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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참모에 百番 이겨 得 될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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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국방장관 후보 진퇴…빨리 처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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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주필
입력 : 2013.03.01 21:30 | 수정 : 2013.03.01 22:54
대통령 눈빛에 주저앉는 장관·참모는 물러나야
강천석 주필 나라 여기저기서 이 빠진 톱니바퀴들이 맞물리며 덜컹덜컹 소리를 내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2월 24일 밤 청와대 지하벙커 상황실 일만 해도 그렇다. 그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 '위기관리실장'이 박근혜 정부 '국가안보실장'에게 상황실 통제권을 넘겨줬다고 한다. 청와대 상황실은 국가 위기 발생 시 전선(戰線)의 제1보(報)를 접수하는 신경세포(神經細胞)에 해당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청와대엔 '국가안보실장'이란 직책(職責) 자체가 없다. '국가안보실'을 신설한다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밤 상황실 인수인계는 공무원이 민간인 신분의 안보실장 내정자에게 정부 업무를 넘긴 법률적 무효(無效)행위라는 말이다.
내각 쪽 사정도 뻑뻑하다. 인사 절차가 마무리된 건 총리와 6개 부처 장관뿐이다. 문제는 언제 닥칠지 모를 다음 북핵(北核) 위기 대처의 중심에 서야 할 국방장관과 박근혜 정부의 간판 타자(打者)라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자리다. 국방장관 후보자는 공직 윤리 기준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자리는 업무 관장 영역을 둘러싼 여-야 대결에 갇혀 있다.
국방장관 후보자는 고립무원(孤立無援) 상태로 갑옷도 걸치지 못한 채 쏟아지는 화살을 맨몸으로 맞으며 비틀거리고 있다. 현역 시절 훌륭한 경력을 쌓았다는 예비역 육군 대장을 뭐 하러 이런 자리에 끌어내 저 수모(受侮)를 겪게 하는지 지켜보는 국민이 안타깝다. 후보자는 예편 후 공직의 멍에를 벗고 세태(世態)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살겠다며 잠시 허리띠를 푼 듯하다. 맑은 물 만나면 갓끈을 씻고 흙탕물 만나면 발을 씻는다는 옛말대로 산 셈이다. 그런 후보자를 벌거벗겨 저울에 올려놓고 갓끈 씻는 물의 청정도(淸淨度)를 기준 삼아 공개재판을 벌이고 있으니 본인도 당혹스러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혼자 싸워 살아 돌아오라"며 후보자 등을 떠미는 건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무정한 처사다. 미래창조과학부 건(件)은 미적거려 봤자 여야 모두의 정치 무능을 덧나게 하는 자해(自害) 행위로 비칠 뿐이다.
국민 입장은 간명(簡明)하다. 북핵 위기와 세계경제의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하루빨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해 정부를 정상화시키라는 것이다. 대통령도 정부 원안(原案) 처리에 집착해선 안 된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만들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았던 '불통(不通)'과 '무통(無通)'이 이 모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몇몇 강경파 의원들에 휘둘려 사태를 막다른 곳으로 끌고 가봤자 득(得) 될 게 없다. '정치적 법정 관리(法定管理)'를 받고 있는 민주당의 창피한 처지를 덧나게 할 뿐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구(舊)시대적 공격이 여기서 더 나가면 화살이 어느 순간 방향을 거꾸로 틀어 민주당 쪽으로 날아들지 모른다.
국방장관 후보자의 퇴로(退路)도 열어줘야 한다. 그의 신상 검증은 동네 파출소에 맡겼어도 너끈히 거를 수 있는 문제였다. 사태가 굴러가다 후보자 개인의 인격 차원에서 군(軍) 전체 위신이 걸린 사태로 번져갈 위험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50만 육군 장사병들의 총사령관을 역임한 사람이 대통령 경호 책임자로 차출(差出)된 데 대해 지휘권의 존엄(尊嚴) 측면에서 여러 말이 오가는 상황이다. 3군 참모총장, 검찰총장, 몇몇 대학 총장 등 한 조직을 대표했던 인사가 다시 공직에 들 때는 개인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을 넘어 몸담던 조직의 명예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국방장관 후보자는 더 이상 대통령 쪽을 쳐다볼 게 아니라 스스로 묻고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과정을 통해 대통령이 한번 작정한 생각을 바꿀 참모는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 대통령직(職)의 역설은 대통령이 주변 사람을 이기면 이길수록 혼자 고립돼 간다는 데 있다. 대통령의 성패(成敗)는 특정 분야에 대해선 자기보다 뛰어난 전문 참모들을 어떻게 부리느냐에 달렸다. 대통령이 참모들과 겨뤄 연전연승(連戰連勝) 한다는 건 자랑이 아니다. 아까운 인재(人材)를 불러모아 공연히 썩히고 있다는 말밖에 안 된다. 그리되면 '대통령의 실수'가 '국가의 불행'이 되는 사태를 만날 수도 있다.
대통령 참모들도 '우리 대통령 결정은 언제나 옳다'는 미신(迷信)을 벗어야 한다. 믿는 체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믿는다면 판단력이 정상은 아니다. 위대한 대통령들도 '충분한 정보를 들어 심사숙고한 후에야'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들 역시 '불충분한 정보 위에서' '심사숙고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결정을 내릴 경우' 너나없이 무너졌다. 대통령 참모들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대통령 안광(眼光)이 뿜어내는 레이저 광선에 부딪혀 번번이 입이 얼어붙고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고 말았다면 이제라도 제 발로 청와대와 장관 사무실 밖으로 걸어나와야 한다. 그게 대통령과 나라를 위하면서 국민 세금을 절약하는 길이다.
출처;조선닷컴 강천석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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