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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듣고, 천 번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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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식 드라마작가·동서대 교수
입력 : 2013.01.30 23:14
최순식 드라마작가·동서대 교수 우연한 기회에 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 수상자를 만났다. 노래를 못하는 나로서는 그분이 경이로워 보였다.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어요?"
"노래 한 곡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몇 번 정도 연습할 것 같아요?"
"글쎄요. 한, 백 번? 이백 번?"
"천 번을 듣고 천 번을 따라 부릅니다."
난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딱 벌어졌다. 천 번을 조용히 들으면서 작사가, 작곡가의 의도와 미세한 감성까지 완전히 파악한 후에 또 천 번을 따라 부르다가 혼자 부르다가를 반복한다고 한다. 난 소위 말하는 십팔번을 만들기 위해서 백 번 정도 불러 본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목소리가 좋거나 음감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런 실력으로 사람들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으니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바보들은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딱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쓸데없이 웹 서핑이나 하면서 시간을 죽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슬쩍 속인다. 오늘도 최선을 다했다고. 명백한 심리적 할리우드 액션이다.
강호엔 고수들이 많다. 최근 본격적으로 집필활동을 시작한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 오정희 선생의 소설을 무려 열 번이나 반복해서 필사를 했다고 한다.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나로서도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강한 충격을 받았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열 번이라니.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순수함이 정말 존경스럽다.
재주만 믿고 날고 기는 사람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한테는 못 당한다. 자기 운명을 지배하려면 오기가 있어야 한다. 악바리가 돼야 한다. 내가 대박을 치지 못하는 것이 운이나 세상 탓이 아니다. 무식하게 망치를 들고 구멍을 뚫어야 한다. 그런데, 난 오늘도 나름대로 열심히 송곳으로 구멍을 뚫는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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