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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 "한국이 이어도 침략 점거" 적반하장<박경귀의 중국 톺아보기>반응적 전략과 주도적 전략 마련해야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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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01 10:10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
▲ '이어도 해양분쟁과 중국 민족주의' 고충석 강병철 저/한국학술정보 간
최근 중국이 동중국해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으로 인해 동북아 안보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더군다나 새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와 센카쿠 열도가 포함됨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그동안 우리에게 조차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이어도가 중국의 도발적 행위로 인해 새삼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영공을 보호하기 위해 항공기의 진입과 운항을 미리 식별하고 방어하기 위한 군사적 기능을 한다. 이 구역 안으로 비행하기 위해 30분 이전에 설정국가의 항공관제센터에 사전 통보해야 하는 게 관례다. 무단 진입할 경우 퇴거의 경고를 받고 군사적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은 아니지만, 영공방어에 필수적인 보호막인 셈이다. 따라서 중국의 기습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공해에서의 선제적 항공주권 확보에 다름 아니다.
한국을 격동시킨 이유는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exclusive economic zone) 안에 위치한 이어도의 자유로운 비행활동을 중국이 임의로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어도에 해양종합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선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유사시 해상작전에서 공군의 지원이 필수적인 점을 감안하면, 공중의 발이 묶이는 상황은 합동작전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게다가 이어도 상공이 이미 1969년에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으로 속해 버렸다는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한다. 1951년 미국에 의해 설정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이어도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전투기의 이어도 상공 초계 비행 시 일본에 사전 통보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어도를 실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우리가 상공에서의 관할권을 일본과 중국에 내주는 부조화된 상황이 됐다. 그동안 이 불안정한 상황을 시정하지 못한 우리 역대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함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이제 이어도에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이 확대 설정되면, 결국 이어도 상공과 주변 지역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기묘한 상황이 된다. 서로 지키지 않는 방공식별구역은 무력화(無力化)된다. 그러면 오로지 힘의 논리가 지배할 수밖에 없다.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이어도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중국의 팽창 야심과 이에 대한 한국과 일본, 나아가 동북아시아 해상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맞대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동중국해에서의 해양 관할권 다툼이 본격화된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의도와 향후의 행보를 예측하고 우리의 대응방향에 대해 고심해야 할 때다.
이어도 넘보는 중국의 도발
이어도가 해양분쟁의 중심이 될 상황은 벌써부터 예견되었다.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를 이끌어 온 저자 고충석과 강병철 역시 중국의 해양 패권주의에 따른 이어도 분쟁을 우려하며 대응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사실 중국이 이어도를 넘본 지는 오래되었다. 중국은 한국이 해양종합과학단지를 건설하여 운용하고 있는 것을 법률적 효과가 없는 한국의 일방적 행위로 간주한다. 2006년 중국 외교부의 공식 발표로 이를 확인하고 있다. 이 입장은 현재까지 요지부동이다. 중국과 한국의 EEZ가 중첩되는 지역에서의 경계설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2008년 8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해양신식망’(www.coi.gov.cn)에 이어도가 중국의 영토라는 자료를 올렸고 일시적으로 삭제했다 다시 올리는 등 외교적 상황에 따라 도발적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그들은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岩礁)라 부르며 관할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어도가 한국과 중국의 EEZ가 겹치는 수역에 위치한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 영토인 마라도에서 80마일(149km)에 인접한 반면, 중국은 유인도인 ‘서산다오’로부터 155마일(287km) 떨어져 있고, 무인도 ‘퉁다오’를 기점으로 해도 247km나 이격되어 있다. 또 일본의 도리시마로부터도 276km나 떨어져 있다. 영토로부터 200해리 즉 370.4km 안에 모두 포함되니 3국이 각각 자국의 EEZ로 주장할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한국은 1996년 200해리 내 수역을 EEZ로 선포했고, EEZ에 속한 이어도를 당연한 우리 수역 내 관할로 인식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시기인 1995년부터 현장 해양조사를 시작하며 과학기지 건설을 추진, 2003년에 해양종합과학기지(http://ieodo.khoa.go.kr)를 준공했다. 한중일 3국 중 제일 먼저 이어도 해역을 우리 EEZ 권원(權原)으로 인식하고 운용을 선점했다는 것은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이어도를 선점하려던 일제의 시도가 완성되었더라면 제주 남방 해역에서의 우리의 해양활동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1938년 일본은 이어도에 해저전선 중계시설과 등대시설을 설치하려고 했다. 무려 직경 15미터, 수면 위로 35미터에 달하는 콘크리트 인공 구조물을 계획했다. 천만다행으로 태평양 전쟁의 발발로 무산되고 말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관련 당사국간의 EEZ의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효적 지배와 관리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EEZ의 경계가 중간선 등거리 원칙으로 확정될 경우, 이어도는 당연히 한국의 관할에 속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중국과 한국 사이에 EEZ의 경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간선으로 할 경우 불리해지는 중국이 ‘형평의 원칙’으로 맞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해저의 지형이나 해안선의 길이 등을 고려할 것을 주장하며 황해와 동중국해의 상당부분에 대해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어도는 중국 태평양 진출의 요충지
중국이 이어도를 중국의 관할로 계속 강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어도 자체는 수면 4.6m 아래에 있는 수중 암초에 불과하지만, 이어도 주변수역의 에너지 등 해저 광물자원의 개발 잠재력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급격하게 강화된 대양해군력을 바탕으로 해양전략을 ‘연안방어(Coastal defense)’에서 ‘근해방어(Offshore defense)'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어어도 수역이 태평양 진출의 전략적 요충 해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도는 한반도~일본 규슈~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을 잇는 중국의 해양 세력권인 제1도련선(島連線)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이어도가 중국의 ‘핵심이익’의 범주에 포함되었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제 사이판~괌~인도네시아를 잇는 제2도련선 돌파를 시도할 기세다. 이런 상황에서 이어도 해역은 센카쿠 열도와 함께 중국으로서는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해양 관할권을 두고 중국과 부딪혀 가야할 한국의 앞길이 험난하다. 특히 저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막강해진 해군력뿐만 아니라, 해양 주권의 쟁탈 과정에서 심각하게 부작용을 야기하는 민족주의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중국은 한국의 정당한 해양 주권 확보 활동에 대해 “중국 영토 주권의 침범” 운운하며 대중의 분기를 조장하거나 방조한다. 중국 언론은 “한국, 우리 동해 ‘쑤옌자오 침략 점거”, “중국 동해 쑤옌자오의 한국 강탈” 등의 선동적 기사로 국민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이 이어도를 불법적으로 점거한 데서 나아가 마치 중국의 고유 영토를 침략하여 강탈한 상황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이는 철저한 왜곡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조종을 받는 언론의 이런 선동적 보도는 네티즌들을 자극하여 인터넷상의 이슈로 부상시켜 광범위한 사이버민족주의를 불러일으킨다. 최근 각종 국제적 이슈에서 확인된 중국의 민족주의의 표출과 격한 대응은 ‘초기 방관 후기 개입’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철저한 민족주의적 대응 전략에서 나온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프랑스 관리의 친티베트 발언에 대해 벌어진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 2010 센카쿠 부근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을 들이받는 사건으로 구속된 중국 선원 및 선장의 석방과정에서 빚어진 긴박한 공세와 반일시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욱 활발해질 중국의 민족주의와 막강한 군사력, 경제적 영향력은 영토 분쟁 및 해양 주권 확보 경쟁에서 중국의 입지를 날로 강화시켜 줄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심화되고, 갈수록 심화될 군사적 열세를 감안하면 한국의 행동반경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어도 해양 주권을 수호하라
이어도의 해양 주권을 지켜내기 위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저자의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갈등에 대비한 반응적 전략(Reactive Strategy)이다. 해양 주권 확보 쟁탈과정에서 한중의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하면 절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한국의 해군력으로 해양통제권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
제주 해군기지라고 건설되어야 최소한의 대응 시간에서의 ‘해양우세’정도나마 확보될 수 있다. 따라서 해상 전략의 강화로 관할 해역에서의 초계활동을 강화함으로써 해양 주권 수호의 의지를 확실하게 과시할 필요가 있다.
저자들은 이번에 야기된 방공식별구역의 문제는 미처 주목하지 못했고 따라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차제에 방공식별구역의 확대와 함께 이어도 해역에서의 해군과 공군의 합동훈련의 주기적 실시가 필요해 보인다. 이는 이어도 수호 의지는 물론 우리의 해상수송로의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중국의 사이버민족주의의 발흥에 대한 이성적 대응도 필요하다.
둘째, 협력에 대비한 주도적 전략(Proactive Strategy)이다. 분쟁이 심화되기 전에 이어도 수역과 서해에서의 EEZ를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 중국은 EEZ 확정을 지연시키며 한국 측 수역에서의 자국 어민들의 “약탈적 어업행위”를 방치하는 전술을 이제 접어야 한다. 또한 향후 한중일 3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중첩 운용하게 될 이어도 수역의 모호한 관할권은 분쟁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조속한 협상을 압박해야 한다.
아울러 저자는 공동개발 협력에 대한 대응도 다각적으로 모색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공동개발을 고유한 영토주권의 포기로 단정하기 쉬운 국민 정서상 협력의 가능성은 많지 않다.
분쟁의 성격상 EEZ 자체의 문제가 국제법적으로 영유권 문제가 아니고 관할권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들의 인식은 EEZ 역시 해양 영토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어떻든 개발의 형평성이 어느 정도 담보된다면 공동개발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도 극단적 충돌 위험에서의 출구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어도 수역의 ‘관할권을 선점’한 한국은 EEZ 확정을 통한 ‘법적 관할권'(de jure jurisdiction)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해양과학기지를 통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실상의 관할권‘(de facto jurisdiction)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는 향후 중국 및 일본과 EEZ 및 대륙붕 경계획정 협상 시 우리의 배타적 권리 주장을 강화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유한 문화 예술 역량과 미디어를 활용하여 외국인들과 다양하게 소통하는 공공외교를 확대 병행할 필요도 있다.
이어도와 동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한국, 일본, 미국의 갈등 구조는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한미일의 연합 세력을 구축하여 중국에 대항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한국과 일본의 갈등으로 삐걱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중국과 미일의 대결 국면에서 한국의 입장이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양 진영의 대결 국면에서 한국은 특정한 선택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의 생존전략을 도출하는 데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1년 내내 정쟁으로 지새며, 국정 현안을 쌓아두고 공전하고 있다. 개탄스러운 일이다. 모 전직 국무총리가 “국회가 해산되었어야 할 상황”이라고 질타한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이유를 정치지도자들은 되새겨봐야 할 때다.
글/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kipeceo@gmail.com)
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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