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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 망국법이 된 ‘국회 선진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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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
013/03/08 12:42
http://blog.chosun.com/jhg40/6874896
일명 ‘국회 선진화법’은 2012년 5월2일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으로서 국회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한 법이다. 입법취지는 국회 운영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폭력사태를 막고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리자는데 있다. 취지는 그야말로 선진이다. 하지만 18대 국회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다수당의 날치기가 횡행하고 소수당의 폭력이 난무했다. 신선한 민주전당에 몸싸움과 육두문자는 다반사이고 해머와 전기톱과 공중부양이 등장하더니 끝내는 최루탄 투척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조폭이 울고 갈 폭력 백화점이 되어버린 국회였다.
입법 당시 박근혜 체제의 새누리당은 MB의 실정으로 인한 총선 패배의 예상을 뒤엎고 원내 과반수의 대승을 거뒀다. 박근혜 대선가도에 푸른등이 켜진 상황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선진화법을 만드는데 앞장섰다. 정파의 이해득실을 떠나 부끄러운 의회풍토를 개선하자는 진정한 대의정치를 열망했던 것이다.
‘몸싸움 방지법’을 보기 좋고 듣기 좋게 명명한 ‘국회 선진화법’의 골자는 강행처리의 수단이 돼 온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쟁점법안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조차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법안 반대의 핵심 논리는 쟁점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인 신속처리 안건 지정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이다.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재적의원 3/5을 확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주장의 기저에는 소수당이 정책의 판단 기준을 국익보다 당리당략에 맞출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었다. 즉 다수당의 국가적 이익 정책이 소수당에 의해 박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운영개정안(선진화법)의 입법반대 논리와 우려가 지금 그대로 나타났다. 소수 민주당이 반대하면 다수 새누리당은 어떠한 입법도 불가능한 자승자박에 갖춰버린 꼴이 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발목 잡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핵심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포함된 정부조직법이 민주당의 이런저런 핑계로 취임 열흘이 지나도록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로 표류하고 있다. 북한은 8일 남북 직통(直通)전화를 단절하고, 불가침 합의도 전면 무효화하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 “전면전을 개시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김정은이 직접 나섰다.
국가 안보가 최대의 위기에 처했지만 이에 대처할 정부조직은 민주당의 당리당략에 억매여 오리무중이다. 민주당의 막무가내 배짱에는 ‘국회 선진화법’이 배경이다. 그들에게는 국가위기 따위는 안중에 없고 이참에 큰 것 한 건하자는 당리가 먼저인 것 같다.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장악을 위해 종합유선방송(SO) 관할권을 미래부로 옮기려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다고 호소해도 소용이 없다. 그런 민주당이 지난 6일 더디어 속내를 드려냈다. 미래부 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정부조직법과 무관한 공중파 KBS와 MBC 이사진 인선방식을 바꾸자고 제의했다.
공영방송의 이사를 추천할 때 현행 재적위원 과반이 아닌 3분의 2의 찬성을 얻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현재 5명인 방통위원 중 2명이 야당 추천 몫이기 때문에 이사 추천도 야당이 반대하는 한 이사 구성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민주당이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국회 선진화법’이 더욱 문제인 것은 민주주의의 꽃인 다수결의 원칙의 부정과 훼손이라는데 있다. 민주주의식 의결은 협상과 타협으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지만 결론이 나지 않을 때는 51대 49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국회 선진화법은 이 원칙을 뭉개버렸다. 위헌이 소지가 크다. 국회 선진화법을 추진했던 박근혜의 선의가 지금은 국정수행의 발목 잡히기로 돌아왔다. 신속하게 처리해야할 법안을 가로막고 국익을 깎아먹는 폐단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의 여론추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일방적으로 야당을 압박하며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에 대해 '공감한다'(28.6%)는 의견에 비해 '공감하지 않는다'(51.8%)가 훨씬 많았다. 반면 '야당이 새 정부의 정상적 출범을 방해하기 위해 발목 잡기에 나섰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40.8%)와 '공감하지 않는다'(38.8%)가 비슷하지만 민주당의 주장이 더 부정적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선 '잘하고 있다' 53.7%, '잘못하고 있다' 19.7%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에게 훨씬 우호적이다.
박근혜 51.55% 대 문재인 48.02%로 승패가 갈라진 민주주의 원칙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결국은 승부든 의결이든 과반이 통하는 세상이야말로 가장 민주주의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국회 선진화법을 당리에만 활용하는 실례를 고착시킨다면 국회의 다수당 의미도 없는 것이다. 다수가 소수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면 여당의 책임정치와 국정의 안정적 운영도 실종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국회 선진화법(國會 先進化法)’은 민주주의 선진은 고사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후진 망국법(後進 亡國法)’이란 극단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깊이 고민하고 재고할 법이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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