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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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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논설실장
지난해 이맘때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저서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 책의 맨 앞에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 최 교수는 세 측면에서 손학규 구상을 응원했다. 첫째, ‘미국의 길’ 아닌 ‘유럽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분명한 자유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최 교수는 진보정당들에는 사회민주주의를 권고한다. 셋째, 성과와 실력을 강조하고 있다. 장 교수 역시 ‘진보적 자유주의’정책들을 높이 평가했다.
두 교수는 이제 안철수 의원과 함께하고 있다. 손학규 후원회장이었던 최 교수는 이번엔 안철수의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을 맡았고, 일성으로 “창당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을 매개로 안철수와 손학규가 합칠지 모른다는 정치적 상상, 최 교수가 ‘정당 정치’와 ‘대의 민주주의’를 강조해온 사실 등이 겹치면서 신당(新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과연 ‘안철수 신당’은 가능할까.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신호는 많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은 지금도 안철수에 대한 기대로 쏠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한국갤럽)에 따르면 5월 셋째주 지지도는 새누리당 29%, 민주당 12%였고, ‘안 신당’ 26%였다. 정치 생태계 측면에서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 민주당은 진보, 호남, 친노, 친북 등이 혼재돼 있고, 대안 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능력을 보여주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이런 야권에 충격을 주고, 경쟁할 세력이 필요하다. 야권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보다는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다. 유능한 인물들의 정치권 진입 필요성도 절실하다. 각계의 인재가 ‘자유주의’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다면 정당정치의 발전 측면에서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보수주의 1, 자유주의 1, 사민주의 0.5 식의 2.5당 체제가 바람직할 수 있다.
가능성의 측면에서는 명암이 교차한다. 우선, 안철수 개인의 정치적 학습 능력이 상당해 보인다. 지난해 7월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에 비친 생각의 폭과 깊이는 ‘낭만적 대학생’ 수준이었다. 그러나 엄청난 속도로 정치를 배우면서, 정치를 하고 있다. 서울 노원병 출마 강행은, 필요하면 욕 먹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자세여서, 프로 정치인에 근접했음을 보여줬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선 때 공약들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박근혜 새누리당’도, ‘운동권 민주당’도 싫어하는 ‘리버럴 정치세력’에 대한 갈망이 광범위하다.
그러나 이런 조건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도, 정당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2016년이어서 민주당 의원들을 빼오면 좋은데, 쉽지 않고 새 정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한국 정당사에서 제3 정당이 성공한 적은 없었다. 대선에서 제3후보가 당선된 적도 없다.
그래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 2011년 11월 창당한 통합진보당이 가장 오래된 정당(정당명 기준)일 정도로 모든 정당이 신당인 셈이다. 다만 과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길을 추구해야 한다. 선거가 가까이 없다는 사실은 세 불리기에는 불리하지만, 내실 다지기에는 더 좋다. 150여 년 전 ‘노예제 폐지’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정파와 개인이 모였던 미국 공화당의 창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잡한 내부 사정 덕분에 정치 신인이던 에이브러햄 링컨이 첫 대선 후보, 나아가 대통령까지 됐지만 당내 지도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보다 미국과 공화당의 성공을 우선시했다. 안철수, 손학규에다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당과 진보정당 일각, 그리고 새누리당서 이탈한 친이(親李)나 이명박정부 고위공직자들 중 일부 인사들이 뭉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지금 안철수 신당의 앞날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좋은 정치’를 위한 ‘좋은 정당’을 만들겠다는 진정성 하나로 접근하면, 그동안 정치에 많이 실망했던 국민에게 통할지 모른다. 그러나 ‘안철수 당(黨)’이 되거나 ‘안철수 대통령’에 연연하면 분명히 실패한다. 집권이 정당의 목표이긴 하나 정치철학이 아닌, 정치공학에 의존하면 실패한다. 자칫 현재 지지도가 정점(頂點)일 수도 있다. 창당 작업이 구체화할수록 환상이 깨져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처;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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