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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27년을 헌신한 권과장을 죽음으로 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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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소뿔은 커녕 살아있는 소도 죽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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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가기등록 : 2014-03-25 09:59
인쇄하기이상휘 기자(shonlee@dailian.co.kr)
▲ 서울 세곡동 소재 국정원 현관.ⓒ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검찰에서 말했다.
"소뿔도 고쳐야 하고 소도 죽지 않아야 한다."
조사를 받던 국정원 권 과장이 자살을 시도했다. 검찰로서는 난감한 일이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소뿔은 고사하고 살아있는 소도 죽을 지경이다.”
속전속결을 말했다. 빨리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안보와 국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권 과장의 자살시도는 너무 안타깝다. 무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27년을 근무했다. 젊은 청춘을 고스란히 국가를 위해 바친 셈이다. 오죽했으면 자살을 생각했으랴 싶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대가가 고작 피의자 신분이니 말이다. 얼마나 맺힌게 많았을까.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 출발부터 문제가 많았다.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은 조직이다.
국가를 운영하는건 법과 제도다. 그러나 그 법과 제도를 유지시켜 나가는 것은 통치력이다.
국가 지도자의 능력이다. 또한 국가를 유지하는 시스템의 힘이다.
때문에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전쟁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 국가는 안보와 국익을 담보 받는 것이다. 그 일선에 서있는 조직이 국정원이다.
증거조작이라는 혐의는 국민적 공분을 살만하다. 문제는 수사를 하는 과정이다. 국정원의 특성과 그로인한 국가적 손실을 생각해서야 한다. 법의 잣대로만 들이대서는 안되는 부분도 있다는 의미다.
국익의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보다 면밀하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사건인 것이다. 이미 휴민트의 문제점을 여러번 지적했었다.
이번 사건이 휴민트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예민한 부분이다. 결국 그렇게 되고 있다.
밝힐 수는 없는 문제겠지만, 국정원은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다. 휴민트의 특성상, 라인이 밝혀지면 그 전체가 궤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보의 인적 인프라’라는게 말은 쉽다.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인프라가 만들어졌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게 휴민트다.
확인하고 개선하고,다듬고,구축하고 등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아주 은밀하게 말이다.
비단 시간과 자금문제 뿐만 아니다.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휴민트 또한 쉽지 않다. 공백이 있을 수 없다. 만약 공백이 발생한다면 정보전쟁에는 소외되는 것이다. 국제간, 남북간 등에서 말이다.
지금 국정원의 기능이 공백상태다. 정보는 사람의 몸에 핏줄과도 같은 것이다. 국정에 정보는 핏줄인 것이다. 그 핏줄이 지금 마비 상태이라는 말이다. 규명해야 할 사건이지만, 너무 안이하게 사건을 다루는 듯해서 하는 말이다. 검찰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검찰이야 수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하는 데 익숙한 집단이다. 정무적, 국익적 판단을 먼저한다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 더구나 국민적 관심이 높다. 애당초 정치권이 나서야 하는 문제였다.
정치적 공방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형사적 문제로만 볼 것도 아니었다. 국익적 차원에서 털어 놓고 다뤄야 하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정국의 주도권 향방만 계산한 탓이다. 게다가 국회 정보위도 개점휴업이었다. 이 싸움은 틀림없이 말려야 하는 것인데, 말릴 사람들이 없는 것이다. 국회나 정치권이 협의해서 마무리해야 할 사안인데도 말이다. 그저 여당은 야당에, 야당은 여당에 서로 멱살잡이를 핑계로만 사건을 대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차분히 들여야 봐야 한다. 검찰이 감당하기에는 깊은 부분이 있다. 정치권이나 통치권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개혁을 하든지, 국정원장이 물러나든지 하는 것은 그 후의 문제다. 이러다간 대한민국의 정보조직이 다 무너지게 생겼다.
국정원 권 과장의 자살시도가 뭐겠는가. 본인의 억울함 뿐이겠는가. 국정원 조직원들은 남다른 국가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국정원 업무의 기본이다. 권 과장에게는 남이 이해하지 못할 비장함도 있었을 것이다. 국가와 조직을 위한 그 만의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고풍의 낡은 옷궤가 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났다. 옷궤는 빛이 바랬고, 장식은 녹이 슬었다. 현대적 감각에는 어울리지 않다. 시대에 밀리고, 구박을 당한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밀려나기도 한다.그런 옷궤를 보고 마녀가 나올 것이라며 폄훼하기도 한다. 끝내는 외딴 창고에 버려진다. 새뮤얼 베케트의 단편소설 옷궤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지금 국정원을 이러한 시각으로 보지는 않는가 싶어서다. 낡고 쓸모없는 옷궤로 말이다. 그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보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오랜시간 다듬어지고, 또 다듬어져 만들어진 조직이다.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있겠는가.
“소뿔도 못고치고 살아있는 소도 죽을 지경이다."
누군가는 나서서 마무리를 해야 한다. 간첩들만 웃고 있다. 보이지 않는가, 그 모습이...[데일리안 = 이상휘 선임기자]
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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