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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술國恥日… '망국 103년' 悲運의 대한제국이 남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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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섭 연세대 정외과 교수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입력 : 2013.08.29 03:46 | 수정 : 2013.08.29 04:33
고종 황제의 국새.
1897년 10월 12일 출범해, 1910년 8월 29일 문을 닫은 대한제국은 모두에게 잊힌 '비운(悲運)의 제국'이다. 제국의 수명이 13년이 채 안 됐고, 러일전쟁이 시작된 1904년부터 '식물인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시작은 야심 찼다. 러시아 공사관에 1년간 몸을 숨겨야 했던 고종은 1897년 경운궁에 돌아온 이후, 독자적 연호인 '광무(光武)'를 택했다. 그리고 황제를 칭했다. 500년 넘게 섬겨온 중화 제국(帝國)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당당한 주권국임을 선포한 것이다. 고종은 당시 시대정신인 부국강병에 앞장섰다. 하지만 시간은 고종과 개혁 세력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개혁의 의지도, 능력도 역부족이었다. 1902년 영·일동맹, 1905년 제2차 영·일동맹, 가쓰라·태프트 밀약, 포츠머스 조약 등으로 일본은 한반도를 차지하기 위해 서구 열강부터 설득했다. 고종의 개혁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1907년 고종이 강제 퇴위당하던 순간, 제국의 운명은 끝났다. 실패를 돌아볼 참회의 시간도, 공과를 따져볼 성찰의 기회도 없이 대한제국은 사라졌다. 대한제국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망국 103년인 29일을 맞아 정치학자와 역사학자가 지면으로 논쟁을 벌였다.
[김명섭 연세대 정외과 교수]
"국제사회가 인정한 대한제국이 지금 대한민국의 역사적 뿌리"
-260년만에 청제국과 대등관계로 독립 주권국 인정받았기에 일제강점 부당성 세계에 알려
1897년 10월 12일 조선의 왕(王) 고종(高宗)은 중국의 '천자'만이 주재할 수 있었던 천제(天祭)를 환구단에서 주재함으로써 광무 황제(光武皇帝)가 됐다. 국호(國號) 또한 명(明) 황제가 정해준 조선에서 마한, 진한, 변한을 모두 계승하는 대한(大韓)으로 바꾸었다.
국제사회는 주권 평등의 베스트팔렌 원리(Rex est Imperator in regno suo)에 준해서 대한제국을 승인했고, 열강이 조선과 맺었던 여러 '조약'은 대한으로 승계됐다. 1899년에는 대청국과 대등하게 근대적 통상 조약을 체결했고, 벨기에와 덴마크 등으로 수교 폭을 넓혔다. 국제우편연합(UPU)과 같은 국제기구는 현재까지 대한제국이 가입했던 1900년을 대한민국의 가입 연도로 인정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 대한제국이 저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한국의 광복에 기여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그리고 호국·산업화·민주화를 이룩한 대한민국에 비해 대한제국은 망각하고 싶은 '망국(亡國)'의 역사로만 보기 때문이다. 둘째, 광무 황제가 국내적으로 권력을 강화하고자 했던 측면만을 보기 때문이다. 셋째, 대한제국 수립 당시부터 최익현, 유인석 등으로 대표되던 중화주의적 지식인들은 "소중화의 나라에서 칭제하는 것은 망령되이 스스로를 높이는 것"이라는 평가를 해왔다. 넷째, 북한의 '조선통사'는 조선민족사관에 입각해서 대한제국이 존재했던 사실 자체를 지워버렸다.
그러나 시공간적으로 좀 더 시야를 넓혀서 대한제국의 세계사적 의미를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대한제국은 1637년 남한산성과 삼전도의 굴욕 이후 260년 만에 청제국과 대등한 관계를 이룩했다. 그것이 지금도 건재한 독립문의 의미다. 둘째, 1689년 이후 조선이 안주하고 있던 네르친스크 평화 체제가 아편전쟁과 러시아의 팽창 재개, 그리고 청일전쟁 등으로 무너지고 있던 아수라장에서 조선의 문약(文弱)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 광무(光武)의 의미였다. 셋째, 만민공동회 등을 통해 국민주권국가로 발전하지 못한 대내적 한계가 있지만, 대한제국이 확립했던 대외적 주권은 독도나 간도와 같은 동북아 영토 문제의 국제적 해석과도 연결된다. 넷째, 통일을 생각할 때, 국제사회가 인정했던 한국의 분단 이전 상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아니라 대한제국이었다. 다섯째, 광무황제가 계몽 군주가 아니었다고 비판하더라도 후대의 관점에서 만들어낸 이상형(理想型)의 잣대로만 재단하지 말고, 직전 헌종이나 철종, 동시대를 살았던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13세와도 비교해봐야 한다.
제국이 충돌하던 시공간에서 대한제국이 함축했던 세계사적 의미를 정당하게 인식해야 한국이 일제에 강점돼 일본제국 내의 '조선'이 되기를 강요받았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애국가 가사가 만들어졌던 대한제국 당시의 염원을 잊지말자.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亡國 순간에 제몫 챙긴 지도층… 이젠 치욕의 역사도 직시해야"
-나라 뺏기면서도 논공행상… 500년 사직이 망하는 순간 군주·대신들 훈장 주고받아
대한제국은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멸망했다. 이를 '경술국치'라고 한다. 경술년에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을 당했다는 말이다. 500년 넘는 나라가 멸망했지만, 그 원인을 찾거나 반성하는 일엔 소홀했다. 대한제국이 멸망했을 때, 중국에서는 '조선망국사' '조선망국참사' '조선멸망참사'를 비롯한 30여종의 저서와 '조선 멸망의 원인' 등 수많은 글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지만 당사자인 우리는 그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거나 반성 없이 지내고 있다. 대한제국의 멸망을 다룬 저서나 글을 찾기 힘든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500년 역사의 나라가 망한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일제 침략이겠지만, 내부 원인도 있었다.
원래 이토 히로부미가 작성해 온 '을사늑약'은 4개조뿐이었다. 조약안을 내밀자 고종은 대신들에게 떠넘겼고, 대신들은 황실의 안녕을 보장하는 조항을 넣자고 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그 자리에서 제5조에 "일본은 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 유지를 보증한다"는 내용을 써넣었다. 주권을 빼앗겨도 황실만 보호하면 된다는 태도였다.
'병합조약'도 마찬가지다. 8개조 중 제1조와 2조는 한국 황제는 한국에 관한 통치권을 양여한다는 것과 일본 황제는 양여를 수락한다는 내용이고, 제8조는 공포일로부터 시행된다는 조항이다. 나머지 5개 조항은 무엇무엇을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즉, 황제·태황제·황태자를 비롯한 황실과 황족, 그리고 공훈이 있는 자 등에게 그 직위에 맞는 대우와 세비 및 은사금 지급 등을 약속한 내용이다.
일제는 약속을 지켰다. 순종 황제는 왕으로, 고종은 이태왕(李太王)으로 봉해졌고, 황실을 비롯하여 전·현직 대신들 76명에게 작위를 수여하고 은사금도 지급했다. 이들 중 2명만 작위를 거부했고, 6명은 후에 반납했다. 나머지는 귀족 신분으로 살았다.
또 나라가 망하기 3일 전인 1910년 8월 26일 순종 황제는 이완용과 궁내부대신 민병석에게 대한제국 최고훈장인 금척대수훈장을, 박제순 등에게는 이화대수훈장을 수여했다. 또 황후 윤씨는 황실 및 종친, 이완용의 부인 등 40여명에게 서봉훈장을 수여했다. 500년 사직이 망하는 마지막 순간, 군주와 대신들은 나라를 넘겨준 공로로 훈장을 주고받은 것이다.
나라를 구하려고 목숨 바쳐 싸운 이들도 있었다. 일반 백성이었다. 이들은 각지에서 의병을 일으켜 일본군과 항전했다. 무기는 기껏해야 화승총이나 사냥총이었다. 이들은 근대식 무기를 가진 일본군과 싸워 이기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일제와 싸웠고, 수만명이 죽었다. 승리하고 빛나는 역사를 되새기는 것 못지않게 수치스럽고 비열한 역사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 원인도 찾아내고 알려야 한다.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日의 무력에 밀려 개항하면서도… 조선, 당당함 유지" 유석재 기자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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