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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심리를 유발하는 대선 장밋빛 공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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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칼럼, 투데이스케치 96>반값등록금 지원보다 먼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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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칼럼니스트
귀가 길 복잡한 차안에서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손님들 생각해보세요. 대선 후보들이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걸었는데 가당키나 해요. 국민세금을 자기들 마음대로 써요” 하고 흥부하면서 말했다. 대략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회에 공짜 분위기만 조성시키는 선심공약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면서 사실 여야를 막론하고 재원 대책 없는 포퓰리즘으로 내건 선거정책이 한두 개일까 마는 대학반값등록금 공약도 그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정라곤 ©브레이크뉴스
고교졸업생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이 대학에 입학하는 나라에서, 또한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안 되어 결과적으로 고학력자만 양산하는 사회에서는 한번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대학에 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학을 나오면 그에 맞는 사회적 일거리가 있어야 하고, 봉사할 일이 있어야 하건만 현실적으로는 녹록치가 않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구청 청소부를 뽑는 시험에도 대졸자가 넘쳐나는 현실이고, 학력인플레는 이젠 사회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시내 도처에 ‘내년부터 반값등록금’이란 플레카드가 걸려있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총선 때부터 정책홍보로 내건 것인데, 대선 때도 한몫 보려는 심사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에서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박 후보는 “대학등록금 지원이 절실한 저소득층과 같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장학금을 지원하는 ‘맞춤형 반값 등록금’ 약속을 반드시 실천할 것이다”고 하면서 2014년에 반값 등록금이 전면 실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에서는 정치권에서 내건 `반값등록금' 공약과 관련하여 “정부 재원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반값등록금’ 재원에 대한 질문에서 정부 관료는 “정부가 1조7천500억원을 투입해 등록금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 드렸다”면서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는 한정된 국재재원으로 여러가지 쓰임새가 많아, 추가로 논의되는 대학 반값등록금에 정치권이 요구하는 재원을 지원할 수 없다는 답인바, 정부의 곳간사정을 말해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대선후보들은 아랑곳없다. 재원이 없어 설령 헛공약이 되더라도 그것은 나중의 문제다. 지지율 안개 속에서 장담할 수 없는 판세다 보니 득표에 도움 된다면 퍼주기식 장밋빛 공약으로 혈투를 벌인다. 사실 대학 등록금을 내기 위해 은행대출 받고 갚지 못한 사람들이 7만명이 넘고, 또한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들이 2만여명이나 되는 현실도 참담하다. 정부나 정치권이 그냥 나 몰라라 할 입장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국가재정 지원이 원천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라 할 것이다.
반값등록금보다는 교육제도나 운영상의 획기적인 개선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필자가 그동안 몇 번 주장했다시피, 학력차별이 없는 사회풍토를 만드는 것이다. 고졸자에게 취업의 길을 더욱 넓혀주고,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당당한 사회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자격과 능력에 상응한 대접을 받게 하는 풍토 조성이다. 또한 임금에서도 오히려 고졸취업 후 4년차와 대졸신입자를 비교해볼 때에 경력에 따른 보수가 높다면 지금보다는 대학 선호가 낮아질 것이 아닌가.
이와 함께 대학제도 및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부실대학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대학의 정립이 우선이다. 관련하여 대학의 과도한 자체적립금 제재, 대학 장학기금의 형성, 등록금의 동결 등 대학이 적극 노력하게끔 틀을 마련하는 일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대학에 대해 등록금 산정이나 지출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집중 점검한 결과, 대학이 불필요한 지출 예산을 줄이고, 등록금 이외의 수입원을 늘리는 등 노력하면 현재 등록금중에서 3분의 1정도(286만원)은 줄일 수 있다는 결과는 가능성을 입증한다.
무엇보다 우리사회에 만연해있는 고학력풍토나 대학의 서열화 등 망국적 풍토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이런 원천적인 문제 해결 대책을 내놓은 대선 후보들은 없고 반값등록금지원이라는 변죽만 울린다. 지난번 대학생의 자살소동사건,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했던 학생이 낙방하여 명문사립대학의 4년 전면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서울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올해도 수능시험을 잘못 봐서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는 교육제도로 인한 사회적 폐단이요, 어두운 그림자이다.
부수적인 문제보다 근본 자체를 해결해야 한다. 교육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짚어봄이 관건이건만 반값 등록금 지원이 마치 교육의 핵심인양 치부되고 있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대학 스스로가 노력하도록 ‘당근과 채찍’ 정책을 써야함에도 당장 입맛에 드는 곶감 빼주기식 공약은 문제를 낳는다. 후보들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실현가능한 정책공약을 만들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마땅하다. ‘공짜라 하면 잿물이라도 마신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님을 새겨야 한다.
rgjeong@naver.com
*필자/정라곤(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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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2/15 [10:32] 최종편집: ⓒ 브레이크뉴스
출처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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