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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7.4남북공동성명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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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쥐고 있으면서 방패부터 내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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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근 (hemo@hanmail.net) 2013.07.04 12:19:54
1972년 7월 4일.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중대발표 때문이다. 기자들 앞에 선 이 부장은 “평양에 다녀왔다”고 폭탄발언을 했고, 이어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남북한 당국이 국토분단 이후 통일과 관련해 합의 발표한 최초의 공동성명인 동시에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 발표한 통일 원칙이었다.
전국은 즉각 통일에 대한 염원과 바람으로 흥분했고 또 감격했다. 국민들은 환호했고, 그 누구도 이 7.4남북공동선언에 대해 차마 비판하지 못했다. 민족 최대의 과제이자 소원인 ‘통일’은 그렇게 차근차근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7.4남북공동선언은 그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북한의 일방적인 파기로 인한 것이었는데 서로 명시한 내용에 대한 해석 차이였는데 실상 북한의 억지에 불과했다.
7.4남북공동선언 내용을 살펴보자.
가장 문제가 됐던 첫째는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였다.
똑같은 문구를 두고도 서로 해석은 판이하게 달랐다. 북한은 ‘자주’ 원칙을 즉각적인 주한미군 철수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신뢰도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한민군 철수만큼 위험한 게 있으랴. 주한미군은 북한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벽이었다.
우리는 신뢰구축 이후에 단계적인 변화를 원했지만 북한은 그저 억지였다. 어차피 북한은 우리의 답변이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명분으로 남북 화해가 아닌 북한 단일체제를 더 강력히 단행했으니까.
오늘날의 막가파식 북한을 지켜본 후의 잣대로 본다면 우리가 그때 순진하게 북한의 말을 들었더라면 지금쯤 한반도는 북한에 의해 강제점령 당해 적화통일을 이뤘을 지도 모른다.
둘째는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해야 한다’였는데 여기서 ‘평화’라는 단어에 대해 북한은 군비축소를 요구했다. 두루뭉술한 그 단어들을 북한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해석했고, 우리의 안보를 흔들고 더 위험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내용을 주장했다.
더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던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이어 군비축소를 외친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셋째, ‘사상과 이념 및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해야 한다’에서도 우리는 민주화와 인권보장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전개했지만, 북한은 국가보안법 철폐, 민주인사 석방 등을 들고 나왔다.
이밖에도 공동성명은 상호 중상비방과 무력도발의 금지 및 다방면에 걸친 교류 실시 등에 합의하고, 이런 합의사항의 추진과 남북사이의 문제해결 등을 발표했다.
오늘날 봤을 때 북한의 중상비방과 무력도발 금지는 철저하게 무너졌다. 대통령까지 저급하게 욕하는 북한의 무례와, 천안함과 연평도 등으로 촉발한 무력도발 등을 떠올려보면 명확하다.
당시 양측은 통일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김영주 조직지도부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남북조절위원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했었다.
이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남북은 남북조절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고 3차례에 걸쳐 남북조절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제1차 회의는 1972년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울에서, 제2차 회의는 1973년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평양에서, 그리고 제3차 회의는 1973년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각각 진행됐다.
그러나 평양에서 열릴 제4차 회의를 앞두고 1973년 8월 28일 북한이 일방적인 대화중단을 선언함으로써 이 회의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이어 1976년 8월 30일에는 그간 개통·운영돼 오던 남북직통전화까지 북측에 이어 일방적으로 폐쇄되고 말았다.
결국 공식 천명됐던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은 모두 북한의 어거지와 같은 주장으로 모두 폐기되고 말았던 것이다.
여기까지가 7.4남북공동성명의 시작과 끝이다.
북한은 더 강한 군사력으로 우리를 압도하면서 우리에게 있어 최소한의 방어책이나 유일한 우군이었던 미군을 철수하라고 했다. 북한의 간첩을 막기 위한 국보법 폐지나, 군비 축소도 마찬가지다.
다시말해 칼을 들고 있는 이가 방패를 들고 있는 이에게 방패부터 내리면 화해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거짓말을 믿을 만큼 우리 정부는 우둔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어갈 수 있었다.
여전히 북한측은 7.4남북공동성명을 준수하자고 외친다. 최근에는 공동성명 41돌을 공동으로 기념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 시커먼 속내를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들은 주장에 앞서 전제되야 할 것이 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신뢰를 부수고 무너뜨린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그리고 북핵 폐기를 수용한다면 우리도 북한의 주장에 진정성이 있다고 받아들여 논의가 긍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6.15선언을 비롯한 7.4공동성명 등 납북간의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합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북간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된 것이고 북한은 남북신뢰를 위해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진정성이 결여된 7.4공동성명 공동기념식은 아무 의미도 없다. 그저 북한측은 우리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억지로 던지며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반세기 이상 지속돼 온 지리 한 대립과 대결의 구도를 벗어던지기 위해서는 자꾸 나쁜 짓을 하는 북한의 반성과 태도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 10년여 간 햇볕정책을 실행하며 그들의 비위를 있는 데로 맞춰줬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기고만장해져 날뛰는 북한을 목격했을 뿐이다. 핵으로 무장해 더 강해진 북한은 이제 우리를 강하게 위협하기까지 한다.
여기서 우리가 사람좋게 웃으면 그건 그야말로 ‘바보’가 아니겠는가. 김정은을 모든 것을 청산하고 싶다면 언제라도 비핵화를 실천하고, 천안함, 연평도, 금강산, 개성공단 사태를 모두 사과하라.
그리고 손을 내민다면 우리는 결코 내치지 않을 것이니.
김승근 편집장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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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독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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