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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에게 남은 '긴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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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두고 저조한 지지율, 정치 전쟁서 敗將 되고 만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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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의 김창균 논설위원 칼럼
입력 : 2013.02.20 22:22
퇴임 앞두고 저조한 지지율, 정치 전쟁서 敗將 되고 만 MB
政權을 향했던 격렬한 애증도 세월 따라 먼지처럼 가라앉아
'5년 국정' 객관적으로 보일 때 진짜 대통령 평가 시작될 것
김창균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가 반환점을 돌아 임기 후반에 접어들던 2010년 11월 무렵 청와대 A수석 집무실을 방문했다. 벽에 걸린 대형 그래프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명박·노무현·김대중 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임기 중 같은 시점끼리 비교하고 있었다.
당시 이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면서 50%를 넘나들었다. 친(親)서민 정책과 G20 서울 정상회의의 약발이 힘을 받던 때였다. 임기 3년 말 같은 시점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을 크게 웃돌았다. A수석이 자신이 모시는 대통령의 선전(善戰)에 뿌듯해하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지난 18일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5년 국정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이 24%였다. 5년 전 이맘때 노무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같은 조사에서 '잘했다'는 응답은 23%였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2년여 만에 반 토막 나면서 노 대통령 지지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저(低)평가가 억울한 듯하다. 이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런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자기 업적을 힘주어 강조하려다 '너무 나간' 대목들도 있다. "내가 대통령이 돼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이 정도로 인지도가 생기고 수백 년 변방에서 세계 중심으로 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이 특히 화제였다. 이를 계기로 이 대통령의 5년 국정에 대한 상반된 평가들이 또 한 번 충돌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일합(一合) 대결이 있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가장 나쁜 대통령"이라며 "국민에게 천 번 만 번 사과해도 부족한데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국회 답변에 나선 김황식 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 총리는 "이 정부가 해온 일에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평가든 부정적인 평가든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총리가 '객관적인 자료'에 방점을 찍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우리나라는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여덟째 무역 대국이 됐다.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이면서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는 '2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국가신용 A등급 국가 중에선 유일하게 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일본까지 추월했다.
인터뷰에서 언급한 G20 정상회의와 핵(核)안보정상회의 서울 개최도 이 대통령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세계 속 대한민국의 위상을 또 한 단계 밀어올렸다. 필자 역시 '수백 년 변방'에 머물렀던 이 나라가 '세계 중심'에 선 모습에 감격했었다.
이런 '객관적인 자료'들이 이명박 정부의 공(功)을 뒷받침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나라님은 국제 무대에서 박수 받고 다닌다는데 민초(民草)들 삶은 전보다 더 팍팍해졌다고 느낀다. 거시(巨視) 지표가 좋아진 것은 '잘나가는 소수(少數)' 몫이 급증한 덕인데 그걸 자랑삼는 걸 보니 '그들만의 정부'로 비친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일반 국민의 박탈감과 소외감을 이해하고 보듬는 자세를 보였다면 임기를 마치는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도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굵직한 정상회의 두 차례와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따낸 일에 대한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일이 성사되는 데 이 대통령의 유치 노력이 보탬이 됐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다 나라가 커진 덕분이다. 운이 좋아 내 임기 중에 열매를 따낸 것은 개인적인 영광"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국민이 손뼉 쳐 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평가하는 이 정권의 조급증이 대통령 지지율을 몇 퍼센트는 까먹었을 것이다.
며칠 전 한 TV 방송이 '이명박 정부, 5년의 비망록'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이 대통령의 한 참모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아쉬워했다. 정치는 그때그때 국민의 지지를 다투는 승부다. 청와대를 떠나는 시점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저조하다는 것은 그 싸움에서 졌다는 뜻이다. 이제 와서 인터뷰나 홍보를 열심히 한다고 승패의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대통령에 대한 '좋고 나쁜' 감정이 어른거리며 시야(視野)를 가리지만 그것도 세월이 흐르면 먼지처럼 가라앉는 법이다. 그때부터 이명박 정부 5년 국정이 남긴 기록이 제대로 보일 것이고, 대통령에 대한 진짜 평가도 시작된다. 며칠 후면 이 대통령과 참모들은 지지율 등락에 울고 웃던 전장(戰場)을 떠나 호흡이 긴 승부의 영역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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