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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밑 가시'와 '염통 밑 파리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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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작은 문제 신경쓰다 정말 심각한 문제엔 대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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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천 논설위원
입력 : 2013.01.15 23:04
이미 우리 中企 혜택 160가지…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 지원 더 늘리기보다는 진입과 퇴출 활발하도록 해야
김기천 논설위원
독일 본에 있는 파이프오르간 제조회사인 클라이스에는 매주 외국 공무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멀리 한국에서도 이 회사를 찾아온다. 1882년 창업 이래 4대째 가업(家業)을 이어가고 있는 필립 클라이스 사장에겐 당황스러운 일이다. 그는 "외국 공무원들은 우리의 성공 비결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게 뭔지는 우리도 모른다"며 "우리는 그저 지난 130년 동안 해왔던 일을 지금도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작년 말 로이터통신이 타전한 기사의 일부다. 클라이스는 직원 60여명의 작은 회사이지만 업계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독일·영국·미국·그리스·아이슬란드·중국·일본 등 세계 각국의 유명 대성당과 콘서트홀에 이 회사가 만든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독일에는 클라이스처럼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에 올라 있는 중소·중견기업이 1500개나 있다. 독일 경제가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저력(底力)이 여기서 나온다.
독일의 중소기업 정책을 뒤져봐도 클라이스 같은 '히든(hidden) 챔피언'을 키워낸 비결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독일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은 기술자들의 장인(匠人)정신과 도제(徒弟)제도 같은 독일 특유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이 독일 모델을 모방하기 힘들다. 프랑스는 지난 2008년부터 중견기업 육성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만으로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 정책은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한 박근혜 당선인의 새 정부에선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당선인이 "중소기업들의 손톱 밑 가시를 빼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자 정부 부처들이 다투어 '손톱 밑 가시'를 찾아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기피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곧바로 중견기업에 대한 세제(稅制) 혜택을 늘리겠다는 대책이 나온다.
불필요한 규제로 중소기업들이 고통받고 있다면 정부가 마땅히 이를 풀어줘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善)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더 늘리겠다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잘못된 발상이다. 우리 중소기업 지원 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금융·판매 지원 등 혜택이 160가지에 이른다.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전반적으로 어렵다 해도 그걸 정부의 지원 부족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잘나가는 중소기업이 일부러 기업을 쪼개서까지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한다는 사실 자체가 정부 지원이 너무 많다는 증거다. 그걸 해결하겠다고 중견기업에까지 정부 지원을 늘린다면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 할 때는 다시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하는가.
우리 중소기업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과보호가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기업가 정신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보호제도를 정비해 중소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인수위와 정부에선 이런 문제의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 스는 줄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쉬'는 파리의 알을 가리킨다. 심장에 파리가 알을 깐다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작은 문제만 신경 쓰다 정말 심각한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새 정부가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만 찾다가 '염통 밑 파리 알'을 놓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출처;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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