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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곤의 국감장 눈물에 검찰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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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윤석열 항명으로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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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25 10:44
노영희 변호사
사법연수원에서는 ‘검찰실무’라는 것을 배운다. 이 과목은 검찰이 인지 혹은 고소 고발 등으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할 때부터 경찰 등 기관에 수사 지휘하여 처리하고, 피의자를 신문하여 추후 기소와 불기소를 결정하기까지의 ABC가 총 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검찰실무를 배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금언이 ‘기소독점주의’, ‘상명하복’, '검사동일체 원칙‘이다. 판사 한 명 한 명이 각각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사건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처리하며 상부의 지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과는 달리 검사는 상명하복, 직무 이전권, 직무 승계권으로 이루어진 단독 관청(검찰청법 제7조) 겸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즉, 검사는 단독으로 검찰권의 권한을 가진 '단독 관청'이지만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여 각급 검찰청 검사장 및 지청장의 지휘감독권에 의하여 계층적으로 결합된 피라미드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독립된 관청인 1인 검사의 사무를 검찰총장, 검사장, 지청장이 가지는 직무승계 및 이전권을 매개로 다른 검사가 취급할 수 있고, 이 경우 1인의 검사가 처리한 것과 똑같은 법적효과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을 하다가 판사가 바뀌면 ‘변론갱신’을 해야 하지만, 범죄수사 또는 공판 관여 등 일체의 검찰 사무의 취급 도중에 검사가 교체되어도, 갱신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 원칙의 역기능으로 검사가 정의와 진실에 대한 의무보다는 상사의 명령에 구속되어 독립성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고 특히 정치적 사건에 있어 검찰 간부들이 이 조항을 근거로 부당한 압력을 가해 왔다는 의혹 때문에 2003년 12월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법무부에서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일부 수정하여,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관계'로 바꾸되,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검사가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검찰청법 제7조 2항).
▲ 지난 21일 국정감사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논란이 불거지면서 황교안 법무장관의 처신이 도마에 오르고 청와대 개입 여부까지 말이 많아지면서 공직자의 사생활 문제가 정치적 음모론으로 번져 온 국민을 진실공방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이제는 상명하복에 불법 수사개입 문제로 상호 폭력전이 난무하고 특히 수백, 수천만의 눈이 쏠려있는 국감장에서 검찰의 지휘체계가 무너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방송되었다. 더군다나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상사가 수사팀장의 항명성 발언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대문짝만하게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진실이야 어찌되었던 조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는 부하 직원 한 명을 통솔하지 못하여 상호비방에 전면적 난타전을 벌이고 울음까지 터뜨리면서 실질적 지도력에 한계를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선이 불법적으로 치러졌는지, 국정원 트윗 사건의 전말이 어떠한지, 신속한 체포영장의 집행으로 5만 여 건 이상의 관련 혐의사실을 찾아냈다는 주장이 진실인지, 공소장 변경절차가 타당했는지, 상사와 맥주를 마시면서 나눈 대화가 실질적 보고였는지, 외압이었는지, A4용지 두 장짜리 서면 보고가 적절했는지 어땠는지는,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발언들만 가지고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배타적 수사권과 기소 독점주의를 가지고 십만 경찰을 지휘하면서 우리나라 법치의 현실을 책임지고 있는 검찰 수뇌부가 이렇듯 망신창이로 망가져서 네 탓, 내 탓을 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된다.
불법적 외압을 논하기 이전에 집안 단속부터 잘하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상황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각자 자기네 당의 입맛에 맞게 사안을 해석하여 아전인수를 무색케 하고, 보수, 진보 각 언론들이 불난 집에 몰려와 가끔씩 기름을 들이붓는 모습을 경박하다고 탓할 수가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한 쪽에서는 윤석열 전 수사팀장이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충정에서 부득이하게 한 행동이고, 더 이상 지체하였다가는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없었을 것이기에 타당하였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게 중차대한 상황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지휘체계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사실상 하극상이고 항명이므로 그를 수사팀에서 배제한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그러나 검찰총장직이 공석인 상황에서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수사팀장이 국감장에서 “법무부 장관이 외압과 무관하지 않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케 하였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더욱이 그 장관이 청와대를 대신하여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대리인격으로 알려진 사람이라면 단순한 지휘라인의 붕괴 정도로 흘려 넘길 일은 아니게 된 것이다.
나는 심리학을 전공하여 대학에서 시간강사만 10년가량을 하다가 첫 애를 낳고 늦은 나이에 어찌어찌하여 사법시험에 합격하게 되었다. 반에서는 왕언니로 통하였고 임관하고는 거리가 먼 성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말하며 죄를 감추고 법망을 피하려는 사람들을 날카롭게 신문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다면 정말 의미있는 인생이 될 것 같아 한때는 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었다.
박사 과정까지 공부한 심리학을 접목시켜서 검사가 되면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내고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당시 검사가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지경이 되었다.
이번 윤 전 팀장과 조명곤 서울중앙지검장 사건에 아직도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 지검장의 부당한 지휘권 행사에 윤 전 팀장이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보아야할지 의견은 각각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더이상 이와 같은 검찰 조직의 방황과 충격 상황을 좌시할 수는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검찰총장을 선출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 조직이 분골쇄신하여 다시 한번 정의와 법치의 보루로서 기능해 주길 당부해 본다.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서는 것이다.
글/노영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변호사)
출처;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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