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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우유의 진실, 청량리 삥시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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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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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유슬기 기자
사진 김세영
입력 : 2013.06.14 10:41 | 수정 : 2013.06.14 11:15
대리점주를 향한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욕설파문은, 우리나라 유통업의 치부를 드러냈다. 유통의 마지노선이라는 청량리 삥시장에 다녀왔다. 상인들은 밀어내기의 종착역은 ‘대형마트’라고 입을 모았다.
1호선 청량리역과 제기역 사이에는 ‘청과물 도매시장’이 있다. 이 시장을 따라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공산품 도매시장이 나온다. 과자, 라면, 생수…등의 물품들이 상회마다 한가득 쌓여 있다. 좀 더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가면 야외에 물건을 쌓아두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보인다. 최근 언론의 보도로 유명해진 이곳은 청량리 삥시장이다. 본사에서 ‘밀어내기’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한 대리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물건을 터는 곳이 이곳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렇게 공급된 물건은 소비자에게 싼 값에 팔린다고 했다. 직접 방문해보니 상인들은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이 시장은 그런 거(삥처리) 없어요. 주문한 만큼만 받아요. 대리점에서 정상적으로 거래하고요. 우리는 물건을 받아보니까 알죠. 사러 오는 사람도 꾸준히 오는데, 갑자기 땡처리 되는 물건이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어요. 장사 안 되는데 밀어낸다고 받아줄 수도 없고요. 보세요. 장사가 안 되잖아요.”상인들은 ‘삥처리’를 감당할 정도로 시장 사정이 녹록한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곳 소상공인들 역시 피해자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밀어내기’ 종착지가 이곳 청량리 삥시장이라는 보도를 그들도 봤다고 했다. 실제 방문해보니 온도차가 있었다.
“삥처리가 된다고 해도 그건 극히 일부예요. 저도 기사를 봤는데, 그 삥처리된 물건을 노래방이나 영세상인들이 사러 온다고 하더군요. 그게 쉽지 않은 게 여기는 오는 사람들만 오거든요. 주로 거래를 트고 지내는 상점이 있고요. 갑자기 쏟아진 물건을 소화할 여건이 안 된다는 거죠.”특히 야외나 실온 보관이 대부분인 이 시장에서 유통기간이 짧은
이른바 유제품은 애초에 감당이 안 된다. 그렇다면 쏟아지는 유제품은 모두 어디로 갈까. 청량리 상인들은 그런 물건의 종착지는 ‘삥시장이 아닌 대형마트’라고 입을 모은다.
“도매시장이 얼마나 어려운데요. 안 그래도 장사 안 되는데 ‘삥처리’까지 소화할 여건이 안 돼요. 아니, 이번 일로 청량리시장 선전되니 좋아해야 하나.” 경기불황을 겪는 건 본사나 대리점만이 아니다. 청량리 도매상주인은 정색을 했다. 대형마트에서 가격 후려치기를 하는 요즘은 도매상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졌다.
1+1행사 등잉 빈번한 대형마트 내부 마트에서는 왜 이렇게 행사를 많이 할까
실제로 <여성조선>과 연락이 닿은 남양의 한 대리점주는 이렇게 말했다. “100%를 해라, 그러면 분명히 인센티브를 줘요. 반대로 말하면 100%를 못 하면 대리점을 못 해요.
인센티브가 아니면 수입이 없어요. 근데 영업사원이 하는 일은 뭐냐, 회사에서 위에서 압박을 주죠. 중간에 있는 영업사원은 대리점 소득도 보전시켜야 하고, 회사에도 좋게
해야 하는 입장이에요. 유통회사는 100%, 90%, 80%에 따라 인센티브가 달라져요. 대리점 입장에서는 90%에서 100%로 가면 인센티브가 더 나와, 실적을 높여야 하는 거예요
. 유제품은 뭐가 문제냐면, 유통기한이 얼마 안 된다는 거예요. 이런 관행은 남양만 그런 게 아니에요. 다 그래요.
”공산품은 밀어내기를 하더라도 받아놓았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도 판매가 가능하다. 유제품의 경우에는 둘 곳이 없다. 변질되면 버려야 한다. 때문에 우유나 식품은 도매 시장에 많이 들여올 수가 없다. 대신 물품의 순환이 빠른 대형마트로 간다. 분유가 대형마트에만 있고 시장에는 없는 이유다. “청량리시장에 냉장보관이 되는 곳은 거의 없어요.
썩지 않는 제품만 들어오는 거죠.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면서, ‘사실과 다르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유제품 밀어내기는 주로 ‘대형마트’에서 이뤄져요. 가보면 ‘1+1행사’ 하잖아요. 이건 회사에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대리점에서 붙이는 겁니다. 안 팔리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남양유업 피해자 협의회 유통업, 경제의 동맥
보통 유통업을 경제의 동맥이라 부른다. 유통의 순환이 원활해야 경제 전반이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어서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발간한 <대규모 유통업법 이론과 실무>에는 대규모유통업법이 금지하고 있는 12개의 불공정행위가 나온다. 우선 법 제7조에 따라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받은 상품의 대금을 원칙적으로 감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납품된 상품에 대한 원칙적 반품 금지, 대규모유통업자의 상품판매대금 지급기한의 준수의무, 납품업자 등의 종업원 사용 금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경영정보 제공 요구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상품권 구입 요구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통법상 금지되어 있는 이 행위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최근 쏟아지는 갑의 횡포는 약자, 일명 ‘을’인 대리점에 강자인 대규모 유통업체가 대놓고 위법을 저지른 셈이다.
식품업계에서는 ‘밀어내기’ 폐해의 원인으로 업체 간 과도한 경쟁을 꼽고 있다. 자사 제품을 일반 슈퍼나 마트 등 소매점에 많이 진열해 소비자에게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도 올리는 ‘푸시(Push) 전략’을 사용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종종 ‘밀어내기’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 진입 장벽이 낮고 박리다매 구조인 음료업계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이번 ‘남양유업 사건’으로 불거진 한국 유통업계의 현실은 동맥경화로 보인다. 본사에서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하면 그 무게를 대리점주가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약자인 대리점주가 빚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건 그래서이다. 서울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을 3년 동안 운영해온 A씨는 올해 초 회사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했다. 이유는 ‘남양유업 피해자 협의회’ 활동을 했다는 것. 그는 이 협의회를 통해 그동안 ‘밀어내기’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는 본사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가게 문을 닫게 되면서 1억5천만 원의 권리금도 한순간에 날리게 됐다.
대부분의 대리점주들은 본사의 횡포에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본사 영업사원의 눈 밖에 나면 일터가 공중분해되기 때문이다. 지방의 대리점주들은 ‘밀어내기’ 못지않게 ‘찢어버리기’ 공포에 시달린다. ‘찢어버리기’란 본사가 눈 밖에난 대리점을 제외한 다른 곳에 모든 물량을 몰아줘 해당 대리점을 도태시키는 것을 뜻하는 업계 은어이다. 남양유업 피해자협의회는 “주변 대리점이 공중분해되는 것을 보면 공포감이 생겨 본사 영업사원 말에 벌벌 떨 수밖에 없다”며 “지방 대리점은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5월 21일자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남양유업 우유는 욕설파문이 불거진 지난 3일 이후 19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32.8% 줄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요구르트 가운데 마시는 요구르트만 따지면 남양유업이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고 했다.
드러나는 갑의 횡포
대리점주의 자살로 끝난 ‘배상면주가’의 밀어내기 & 취업준비생 농락한 ‘애경’
배상면주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5월 14일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는 “불공정한 영업 방식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번 파문의 중심이 된 남양유업의 유제품과 배상면주가의 전통주의 공통점은 모두 유통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이들 업계는 좀 더 강한 정도의 대리점 ‘푸시전략’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15~19일 A대형마트의 배상면주가 제품 판매량은 5월 초 5일간에 비해 1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통주 전체 판매량이 5.8%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매출 하락세이다.
한편 숙명여자대학교 취업강의에서 ‘막말’을 해 논란에 휩싸인 애경(AK)홀딩스의 인사담당직원이 숙명여자대학교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올렸다. “저의 미숙함으로 인해 취업을 준비하시는 수강생 여러분과 숙명인 여러분께 불쾌감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뼈아픈 후회와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파문을 일으킨 AK홀딩스 인사팀의 직원은 숙명여자대학교 취업강의자로 나서 강의하던 중 한 학생에게 “과거에 당신보다 예쁜 학생을 지도한 적이 있다”, “여대생은 피해의식이 강하다”, “수업 태도가 안 좋으면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라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출처;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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