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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法治)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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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흔들림 없는 의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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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영2013.03.07 15:00:04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는 실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단지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내려진 사형판결을 거부하는 것은 곧 국가의 법을 거부하는 것이고 이는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법적 안정성에 대한 사상이 바로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낳게 한 것이다. 그가 말한 법적 안정성은 곧 '질서 유지와 법적 결정의 존중'이다.
전국적으로 살인, 강도, 강간·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구속영장 발부율은 크게 감소하고 있는 현실은 고대 철학자가 지키고자 애썼던 법치주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를 판단할 때 크게 주거부정, 도주 우려, 증거 인멸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재범 우려도 고려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현실은 이와는 동떨어진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7일 대검찰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범죄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건수는 총 3만5060건으로 지난 2005년 7만3800건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장발부율은 계속 감소해 2005년 86.8%였던 영장발부율은 지난해에는 77.9%를 기록한 반면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는 2007년 7577건에서 지난해 2만1109건으로 5년 새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지난해 9월 동두천경찰서는 상습적으로 여고생을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붙잡힌 A씨에 대해 재범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당시 법원은 "피해자와 합의할 수도 있고 도주 우려가 없다"며 2차례나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A씨가 청소년지원시설에서 일해 추가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자 법원은 3차례 만에 영장을 발부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에 광주에서는 주점에서 행패를 부리고 경찰관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가 체포된 40대 남성이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6시간 만에 또다시 행패를 부리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와 함께 지난달 27일 부산지법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일은 우리나라 구속영장제도와 법적 안정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산지법은 지난 1월 30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내로 시신을 운구해 점거농성을 벌여 업무방해와 공동건조물 침입,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금속노조 지도부 5명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담당판사는 '이들이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사유를 밝히면서 혐의를 다투는 부분에 대한 방어권 보장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을 지키고 수호할 의무가 있는 사법기관이 '폭력과 불법은 어떠한 경우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보편적인 법 감정을 외면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제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20일로 한정된 기간에 효율적인 수사를 하기 위한 것이며 혐의가 명백하여 입증상의 문제도 없기 때문에, 이번 법원의 영장 기각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한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을 외면한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는 비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모두 공동건조물 침입 상태에서 붙잡힌 현행범이고 집시법 위반 등의 전과가 있는데다 김진숙 지도위원 등은 이미 지난 2011년 농성으로 징역과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아직 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불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법원이 기각 사유 중 하나로 밝힌 '노사합의'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피의자들이 조선소를 점거하고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한 다음 수주에 마음 급한 사측의 팔을 비틀어 얻어낸 노사합의가 법치주의 확립과 대체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법이야 어떻든 '우겨서 통하면 그만'이라는 떼법과 불법행위만 부추길 뿐이다. '시신 농성'이라는 충격적이고도 반인륜적인 행위는 법뿐만 아니라 인간 존엄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용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영장제도는 영장담당법관의 잣대에 의해 구속영장 발부여부가 결정된다. 형사사건에서의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비추어 그 잣대는 엄격히 적용되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상습적인 불법과 폭력에 대해서까지 관용을 베푼다면 법적 안정성과 공동의 선(善)을 지키지 못한다.
국민들도 구속영장 발부 기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이와 동일한 범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을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누구는 구속되고 누구는 구속을 피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때 사법부는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극소수 범법자가 법질서를 파괴하고 선량한 대다수의 시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법치주의가 제대로 서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법치주의의 확립은 포퓰리즘에 좌우되지 않는 사법부의 흔들림 없는 의지에 달려있다.
불법에 대한 사법부의 미온적인 대처는 불법행위를 더욱 빈번하게 발생시키고, 법 경시 풍조를 더욱 확산시킬 뿐이다. 법과 원칙을 엄격히 지켜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법 수호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불가침영역이다.
사법부는 평생 보편적인 선(善)을 추구했던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지키려했던 '법적 안정성'이 무엇인를 곰곰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원광영
출처;뉴스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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