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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만 바라보는 참모는 대통령을 위험에 빠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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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8.14 03:28
세제 개편 파동과 관련, 민주당은 경제팀 문책을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나섰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일부 문책론이 등장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런 분위기를 억울해할지 모른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당국자들도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세제 개편안은 지난 8일 발표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의 정식 재가(裁可)를 받았고, 여당과 협의 과정서도 별다른 지적 없이 통과했다는 게 경제 관료 집단이 항변(抗辯)하는 근거다.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강조하며 140개 국정 과제에 대한 이행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해 자신들은 그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세운 목표를 달성할 최적(最適)의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할 역할과 함께 대통령이 합리적인 국정 목표를 설정하도록 조언(助言)해야 할 두 가지 사명을 지니고 있다. 대통령만 바라보고 충성하면 그만이라는 관료들에겐 고민이 없다. 대통령이 무슨 무리한 목표를 제시해도 그 목표를 달성할 수단만 만들어 보고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라를 걱정하는 '진짜 관료'는 그렇게 단순하고 편하게 살 수는 없다. 대통령의 의중(意中)을 정면으로 거스를 수는 없어도 대통령 지시대로 해봤더니 이런 모순된 결과가 나오더라고 우회적으로 뜻을 전한다. 그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꾸지람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하고 돌아와 다시 새 방법을 보고하면서 '이번엔 이런 반발이 따를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이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무리를 각오하고 원안대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통령은 참모들이 두 번 세 번 거듭 문제점을 보고하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생각을 고치게 된다.
현 부총리와 조 수석은 30년 안팎 경제 관료 경험을 통해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앞세워 공약을 실행하겠다고 계속 말해도 지금의 우리 재정 형편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5월 31일 공약(公約) 가계부 발표 때나 7월 5일 지역 공약 이행 계획을 내놓을 때, 이어 세제 개편안 보고 때까지 결정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채 매번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수정하자고 조언하지도 않으면서 정책 수단도 변칙적인 증세 방안을 내밀었다.
지금 세간에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은 현 부총리와 조 수석이 다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대통령이 직접 화살받이로 내몰린 상황이다. 참모들이 대통령만 바라보며 대통령 지시만 좇은 결과 대통령을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다. 두 사람은 이번 세제 개편안이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었는지, 진정 나라를 위한 것이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경제팀은 세제 개편 파동이 취임 5개월을 막 넘은 정권을 막다른 위기에 올려놓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출처; 조선닷컴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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