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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前회장이 중앙아시아를 떠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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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카자흐스탄 머물다가 키르기스스탄으로 옮겨 에너지 프로젝트 성사시켜 정부와 타협하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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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鄭泰守·85) 전(前) 한보그룹 회장이 키르기스스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K(40)씨는 13일 "며칠 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정씨를 보았다"며 "80대 나이와 달리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정씨는 카자흐스탄에 정착하며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을 오가며 자원·건설 관련 프로젝트 참여를 모색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에서 그의 움직임이 공개되자 키르기스스탄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 법무부가 카자흐스탄에 정씨의 신병을 확보, 인도해줄 것을 요청하자 정씨가 이를 모면하기 위해 서둘러 이웃 나라인 키르기스스탄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2003년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다.
정씨는 오랜 외국생활에 지친 데다 한국 음식이 그립다며 측근들에게 귀국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수감생활을 경험한 정씨는 귀국 즉시 재판을 받아야 할 상황에다 법정에서 구속될 것이라는 중압감 때문에 선뜻 귀국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위에서 말한다.
정씨는 러시아와 CIS 국가를 상대로 인맥을 최대한 동원,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뒤 정부와 타협을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의 움직임은 사법 처리를 모면하려는 마지막 시도라 할 수 있다.
정씨는 국내 지인에게 직접 전화를 해 러시아 내 유전과 가스전 지분 인수 등 에너지사업 분야와 소치 동계올림픽 관련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와 함께 수백억원의 자금 동원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한 적도 있다.
러시아 내 사업을 추진 중인 Y씨는 "정씨가 전화로 현재 러시아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건설 및 원전(原電)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며 "하지만 정씨가 수배 중인 데다 자금 동원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정씨의 사업 참여를 유보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모스크바 방문 때도 정씨가 찾아와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했다"며 "선수금(先受金)을 제공할 테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정씨는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휠체어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정장 차림이었다고 한다. 옆에는 비서와 간호사 등 4명의 수행원이 있었으며 그 중에는 일본인 수행원도 있었다는 것이다.
정씨가 중앙아시아를 마지막 활동 공간으로 삼는 이유는 뭘까. 이곳에서 최근 자신의 장기(長技)인 에너지와 건설 프로젝트 붐이 일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앙아시아는 우리 자원 외교의 대상지이기도 했다. 정씨는 1996년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 사업에 참여해 재미를 톡톡히 본 후 이곳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정씨는 2003년부터 러시아를 오가며 재기를 모색했다. 코빅딘스크 지분 인수 당시 도움을 줬던 에너지 분야와 크렘린궁 실세였던 정·관계 인사를 만났다. 알렉산드르 쇼힌 전(前) 경제장관, 비탈리 이그나텐코 이타르타스통신 사장 등 옐친 정권 당시 실세들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푸틴 정권이 들어서자 이들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하며 정씨의 러시아 내 에너지사업 진출은 진행되지 못했다. 당시 정씨를 만났던 발레리 아나톨리예비치 루시아 석유(RP)사장은 본지와 단독으로 만나 "정씨가 러시아 에너지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말했다.
대사관을 찾아온 정씨를 만난 정태익 전 주러시아 대사도 "그가 '러시아 사업은 우리 같은 1세대가 해야지 2세대는 집착력이 없어 못한다'며 러시아 에너지사업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씨는 국적기를 이용할 때는 휠체어와 마스크, 모자, 목도리 차림으로 위장하고 다니지만 외국 항공기를 이용할 때나 한국 사람이 없는 곳에서 활동할 때는 건강한 노인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도 오전과 점심 오후 각 1시간씩 하루에 3시간을 하며 수프도 두 그릇 이상 비우고 말고기를 즐겨 먹는 등 식사도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씨를 만난 L씨는 "한국이 그립다. 무엇보다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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