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사장급 인사는 공식 회의석상에서 "삼성전자는 앞으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국내에서는 어려워도 해외시장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해외시장이 얼어붙어 전례 없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도 지난 10일 "입사 후 지금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2일 매일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부에서 실적부진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4분기에 아예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일부 증권사 전망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2조154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가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지기 시작했던 3분기에도 영업이익 1조원대를 지켜냈다.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여전히 5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11일 신영증권은 "남은 기간에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4분기에 약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것은 분기 실적이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적자전환을 추정하는 근거는 지난 3분기 이미 적자를 기록했던 낸드플래시에서 시작됐다. 이어 D램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2분기까지 1조원 이상 이익을 냈던 LCD패널마저 영업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있다.
올해 2000만대 이상을 판매한 TV도 적자 폭이 커질 전망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시황 악화에 이어 낸드플래시, LCD, 휴대폰 등이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내년 1분기에는 영업손실이 64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반도체 시장에서 감산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 2분기에는 다시 소폭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놨다. 이 애널리스트는 "4분기 매출액은 20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겠지만 원ㆍ달러 환율이 전분기보다 30%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율효과마저 없었더라면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됐을 것이란 얘기다.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그룹도 삼성전자가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볼 것으로 예측했다. 사업별로 보면 반도체가 3070억원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디지털미디어(TV) 부문 2390억원, LCD 850억원 등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활가전도 230억원 적자가 추정됐다. 5개 사업 부문 가운데 오직 정보통신(휴대폰)만 5060억원 흑자를 내겠지만 전체적으로 1480억원 적자를 예측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사업 포트폴리오 '황금 분할'이 초유의 경기 악화를 맞아 깨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11일 나흘 연속 상승해 48만25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2배 안팎으로 장부가격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인터넷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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