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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에 되짚는 대선후보들의 애민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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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스케치> 세계서 가장 우수한 ‘한글’ 사용하면서 정치는 낙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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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칼럼니스트
오늘은 한글날이다. ‘나랏말싸미 듕귁(中國)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로 시작되는 훈민정음(訓民正音)은 조선조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 만들어 1449년에 반포하였으니 올해로 566주년을 맞는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언어로 인정받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는 한글이 지금까지 사용되어 오는 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기념일이 된 것은 일제 때인 1926년의 일이다.
▲ 정라곤 ©브레이크뉴스
당시 조선어학회에서는 11월 4일을 <가갸날>이라 부르고 한글 반포를 기념하였는데, 1928년 그 명칭을 한글날로 변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렇지만 날짜가 10월 9일로 변경된 것은 1940년 훈민정음 원본인 해례본을 발견하고서부터다. 집현전 학자 정인지가 쓴 서문에 반포일 9월 상한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여 기념하여왔고, 1970년에 공휴일로 지정되었으나 1990년 기념일로 바뀌어서 현재에 이른다.
필자가 고교시절 국어시간에 훈민정음을 배울 그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의 기본정신이 ‘애․민․실’이라 한 말을 지금도 기억한다. 애․민․실이란 애민주의, 민주주의, 실용주의를 뜻한다. 그 가운데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은 서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으니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서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이 때문에 어리석은 백성이 말할 바가 있어도 그리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위하여 불쌍히 여겨서…”가 바로 그렇다.
한글날에 국민으로부터 역사상 가장 성군(聖君)으로 인정받고 있는 세종대왕이 남긴 큰 업적을 되새겨보면서 대선 후보자들의 행보를 연상해본다. 앞서 설명했듯 훈민정음 창제가 갖는 근본은 국민을 사랑하는 애민정신(愛民精神)이다. 세종대왕은 서문에서 ‘어리석은 백성’이라든지 ‘(백성을) 불쌍히 여겼다’는 말을 전제하였는바, 만약 지금 세상에서 대통령이나 지도자가 국민들에게 ‘어리석다’거나 ‘불쌍하다’는 용어를 썼더라면 어떠했을까.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만큼 민주주의가 잘 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애민정신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쉽게 와 닿지가 않는다. 그토록 바라던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난 뒤 수락사 말미에서 “국민 모두가 하나되는 대한민국, 모두 함께 행복을 누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고 역설했다. 그 후 국민대통합을 위해 동분서주하더니만 측근의 비리사건 등이 터져 동력이 한때 멈추어 서버리기도 했다.
또한 박 후보는 인혁당사건과 관련하여 “두 판결이 있다”고 말하여 사회적 말썽을 불러일으켰고 역사관 인식문제나 끊임없이 불거진 친박 핵심들의 비리관련 의혹이 겹쳐 지지도에서 대세론마저 꺾였다. 당내에서는 친박계 2선 후퇴 등 요구가 봇물처럼 터진데다가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과 관련된 내부 반발 등 당내외의 혼란이 겹겹이 쌓여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박 후보 자신의 언행에서 나타나는 애민정신이 딱히 무어라 단정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9.16 대선후보 선출 수락연설에서 애민정신이 나타나 있다. 연설문을 보면 “복지가 계획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5년, 10년, 20년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한 번의 실패가 낙오로 이어져서는 안됩니다. 재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저 문재인은 '힐링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겠습니다.”라는 말에서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겠다는 그의 애민정신을 엿볼 수가 있다.
특별히 문제되는 건 아니지만 오늘이 한글날이니 만큼 지적해본다면 ‘힐링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힐링’이라는 단어에 대한 지적이다. 힐링(healing)은 몸이나 마음의 치유(治癒)를 뜻하는데 일반국민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없다. 적어도 국민 평균적 상식과 보통수준의 지성을 갖추었다고 보는 필자에게 까지 ‘힐링’이란 단어는 생소하다. 아마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좋은 의미로 그 용어를 선택하였다고 볼 수 있겠으나 차라리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으면 더 좋았지 않았는가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그럼 안철수 후보의 애민정신은 어떨까? 지난 9월 27일 구미의 제4국가산업단지내 화학제품생산업체에서 발생한 불산사고 현장을 방문하여 주민들을 위로한 안 후보의 첫마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말이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주민 모든 분들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조치가 필요하고, 농사지으시는 분들이 토양 걱정이 많은데 불안감이 불식될 수 있도록 토양에 대한 정밀 측정이 필요하다”고 당국에 촉구했는데 그야말로 따뜻한 애민정신이 묻어나는 말이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국민에게 인정받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세종대왕이 백성들이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하고자 한글을 만든 애민정신을 본받아야한다. 한글은 세계 언어에 관한 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언어의 독창성, 구조원리, 사용의 편리함 등을 비교한 결과 가장 뛰어난 언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함인데 어찌하여 가장 우수한 한글을 쓰는 우리나라의 정치는 국민들이 불신하고 가장 뒤떨어진 모습으로 비쳐나는지 한글날을 맞아 대선 후보들과 정치인들은 경건하게 생각해보기 바란다. rgjeong@naver.com
*필자/정라곤(시인․칼럼니스트)
출처;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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