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넷타임즈
> 뉴스
|
|
|
다시 꺼내 든 대처의 답안지
|
|
입력 : 2013.04.11 23:12
이성훈 파리 특파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사망 직후 설문조사를 했다. 영국인을 대상으로 '대처의 통치가 영국에 긍정적이었나 부정적이었나'를 물었다. 그 결과 '긍정적'이라는 대답은 50%. 대처에 대한 추모의 정이 없었다면 그 비율은 더 낮아졌을 게 분명하다.
대처가 그토록 사랑한 조국에서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그의 말을 미뤄 볼 때 이상할 게 없다. 그는 "당신이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항상 타협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세간의 인기를 오히려 독(毒)이라고 생각했다. 대처가 불과 몇 달 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도 "인기 없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라"였다.
대처는 오히려 영국 밖에서 더 인기가 높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홈페이지에서 재미있는 설문을 진행 중이다. '당신은 프랑스를 위해 대처 같은 사람을 원하십니까'를 묻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응답자의 약 70%가 '예'라고 응답했다. 누군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의 프랑스를 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옆집 아저씨'라는 별명을 가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무른 태도에 대한 반감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유분방한 프랑스인의 절대다수가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철의 여인'을 원한다는 결과는 의외다. 더구나 지금 유럽이 겪는 위기의 원인이 대처 시절에 잉태됐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대처는 1980년대 중반 런던을 금융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금융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었고, 금융 자유화는 세계적 대세가 됐다. 고삐 풀린 금융은 이후 반복되는 경제 위기의 원인이 됐다. 지금 유럽의 경제 위기도 2008년 '리먼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역설적인 것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각 정부가 선택한 해결책 역시 이미 30년 전 대처가 내놓은 처방전이라는 점이다. 재정 적자 감소를 위해 복지 혜택을 줄이고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만 실업급여를 주는 등 '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프랑스 좌파 정부는 지난해 11월 노동 유연성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한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대처 방식(Thatcherite)'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처는 유럽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유럽 통합과 단일 통화(유로화)에 부정적이었고, 유럽 외교 무대를 독일·프랑스가 주도하는 상황에도 늘 불만이었다. "모든 문제는 유럽 대륙에서 나오고, 해결책은 전 세계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나온다"고 말할 정도였다. 대처는 영국을 유럽 대륙과 분리하는 '고립주의' 전략을 선택했다. 하지만 고립주의는 대처 정부 내 분열을 야기하면서 인두세(소득·재산에 관계 없이 동일하게 부과하는 세금)와 함께 대처의 몰락을 가져 온 원인이 됐다.
유럽 대륙 국가 역시 통합에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이 많았다. 어떤 정상은 대처가 연설할 때 하품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그런 유럽이 지금은 대처의 리더십을 그리워하고 있다. 유럽이 지금 선택한 대처의 답안지가 30년 후에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출처;조선닷컴의 특파원칼럼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