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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名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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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논설위원
에드워드 에브렛(1794~1865).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그는 당대의 최고 연설가였다. 그의 명성은 남북전쟁(1861~1865)이 한창이던 1863년 9월 23일 게티즈버그 전몰장병 국립묘지 봉헌식의 연설 요청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행사 연기를 요청했다. 시일이 너무 짧아 연설문을 미처 준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행사조직위원회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봉헌식 행사를 2개월 가까이 늦췄다.
마침내 11월 19일, 그는 연단에 섰다. 미국에서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연방 하원의원과 매사추세츠 주지사 및 하버드대 학장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 그의 연설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배경이었다. 연설은 길게 이어졌다. 장장 1시간57분…. 호사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 그의 연설문은 1만3607단어나 된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하는 청중들 속의 그를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그 다음 연사는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당시 링컨은 제16대 미국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연설의 순서는 결코 국가원수에 ‘걸맞지’ 않았다. 주연설자 에브렛의 조연설로 행사의 말미에 간단히 의례적 인사말만 하도록 돼 있었던 것이다. 데이비드 윌스 봉헌식 조직위원장은 링컨 대통령에게 ‘행사의 성격에 어울리게 몇 말씀’ 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도 간결하게 연설을 마쳤다. 고작 ‘2분이 조금 넘는’ 시간에 겨우 10문장, 272단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로 함축되는 링컨의 명연설(名演說)이다.
링컨의 학력은 보잘것없다. 정규 교육이라곤 8년 동안 띄엄띄엄 학교에 다닌 12개월이 전부다. 게다가 책도 몇 권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성서와 영문법과 기초수학 및 셰익스피어의 작품 등. 그래서 그는 그 책들을 읽고 또 읽었다. 그 책들로 배우고 익혔다. 하지만 그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오늘날까지도 종종 인용된다. 한 날, 한 자리에 선 두 연사. 화려한 경력과 짧은 학력의 대비, 그리고 ‘2시간 대 2분’의 연설…. 에브렛과 링컨의 이날 연설은 단순히 길다고 해서 명연설이 아님을 잘 말해준다.
18일 이명박 대통령의 고별 연설이 있었다. 4년5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 진행된 이 대통령의 라디오·인터넷 연설은 이날 제109차 방송으로 끝났다. 엿새 뒤에는 박근혜 새 대통령의 취임 연설이 있다. 감동이 담긴 연설을 기대해 본다.
출처;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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