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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여성들이여, 입을 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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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98년 미스월드 "당시 나도 당해" 용기있는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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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하는 길은 입을 여는 것…" 영화로 제작키로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리노르 아바르길(Abargil·29·이스라엘·사진)에게 1998년은 영원히 잊기 힘든 해다. 당시 19세였던 아바르길은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성폭행을 당했고, 그 뒤 7주 뒤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에서 열린 미스 월드 선발대회에서 미스 월드 왕관을 썼다.
밀라노에서 모델 활동을 하던 아바르길은 미스 월드대회를 앞두고 가족들이 보고 싶어 잠시 고국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이스라엘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찾아간 아바르길은 "여기선 표를 못 구하지만 로마에 가면 탈 수 있다"는 여행사 사장의 말을 믿고 그의 차를 얻어 탔다. 하지만 밀라노 교외에서 사장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그녀를 덮쳤다. 입과 손에 테이프를 붙인 뒤 수 차례 성폭행했다. 이후 깨어 있을 때나 잠잘 때나 지옥 같았던 성폭행 순간이 자꾸 떠올랐다.
하지만 아바르길은 숨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범인이 이탈리아 경찰에서 조사만 받고 풀려나자 이스라엘 경찰에도 신고했다. 미스 월드로 선발된 직후엔 성폭행 당한 사실과 함께 범인이 이스라엘 경찰에 체포됐다는 얘기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녀는 "저처럼 고통받는 성폭행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범인은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
10년 후 아바르길은 이 악몽 같은 기억을 더 널리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미국의 명배우였던 그레고릭 펙(Peck)의 딸인 세실리아 펙이 메가폰을 잡는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로 했다고 영국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아바르길은 "만약 10년 전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건 희생자에 관한 거였겠지만 이제 만드는 영화는 생존자의 얘기"라고 말했다.
영화에 나오는 성폭행 장면을 위해 10년 전 자신이 당했던 상황을 상세히 감독에게 털어놓은 아바르길은 다른 피해 여성들에게도 각자의 경험을 공유해줄 것을 주문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성폭행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입을 여는 것입니다. '그래, 내게 그런 일이 벌어졌지. 하지만 난 그 놈을 감옥에 보내고 싶어'라고 말이죠."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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