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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 내려오는 최병승, 그는 과연 영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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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생업은 '노동'인가 '투쟁'인가…그의 투쟁은 '동지'들에게 어떤 도움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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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생업은 '노동'인가 '투쟁'인가…그의 투쟁은 '동지'들에게 어떤 도움이 됐나
▲ 지난 5월 15일 현대차 하청노조와 함께 사회주의 세력인 노건투와 사노위 등 외부 세력이 현대자동차 양재동 본사 앞에서 불법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수도권의 한 대학을 다니던 학생이 중퇴하고 2002년 대기업 사내하청 업체에 입사했다. 이후 3년 남짓 근무하면서 근태불량, 불법집회 및 라인정지 선동, 지시 불이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결국 형사유죄 판결까지 받아 2005년 회사에서 해고됐다.
해고 이후 자본주의 전복과 공산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반체제단체인 노혁추(노동자혁명당추진모임)라는 사회주의 단체에 가입해 칼럼 기고 등 노동활동을 기반으로 한 이념 투쟁을 벌여왔고, 2012년 2월에는 자신을 해고한 사내하청 업체의 원청업체를 상대로 한 법정 다툼에서 승리해 원청업체 직원으로 인정받았다.
같은 해 10월 17일에는 원청업체 공장의 송전철탑에 올라 천막을 설치하고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원청기업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가 명분이었다.
그 와중에 그는 원청기업을 상대로 13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소송까지 제기했다.
농성 기간 중인 올해 1월에는 법원 판결에 따라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발령 받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23m 높이 철탑에서 생활했다.
철탑농성 296일 만인 오는 8일 그가 드디어 철탑에서 내려온다. 현대차 전 사내하청 근로자 최병승 씨의 얘기다.
3년간 근로, 8년간 투쟁…그의 직업은?
그의 과거 이력은 한 가지 의문을 남긴다. 그의 생업은 ‘노동’인가 아니면 ‘투쟁’인가. 10여년 동안 그가 노동 현장에서 일한 시간은 고작 3년 남짓이다. 그나마 그 기간도 ‘노동’ 보다는 ‘투쟁’에 주력하다 해고까지 당했다. 나머지 8년여의 기간은 전적으로 ‘투쟁’에 몰입했다.
최 씨의 이력 중 정점이었던 기간, 스포츠계에서 흔히 말하는 ‘커리어 하이(Career High)’ 시즌은 296일간의 철탑 농성 기간이었다.
마침 철탑농성 시점이 대선정국과 맞물려 진행되면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슈화되고 최씨가 노동활동가로서 입지를 구축하기에 유리한 상황이 벌어졌다.
철탑농성이 시작된 지 10일 만에 당시 안철수, 이정희, 심상정 대선 후보 및 민주당 대선캠프 관계자 등 정치가들이 잇따라 철탑농성장을 방문하면서 최 씨는 더욱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가 내세운 명분대로 다른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있어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당시 특별협의 과정에서 현대차는 사내하청 정규직 채용,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결과 준수 등 양보안을 내놓았고, 대화 주체인 현대차 정규직 노조 역시 이러한 안을 통한 단계적 정규직화에 입장을 같이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철탑농성 초기 외부 관심이 예상보다 높아짐에 따라 최 씨와 현대차 하청노조는 철탑농성 장기화 국면으로 돌입했고, 특별협의를 통한 정상적인 문제해결 보다는 ‘비정규직없는세상’, ‘사노위’, ‘노건투’ 등 외부세력을 앞세운 장외투쟁 쪽으로 투쟁방향을 전환했다.
하청노조는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 하청노조 조합원 우선 정규직화 등 무리한 요구안을 고수하며 협상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27일에는 하청노조가 특별협의에 참석하려던 현대차 정규직 노조 사무실을 점거해 특별협의를 무산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후 하청노조로 인해 특별협의는 중단됐고, 최 씨와 하청노조는 외부세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동원해 지난 1월 5일과 26일 두 차례 ‘희망버스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사이 죽창폭력시위, 공장타격 투쟁, 대체인력 저지투쟁, 업체 사업장 폐쇄 투쟁 등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벌여 현대차에 총 1540여대 생산차질, 금액으로는 310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올해 6월, 반 년 만에 특별협의가 재개됐으나, 하청노조는 또다시 기존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남 없이 하청노조 조합원 우선 정규직화 등을 주장하며 부분파업과 양재동 노숙투쟁 등을 전개했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울산공장에서 폭력버스 시위까지 벌어지며 외부세력을 동원한 극단적 문제해결에만 더욱 치중하고 있다.
정규직 채용 희망하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소외
이같은 ‘투쟁’ 일변도의 힘겨루기 속에서 정작 정규직 채용을 희망하는 하청노조 조합원들, 그리고 다른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소외돼 있었다.
하청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특별교섭을 통해 정규직 전환인원을 더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고,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 탈퇴와 함께 대자보를 공개하며 현실을 무시한 집행부의 독단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올해 초 실시한 생산 인력 신규채용에는 전체 사내하도급 근로자(약 6800명)의 약 83%에 해당하는 5614명이 응시하며 다수의 근로자들에게는 ‘무리한 투쟁’보다는 ‘현실’이 중요함을 여실히 나타내줬다.
지난달에는 사내하청 노조 내 해고자투쟁위원회 소속 간부들이 노조 지도부의 무리한 투쟁에 실망해 소속 업체로 복귀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정규직 전환 특별교섭에서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지난해 8월 3000명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제시받았고, 지난해 12월에는 이를 3500명으로 늘렸다. 향후 교섭을 통해 인원을 더 늘릴 여지도 남아있다.
하지만, 하청노조 집행부, 그리고 최병승 씨가 한 일이라고는 특별교섭 방해와 수많은 폭력사태, 그리고 사회적 비난 초래가 전부다.
최 씨는 철탑에서 내려와도 본인만 원하면 언제든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로 제조업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다. 임금청구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일반 사람이라면 로또를 맞아야 만져볼 수 있는 13억원이라는 거액도 손에 쥘 수 있다.
그의 투쟁이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뤄진 것인지 ‘투쟁꾼’의 입장에서 이뤄진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96일간 철탑에서의 생활이 참기 힘든 고난이었겠지만, 그가 말하는 ‘동지’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면 그가 고난을 겪었다는 사실 만으로 영웅이 될 수는 없다.
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출처;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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