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
|
[월간조선2008년 12월호 인물/인터뷰]‘글로벌 한국인’ 梁允熙의 거침없는 도전
|
|
‘글로벌 한국인’ 梁允熙의 거침없는 도전
“세계는 넓다. 틀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라”
다트머스大 성적 최우수자,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공공정책학 석사(MPP), 인시아드 MBA, 코넬대 로스쿨 JD(법학사), 현재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국책사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 젊은이의 꿈과 야망
權世珍 月刊朝鮮 기자 (sjkwon@chosun.com)
코넬대 로스쿨 졸업, 인시아드 MBA 취득,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졸업, 미주 삼성전자 매니저, HP·ING 등 세계적 기업 근무, 現(현) 블루 오션 전문가….
한국인 梁允熙(양윤희·35)씨의 이력은 앳된 외모의 30대 청년과 연결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다. 그의 이력서는 주요 경력만 써도 A4용지 한 장이 모자랄 정도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누비며 쌓은 경력들이다. 주말을 이용해 잠시 귀국한 그를 만나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글로벌 한국인’의 실상에 대해 들어봤다.
이력서를 보면서 외국에서 태어난 교포가 아닐까 잠시 의심했지만,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한국에 살았던 ‘토종’ 한국인이었다. 양씨는 어릴 때는 책을 좋아하고 학업성적이 뛰어났으며 자존심과 리더십이 강한 전형적인 ‘범생이’(모범학생)였다. 여의도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0년 교환교수로 미국행을 결심한 아버지를 따라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처음부터 미국에서 살 것을 염두에 두고 간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일이 끝나는 대로 가족 모두 돌아올 생각이었다. 특별한 준비 없이 갔기 때문에 미국 학교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전교 1등의 우등생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영어 잘 못하는 한국 아이’일 뿐이었다. 오기가 생겼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이듬해 귀국하는 부모님에게 “여기(미국)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좀 더 적응하기 쉬운 교육기관을 찾아주겠다고 부모가 설득했지만, 그는 공립학교를 고집했다. LA의 윌리엄 태프트 하이스쿨을 졸업할 때는 최우등상을 비롯해 대통령(클린턴)상 등 11개의 상을 받았다. 아이비리그와 주립대학 등 12개 대학에 원서를 냈고, 모두 합격했다.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다트머스大(대)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화학이 원래 그의 목표는 아니었다.
“여러 대학과 학부에 합격을 했는데, 치과의사였던 아버지가 ‘모든 과학의 기본은 화학’이라며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하길 원하셨어요. 그래서 들어가보니 화학이라는 게 어찌나 어려운 학문인지 낙제하는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하지만 그게 오히려 흥미로웠어요. 학업의 기본이 되는 학부에서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학문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유명 주립대와 명문대에도 합격했으면서 굳이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다트머스대를 택한 이유를 물었다.
“저와 아버지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신 분들은 당연히 다트머스에 가야 한다고 추천하시더군요. 또 다트머스는 브라운이나 다른 아이비리그에 비해 보수적인 색채가 강합니다. 저의 성향과 맞는 곳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그의 知的(지적) 호기심은 화학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늘 뉴스와 공공정책,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화학은 쉽지 않은 학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치과대학원에 진학하길 바라는 ‘속셈’으로 화학과를 추천했지만, 사실 화학과의 절반 가까운 학생이 전공을 바꿀 정도로 화학은 어려운 학문이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화학 공부를 통해 과학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거든요. 처음부터 정책이나 정치만 공부했다면 이렇게 다양한 지식을 갖지 못했을 겁니다.”
학부 졸업 후 끊임없는 도전
양씨는 ‘골든 키’(美 유수 대학들의 성적 우수자 클럽)로 학부를 마치고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 진학해 공공정책학 석사(MPP)를 취득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최정상급으로 통할 학력을 갖게 됐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유럽 최고의 경영대학원으로 불리는 인시아드(INSEAD: 프랑스 퐁텐블로 소재)에 입학해 MBA 학위를 취득했다. 인시아드 도전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미국에서만 공부하고 일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어요. 미국에서 공공정책 학위를 받았으니 유럽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케네디 스쿨과 인시아드 졸업. 그러나 왠지 허전했다. 우리나라 ‘고시(사시·행시·외시) 3관왕’이 있듯 그는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싶었다. 명문인 코넬대 로스쿨에 들어가 JD(법학사) 학위를 받았다.
“로스쿨까지 졸업하고 나자 ‘공부는 이제 할 만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분야든 큰 일을 하려면 지식과 토대가 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면 공부는 어느 정도 했으니 현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가 학부 졸업 후 공부에만 매진한 것은 아니다. 1997년 학부 졸업 후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서 근무했고, 기업정보 습득과 주식투자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학부 졸업 후 모든 공부는 내가 벌어서 했다”고 설명했다. 부모에게 학비를 받아 공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인시아드를 졸업하고 나자 금융권 등 유명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2001년 싱가포르의 삼성전자에 매니저급으로 입사했고, 2002년에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의 미주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많은 기업의 제의가 있었지만 삼성이 저에겐 가장 친근한 기업이고 또 대우도 좋았기에 취업했죠.”
삼성에서는 그를 임원급으로 승진시키며 계속 잡아두려 했지만 그는 2004년 삼성을 떠나 싱가포르로 갔다.
“인시아드에서 공부할 때 김위찬 교수님(‘블루 오션’을 처음 제창한 학자)의 블루 오션 전략에 감명을 받았어요. 제가 갈 길을 잡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그의 경력은 단순히 전략전문가에서 머물지 않고 애널리스트, 매니저, 국제법 전문가 등 다양하다. 싱가포르, 서울, 미국을 오가며 휴렛팩커드, ING, 로펌 등에서 일하던 그는 현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시아 정부의 국책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가관련 사업이라서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곤란합니다만 블루 오션을 이용한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수민족에게 ‘전문직’ 권하는 사회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양씨에게 “왜 부모님의 뒤를 이어 전문직의 길을 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사실 한국인이 조국이 아닌 미국에서 성공 반열에 오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은 그도 알고 있었다.
“전 LA에서 살았으니까 소수민족 친구들이 많잖아요. 똑똑한 소수민족 친구들은 대부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른바 ‘전문직’을 택하게 됩니다. 의사라든가 법조인, 공학박사 같은 것들 말이죠. 뽑을 때 실력만을 보니까 실력만 있으면 어렵지 않고, 고소득이니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런 인식을 깨고 싶었어요. 세계는 급격하게 변화하는데 저라고 변화를 안하고 제자리에만 있을 순 없잖아요. 미래를 보고 직업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오래 해외에 있다 보면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약해지지 않냐고 질문했다.
“해외에 나와 사는 한국인이 의외로 많아요. 세계 어느 도시엘 가도 한국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은 대부분 성장하다 보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어릴 땐 백인 아이들과 매일 어울려 놀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많은 소수민족 친구들이 백인 주류사회에 끼어들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국적과 정체성을 강하게 지켜나가며 생활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저는 미국인 친구도 많고 한국인 친구, 그밖에 다른 나라의 친구도 많습니다. 어느 쪽에 치우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저의 베스트 프렌드는 한국인 한 명과 백인 한 명입니다. 국가와 인종의 벽을 없애는 게 세계를 무대로 일하는 데 필요한 조건인 것 같아요.”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다양한 시각 가져야
늘 자신만만한 그 역시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인으로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롤 모델(역할 모델)이 없었어요. 20대가 되자 金昌準(김창준) 의원이 미 하원의원에 당선되는걸 봤습니다. 저 정도는 돼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의원의 피선은 그가 다양한 방면의 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아이비리그에서 공부하면서 많은 한국인을 만났지만 학업을 끝내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데 놀랐다고 했다.
“정말 똑똑한 친구들인데 적응을 못 하더라고요. 시키면 잘하는데 집중해서 파고드는 면은 좀 부족한 듯합니다.”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고시나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세계가 얼마나 넓은데 좁은 시야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틀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양씨는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갖고 많이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저는 법, 정치, 행정, 회계, 경영 등 많은 공부를 했지만 경영학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경영학을 전공해서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한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경영학만 공부해서는 깊은 사고를 할 수가 없어요. 어떤 일을 하든 정치학과 법학, 순수과학을 공부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할 수 있는 건 젊은 시절의 특권입니다. 공부를 많이 하고 나면 응용력이 생겨서 늘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요.⊙ 계속
출처 월간조선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