 책임도 적잖이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어 “더 미안한 것은 언젠가부터 나도 말버릇처럼 ‘요새 아이들 철이 없다’고만 치부해왔는데 이번 사고로 숨진 아이들 대부분 끝까지 어른들 말을 따른 착한 아이들 아니였냐”며 “심지어 일부 아이들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탈출을 돕다 숨졌다는 얘길 듣고는 펑펑 울었다. 우리는 이 소중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잃었다. 그 점이 제일 아프다”고 슬퍼했다.
현재 단원고생들의 영정이 자리한 안산 합동분향소는 물론이고 각 지자체마다 설치된 분향소에 200만명에 육박하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나쁜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바다 속에서 잠긴 어린 학생들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가슴 절절한 애도 리본이 전국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을 잃었다는 국민적 상실감은 좀처럼 아물지 않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채규만 한국심리건강센터장(전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은 1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사태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국민 상당수가 집단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크기 때문”이라며 “기성세대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새싹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정체성 혼란이 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 센터장은 또 “아직까지도 실종자 구조가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번 사고원인 규명과 실종자 작업을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한다면 이 같은 극단적인 집단적 상실감은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치사회 전문가들은 이번 세월호 침몰과 함께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추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고 발생 직후 보여진 정부 중앙재난대책본부와 해경의 허술한 초동대응은 국민들에게 ‘과연 내 안전을 맡길 수 있는 국가인가’라는 불신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16일 중대본은 네번이 넘는 사고 브리핑에도 불구하고 사고 원인이나 구조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보다는 단순히 구조자 숫자만 발표해 빈축을 샀다. 이날 사고와 관련한 공식적인 브리핑은 중대본으로 일원화됐으나 결국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팽목항 구조현장 지휘탑인 해경의 역량과 준비 부족도 여론의 공분을 샀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기울어진 세월호에 접근하고서 진입 및 구조 작전을 펼치지 못했고, 군을 포함한 다른 기관과 민간에 요청해 가용 자원을 신속하게 집결해 일사불란한 작전을 전개하지 못했다. 심지어 사실상 해경과 언딘의 독점적인 구조작업이 이뤄지면서 민간잠수부들의 투입 거부 논란까지 증폭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정치권도 여론의 뭇매를 자초했다.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 후보로 확정된 유한식 세종시장과 당 지도부인 한기호 최고위원이 각각 건배사와 ‘색깔론 논란’으로 구설에 휘말렸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광주시당위원장인 임내현 의원이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의원의 경우, 막내아들이 세월호 사태와 관련, ‘국민이 미개하다’는 글을 올려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는 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커져가는 양상이다.
▲ 세월호 침몰 참사 21일째이자 부처님오신날인 6일 저녁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불자들이 실종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풍등을 띄워 보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는 신뢰, 사회는 희망-자긍심, 경제는 일자리 실종”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세월호 참사로 우리나라 전반에 걸친 고위관료시스템의 부패와 후진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물론, 아직까지 재난사고와 관련, 탄탄한 구조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이런 불상사를 키운 고위관료들의 허술한 감시체계도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며 “가령, 세월호가 수년간 보란 듯이 무분별한 불법 증축을 하는 동안 해양수산부는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 수십 년간 검찰은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에 연루된 각종 의혹들을 제대로 조사 하기는 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 역시 이번 사고와 관련, 사과나 대책마련 언급도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이 이른바 ‘고위층’이라고 통용되는 관료들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며 “만약, 이번에도 유 회장에 대한 소환이 이뤄지지 않거나 사고 책임 규명을 정부가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다면 우리 국민의 불신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 같은 불신을 키운 배경에는 정치권에서 국민들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와 정치권 모두 사건에 대한 ‘말’만 있었지 현실적인 ‘대안’은 부재했다”며 “당연히 현실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윤 실장은 또 “특히, 사회적 모범이 돼야할 정치인들이 되레 이런 상황에서 각종 구설에 오른 배경에는 현재 국민들에 대한 공감능력도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정말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불만과 분노, 슬픔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했다면 그런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고로 인해 경제적으로 피해를 받는 사람들 상당수가 주로 요식업, 여행업 등 일반 소상인들이 많아 이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
실제로 작은 이벤트 사업에 종사하는 박모씨(33·남)는 “세월호 참사로 혈육을 잃은 피해자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죄스럽게 느껴진다”면서도 “그렇지만 이번 일로 우리 같은 소상인들도 다 죽게 생겼다. 이벤트 업은 통상 5, 6월이 가장 대목인데 사실상 모든 계약이 다 취소해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또 “심지어 우리와 함께 일하는 10여개의 하청업자들은 일이 없어 거의 초상집 분위기”라며 “주변에 여행업을 하는 1인 기업 친구들도 하나같이 직격탄을 맞았다. 정말 어디가서 하소연도 마음껏 못하겠고, 딱 죽을 맛”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월호 사건으로 내수 경기가 침체되면서 서민형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현안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세월호 여파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서민형 자영업자들에 집중돼 내수 경기 둔화가 심화되는 내수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12일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월호 사건 이전인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레저업 신용카드 승인액은 12.9% 증가했지만, 사건 이후인 16일~30일 사이에는 -3.6%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요식업은 12.7%에서 7.3%로 증가세가 감소됐고, 여객선 운송업은 41.8%에서 -29.9%로 급락했다.
이에 대해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이번 사태 여파로 2분기 민간소비가 0.3~4% 줄어들고, 3, 4분기에도 각각 0.2%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GDP의 50%를 소비분야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올해 총 GDP는 약 0.2%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오 연구위원은 이어 “보통 GDP가 0.1% 떨어지면 일자리가 6만개 정도 준다”며 “특히, 지금 타격을 받는 사람들 대부분 여행업이나 요식업에 종사하는 서민들이 대분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물론, 지금 전 국민적 애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분위기를 반전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장기화 될 시 서민들이 받는 고통도 크고, 내수시장 축소는 자칫 투자 감축, 실업자 증가로 도출될 수 있어 정부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사고 원인 규명, 보상, 대책마련 등을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사고와 관련, 우리 국민이 느낀 상실감의 가장 큰 축은 한국인이라는 자긍심 그 자체다. 전 세계 유례없는 압축 경제 성장의 신화와 민주화 실현, IT코리아, 월드컵 4강과 한류의 범람은 우리 국민들의 자랑이자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켰다. 뿐만 아니라 IMF위기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협심은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인의 위상이자 의지였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인해 각종 외신으로부터의 정부 비난을 포함해 아이들조차 지키지 못하는 나라라는 자괴감, 재난구조의 후진성과 안전불감증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의 자신감도 맥없이 무너지는 양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실감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확실한 재난사고 재발방지 대책마련과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들 역시 무조건적인 비관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는 상당한 발전을 이룩했지만 아직도 사회적 안전망의 제도 구축이나 인식의 성장은 부족했다”며 “이번 사고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확실한 안전시스템 확립과 아직도 우리사회 만연한 안전불감증 인식을 개선하도록 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사고를 교훈삼아 외면적인 국가 성장만큼이나 내면의 성숙을 채우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규만 센터장도 “어떤 문제에 대한 비난을 위한 비난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며 “우선, 정부가 세월호 사태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해야한다. 이와 함께 우리 국민도 무조건적인 슬픔과 비탄, 분노의 감정만을 내세우기 보다는 다시 한 번 한국인의 ‘정’ ‘의지’ ‘단합’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데일리안 = 김수정 기자]
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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