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
|
공정해서 감사하다더니 유죄받자 "권력의 시녀"
|
<기자수첩>통진당 자신들 입맛따라 재판 결과 재단소수 인정해달라는게 아닌 나만 옳다는 독선적 사고
|
바로가기등록 : 2014-02-19 09:16
인쇄하기김수정 기자(hohokim@dailian.co.kr) 기사더보기 +
“단언컨대 내란음모를 하지 않았다.”(1심공판 중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발언)
“북으로 가라!” “(재판부는) 이석기를 사형해라.”(1심공판 탈북자 방청객들)
“피고인 이석기에 대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한다.”(결심공판 당시 재판부)
“야, 정치재판이다.” “사법부 미쳤다. 판사XX.”(결심공판 피고 측 방청객들)
지난해 11월부터 장장 4개월을 끌어온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사건 재판이 17일 유죄로 일단락된 가운데 이번 공판의 법정 내 시작과 끝은 극렬히 갈렸다. 이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보수층과 통진당 사이 엇갈린 입장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국회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번 사건은 지난해 9월 국정원 직원들이 국회 의원회관 내 이 의원의 의원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한 순간부터 실형이 선고된 결심공판까지 우리사회의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그 과정에서 드러난 보수 세력과 통진당 지지자들의 충돌은 한 사건을 두고 국민들이 ‘어떻게 이처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우리사회 내 깊숙이 파고든 ‘양극단 현상’에 다시 한 번 쓴맛을 다시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 ‘종북척결’을 외치는 보수나 ‘공안탄압’을 외치는 통진당 주장의 근간에는 모두 ‘민주주의’가 내재돼 있다.
보수 세력들은 줄곧 반민주주의·반자유적인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허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통진당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허용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을 근거로 진보적 민주주의로 맞서고 있다.
양 측 주장 모두 원론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쪽이 틀렸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 서로의 의견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역시 민주주의의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법은 그 경계선상에서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민주주의 가치를 최고의 헌법 가치로 간주하고 있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2차 변론에 참석해 오병윤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번 내란음모 사건을 맡은 재판부(수원지법 형사 12부)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공정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특히 법원 내에서도 원리원칙주의자로 통하는 김정운 부장판사는 46차례 공판 동안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마다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양측의 입장을 정리, 합의점을 도출해냈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시선은 초지일관 갈렸지만 이를 조율한 김 부장판사의 면모는 재판 내내 빛을 발했다.
공판 내내 검찰 측 신문엔 묵묵부답이던 이 의원도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지난 5개월간 재판을 치우침 없이 공정히 이끌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발언한 것도 이를 우회적으로 방증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언급했던 ‘공정’은 실형 선고 직후 ‘정치 판사’로 둔갑해버렸다. 재판부는 46차례의 걸친 공판동안 무려 110여명의 증인신문과 녹취록을 포함한 각종 증거들을 근거로 판시했지만, 통진당 측은 모든 화살을 재판부로 돌렸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18일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1심 유죄선고에 대해 “정당해산용 맞춤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재판부를 몰아 세웠고, 김칠준 변호사도 선고 직후 “오늘 판결은 추정으로 이뤄진 것이다. 재판부가 정해진 결론에 (판단 근거들을) 일사분란하게 꿰어 맞춘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반발했다. 한 때는 재판부의 공정성을 인정했던 이들이 실형 순간 그동안의 절차는 묵인한 채 재판부를 ‘부조리한 권력의 시녀’로 추락시켰다.
물론, 통진당 측에서는 이번 결정에 반발하는 것은 정치적 방어수단으로 당연한 반응일 수는 있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장이 오롯이 관철되지 못했다고 해서 사법부의 판단을 무조건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정작 ‘다양성’과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맹목적으로 비난을 퍼붓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가치와도 부합되는 지 의문이다. “소수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닌 나만 옳다는 독재적 사고가 투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내란음모 사건의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피고인들에게는 항소할 기회가 충분히 남아있고, 1심 판결에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사안들은 향후 2심 공판에서 명확한 근거를 통해 반박하면 된다. 사법부의 대한 비난에만 열을 올리기 보다는 다가올 2차 공판을 차분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지금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이다.
75.5%, 66.1%, 63.9%. 11월 5일 데일리안, 9월 16일 문화일보, 9월 5일 JTBC가 각각 통진당 해산을 놓고 벌인 여론조사에서 나온 ‘찬성’ 비율이다. 조사매체 모두 보수성향을 띠고 있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과반수를 훌쩍 넘긴 통진당 해산 요구에 대해 지금이라도 뼈아프게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볼 차례다. 이 역시 ‘권력의 시녀로 추락한 언론의 여론 조작 보도’라고 치부한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데일리안 = 김수정 기자]
출처;데일리안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